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해 여름 나는 루카스를 만났다 케빈 브룩스 지음, 서애경 옮김/아이세움 |
<벙커 다이어리>가 무척 좋아서 되짚어 찾아 읽은 케빈 브룩스다. 원제는 <Lucas>. 벙커에서 10대 소년이 다이어리를 썼다면, 그해 여름 루카스를 만난 건 10대 소녀 케이틀린. 둘의 아빠도 각각 만화와 소설을 쓰는 작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가끔 찾아 읽는 청소년물에서 느낄 법한 비현실적임과 무조건적인 낙관이 없어서 나는 케빈 브룩스가 좋다. 쓰레기장에서 피어나는 꽃 같은 느낌이랄지, 썩은 세계와 어른들 사이에서도 반듯한 자세를 보여주는 주인공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벙커보다는 덜하지만 이 작품 역시 배경이 고립된 공간이랄 수 있겠는데, 섬이다. 주민들이 속속들이 서로의 사정을 다 알며, 그 친밀함만큼이나 쉬쉬하며 썩어 있는 곳. 외부에서 들어온 이방인이라면 일단은 적대시되는 폐쇄적인 장소로, “사람들은 잘 모르거나 잘 맞지 않는 사람을 싫어해. 그런 사람을 보면 겁을 내지. 사람들은 자기들이 잘 모르는 수수께끼 같은 사람보다 괴물 같아도 잘 아는 사람이 더 낫다고”(209) 여긴다. 예상 가능하듯, 루카스가 그런 이방인이어서 섬의 ‘적폐’가 드러나게 한다. 루카스가 충분히 강하고 지적이고 아름다워서 다행이고, 그만큼 아프기도 하다. 케빈 브룩스, 계속 읽고 싶은데 이제 한 작품밖에 없구나, <마틴 피그>도 보관함에.
“그 사람들은 나를 해치지 못해, 케이트. 이건 말 그대로 간단한 얘긴데, 그들은 나를 해치지 못해. 그러니 전혀 겁낼 게 없어.”
(…)
“왜? 왜 그들이 너를 해치지 못한다는 거야?”
“해칠 게 없으니까.” (281)

오랜만의 독후감. 올해 여름 나는 문준을 만났다.
덧글
과일이 가지런히 담겨있는 접시를 보고 반했어요. ㅠㅠ
복숭아 철이에요. 많이 드세용, 측근님. 자꾸 반하시면... 좋지 뭠미까!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