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 머신 Smoking

데스 머신 
라이언 노스.매슈 버나도.데이비드 맬키 엮음, 변용란 옮김/문학수첩
 

 ‘당신이 어떻게 죽는지를 알려드립니다’ 기계를 모티브로 무려 34작품이 묶였다. 엮은이 세 명 외에 랜들 먼로라는 낯익은 이름을 제외하면 모두 처음 만나는 작가들이다. 여러 명이 참가해 엮은 책이 으레 그렇듯, 가지각색의 맛. 대체로 재미는, 저 기계가 내어주는 쪽지 속 단어 또는 문구의 애매모호함에 있는 듯하다. 가령 ‘고령’이라면 나이 들어 늙어 죽을 수도 있고 나이든 사람에 의해 살해당할 수도 있는 식으로. 결코 오류는 아니나 구체적이지 않음에서 생길 수 있는 빈틈. 일견 사주에 대한 느낌과도 비슷하지 싶었다. 해석의 문제, 결국 삶의 자세 문제, 거기에서 나오는 이런 각양각색의 이야기들을 보아도.


각각의 제목이 곧 데스 머신이 출력해 준 문구들이다. 그 중 끌리는 몇 가지를 옮겨 보자면, 「허튼 소리」, 「채소」, 「손짓이 아니라 익사」, 「대니얼에 의한 살해」, 「무위」, 「다른 사람을 구하다가」, 「데스 머신 바늘로 에이즈 감염」등등. 「데스 머신 바늘로 에이즈 감염」은 가장 짧은 분량을 자랑하는 작품으로, ‘‘음, 망했다’라고 나는 생각했다.’(180)가 전문이다. 브라이언 퀸랜 작품. 제목 중 제일 길고 예쁜데다 내용도 걸맞게 포근포근한 작품으로는 「세월이 흐른 뒤 얼굴에 미소를 띤 채 자는 동안 호흡 정지」, 윌리엄 그랄로의 단편이다. 약력을 보니 ‘프랑스 만화 시리즈 <루Lou>의 아들’(579)이라고 되어 있다. 만화 시리즈의 아들이라니, 은유인지 아니면 시리즈 작가나 캐릭터의 실제 아들인지 알 수 없구나; 하여간 <루Lou>를 몰라서 미안.


어떻게 죽는지 알려주는 기계가 나온다면 과연, 테스트해볼까? 사주도 안 보는 나로서는 아니지 싶다만, 답을 이미 알겠어서 그런 건 아니다. ‘책’이면 재밌겠고, ‘술’이면 슬프겠지, 하는 정도. 해석은 무궁무진해서, 슬픈 책을 읽다가 슬퍼 죽는다거나, 웃긴 책을 읽다가 웃겨 죽는다거나, 무너지는 책 더미에 깔려 죽는다거나, 어느 날 각성하여 책을 끊었다가 심심해 죽는다거나, 책 사느라 너무 가난해져서 먹이를 못 구해 먹는다거나, 술 사느라 너무 가난해져서 먹이를 못 구해 먹는다거나, 어느 날 각성하여 술을 끊었다가 우울해 죽는다거나, 어느 날 각성하여 술을 끊었다가 담배로 인한 폐암으로 죽는다거나, 어느 날 각성하여 술을 끊었다가 너무 건강해져서 동네 조기축구팀에서 공격에이스로 활약하다가 어디선가 날아든 골프공에 맞아 죽는다거나, 에, 또……



“내가 말했다시피 그 기계는 홍보 담당자들이 델파이 디바이스라는 이름을 지으면서 꿈꾸었던 것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어. 그리스인들은 예언이 얼마나 변덕스러운 것인지 이해하고 있었어. 지식이란 무에서 창조될 수 없는 것임을 그들은 알고 있었어. 한 가지를 알게 되면 그 대가로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무능력을 얻게 되는 거야.” (566, 「카산드라」, T. J. 래드클리프)

 

덧글

  • 달을향한사다리 2017/07/05 16:52 # 답글

    '책 끊었다가 심심해서 죽'는 거 너무 웃겨요!ㅋㅋㅋㅋㅋㅋㅋ 음.. 이 책은 SF인가요?
  • 취한배 2017/07/10 19:35 #

    책 끊고 티비 앞에 앉아 있는 제 모습을 상상하면 좀 슬프고 싫어요.ㅜㅜ 넹. 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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