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경관 Smoking

웃는 경관 
펠 바르.마이 슈발 지음, 양원달 옮김/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그 녀석은 생각한다는 게 겨우 자기 돈, 자기 가정, 자기 회사뿐이야. 어쩌다 다른 사람보다 약간 유복하다고 해서 마음대로 남을 조종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런 놈들은 비단 ****뿐이 아니야. 실은 몇 천이나 있지만 포르투갈 인의 창부를 목 졸라 죽이는 것 같은 바보짓을 하지 않았을 뿐이지. 그래서 쉽사리 우리의 그물에도 걸리지 않아. 나오는 건 그놈들의 희생자뿐이지.” (324-325)


익히 아는 동서문화사 판형 330쪽의 작은 책인데 내용은 크다. 간밤의 버스 안 대량총격사건이 16년 전의 미제 살인 사건과 만난다. 피의자도 많고 형사들도 꽤 많이 등장하는 편인데 각각의 캐릭터가 잘 살아 있어 입체적이다. 이런 점이 북유럽 식 추리물이라고 해도 될는지. 나와 내 주변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인물들이 겪는 사건이라 영웅물 같은 느낌이 없고 사회고발성의 냄새가 나는 것. 다 읽고 보니 해설에 이런 인터뷰가 있더라.


Q (질문) 수많은 창작 형식 중에서 ‘범죄소설’이라는 형식을 택한 동기는?
SW (슈발 바르 부부) 우리들이 살고 있는 사회를 분석하는 데는 범죄소설만큼 꼭 알맞은 형식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들의 추리소설관은, 우리들이 아주 존경하고 있는 로스 맥도널드의 그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 있다고 말해도 좋지 않을까요. (329, 해설)


로스 맥도널드와 부인, 마거릿 밀러도 각각 추리 소설을 썼지만 마이 슈발과 펠 바르 부부는 함께(!) 10편을 썼다. 공동 작업이 주는 안정감이 퍽 좋다. 또한 요즘은 ‘87분서’라고 부르는 에드 맥베인의 ‘제87 파출소 시리즈’를 스웨덴어로 번역해 소개한 장본인들이라고도 한다. 인간미 넘치는 형사와 주변인들이 어찌 괜히 나왔겠나 싶다. ‘우리들이 살고 있는 사회를 분석’하고 복지국가의 이면을 드러내는 작업이, 선정적이기만 한 범죄물과는 확실히 다른 차원인 듯하다. 스톡홀름에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서울의 장마와 겹쳐 더욱 극적인 독서를 했다.

1968년 작품이고 번역 초판은 1977년, 중판은 2003년 발행한 모양이다. 2003년 ‘중판’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번역과 교정이 엉망이다. 추리물 세계에서는 ‘걸작’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작품이라 기대했으나 이 정도 되면 새 번역본이 나올 법도 하겠다. 아니나 다를까 ‘로제안나’와 ‘증발된 사나이’부터 순서대로 나오고 있다. ‘펠 바르’ ‘마이 슈발’ 로 검색하면 찾아지지 않는다. ‘페르 발뢰’ ‘마이 셰발’ 이라는 (새) 이름을 갖게 된 작가들, 이런 외관이다. 10권이 모두 나오려나, 차례차례 다 읽어보고 싶구나. 복지국가 스웨덴 길잡이로써라도.

 
 

(클릭 무소용, 링크 안 넣음)



덧글

  • 달을향한사다리 2017/07/18 15:57 # 답글

    동서문화사 추리소설 시리즈가 작품들은 좋은데 교정은 좀 별로였던 기억이... 근데 그 뭐랄까, 그 갱지같은 종이 느낌 너무 좋았어요, 저는^^
  • 취한배 2017/07/19 02:45 #

    작아서 갖고 다니기도 좋죵. 동서 추리소설 시리즈는 디자인이나 편집이나 교정이 '할배책' 같은 느낌...(그래서 좋아함?)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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