공부는 이쯤에서 마치는 거로 한다 NoSmoking

공부는 이쯤에서 마치는 거로 한다 
한창훈 지음/한겨레출판


본문이 신명조체인가, 이 책을 몰아 읽고 다른 텍스트를 보니 글자들이 다 씩씩해 보이는 착시가 한동안 있다. 한글 문서 바탕체가 이렇게 뚱뚱했던가, 블로그의 돋움체가 이렇게 각졌던가, 하는. 그러는 한편 음, 한창훈 작가의 말투(문체?)는 이런 것이었군, 했다. 거침없고 꾸밈없다. 처음 만난 사람인데 대뜸 속을 다 보여주더니 총총히 사라지는 느낌. 어울리지 않게 가늘고 여린 신명조체로.


착시보다 긴 여향도 있다. 바다, 비린내. 그, 왜, 횟집에 가면 나는 냄새 있잖은가. 특히 비오는 날 회식 횟집. 나, 회를 못 먹는다. 성인이 되어 회식이라는 걸 하다보면 횟집도 가게 마련이고 혼자 튀고 싶지 않아 노력도 무지 했다만, 결국은 몰래 다 게워낸 게 두어 번. 호의를 베풀어 ‘비싼 거’ 사 준다며 참치 집에 데려간 사장님에게 가장 미안했다. 그 후로는 초면이라도 얘기한다. ‘저 회를 못 먹습니다.’


어릴 때 부산에서 살았다. 책에도 나오던데, 그때는 흔하디흔했던 ‘아나고 회’ 뜨는 걸 본 이후였지 싶다. 펄떡거리는 걸 휙 껍질 벗겨 뚝뚝 써는데도 계속 몸부림치던 하얀 살. ‘따져보면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은 엽기가 기본이다. 입으로 들어오는 대부분이 남의 살이거나 자식이니까.’(168) 그러나 평생을 가는 구토도 있는 모양으로, 날것이라면 특히 생선은, 몸이 받아들이질 못하는 ‘튀는’ 사람이 돼버렸다.


그러니 낚시니, 회니, 배니, 하는 일화들이 썩 와 닿지는 않을 터. 작가가 짐짓 달갑지 않다는 투로 언급하는 ‘섬 여행객’에 가까운 심정으로 읽을 수밖에 없었다고나 할까. 티비 ‘먹방’ 유행, 참 이상하고 슬픈 현상이라고 나 또한 생각은 하지만 그걸 따라 맛 한번 보는 이들까지 뭐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인 것 같은데. 유행은 지나갈 거니까 금방 잠잠해질 겁니다, 거북손의 안녕을 저도 빕니다, 까지만 덧붙이자. 유일한 내 밑줄은 여기. ‘죽음의 품위’ 꼭지에서.


"예외란 없습니다."
어떤 감정 동요 없이 살라는 소리다. 마음이 흔들리는 것은 상대에 의해 내 기준이 흔들린다는 소리인데, 그것이 대상을 이해하는 방법이기도 한데 그런 것 무시하고 건강한 몸 상태만 유지하라는 것. 그 몸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에 대해서는 고민도 없이 말이다. (…)
좋은 의사가 있기는 했다. 병원 이름을 말하면 광고 같으니까 안 하겠다. 이 병원 원장은 5일 만에 퇴원하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잡곡으로만 밥을 해 먹는다는 조건으로 하루에 맥주 한 병과 소주 반병.” 그리고 씨익 웃었다. (135)



1차는 이쯤에서 마치는 거로 한다


 


덧글

  • 달을향한사다리 2017/07/18 15:54 # 답글

    저는 회는 '없어서' 못 먹습니당ㅎㅎㅎ 그래서 한창훈 읽을 때마다 침 꼴깍, 꼬르륵~ 그래요^^ 이 책은 에세이라 소설보다 더 침이 자주 고일 것 같네요ㅋㅋㅋ
  • 취한배 2017/07/19 02:42 #

    바로 그렇습니다. '침 꼴깍, 꼬르륵~'이 저한텐 와 닿지가 않아서, 그리고 뭔가, 마음을 열면서 다가오는 느낌이 아니라 밀어내는 기분이 드는 에세이였어요, 제게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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