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인간 vs 기계 NoSmoking

김대식의 인간 vs 기계 - 4점
김대식 지음/동아시아


두툼한 외관에 비해 내용이 빈약해서 깜짝 놀랐다. 글 반 그림 반. 그나마 그림에는 캡션도, 작가나 저작권 표시도 없다. 강연내용을 정리한 것이라는데 중언부언에 수박겉핥기. <인공지능, 인간을 유혹하다> 같은 책보다 더 하위 입문서 수준, 판매지수는 <인공지능, 인간을 유혹하다>의 20배가 넘는다. 저자 이름값이란 그런 건가 보다. 인간이 세상을 알아보는 방식, 즉 경험과 학습이라는 과정을 기계에 적용한 게 인공지능, 빅데이터를 이용한 끊임없는 학습이 딥러닝, 빤한 얘기.


인공지능으로 인한 실업사태에 직면한 인간들은 그럼 무얼 해야 할지 얘기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많고 돈이 없는 사람들을 보통 노숙자라고 이야기하지요.’(279) (?시간이 많고 돈이 없는 사람들을 보통 시간이 많고 돈이 없는 사람이라고 하지요.) 참 성의 없는 단어 선택이다. 특이점을 설명하면서 드는 예 또한 이상야릇했는데, 특이점을 대비하지 못하면 추수감사절 아침의 칠면조 꼴이 난다는 식이다. 그럼, 칠면조들이 각성하여 추수감사절 전날 밤에 단체행동으로 도피라도 하란 말인지? 아니면 추수감사절 며칠 전 단식으로 태업이나 아사를 하든지? 일 년 내내 잘 자라줘서 고맙다고, 너희들의 충실한 임무 덕분에 우리가 행복한 축제를 한다고 기도를 하면 몰라도 멍청하다고 욕을 하다니 칠면조가 억울하겠어.


‘하지만 앞으로 닥칠 산업혁명은 지금도 벌어지고 있고, 향후 20~30년 후에도 벌어질 일이지만 인류는 아직 아무 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핵심적인 문제가 아닐까요?’(292) (인류는 오늘도 열심히 살고 있지요. 숱한 데이터를 생산하면서. 배우고 사랑하면서. 시간이 많고 돈이 없는 사람들까지도 나름 분투하면서. 게다가 인간은 ‘원샷’ 학습법으로(222) 배운다면서요.) 인간의 의지와 상관없이 약한 인공지능이 강한 인공지능으로 진화한다면, 그리고 딥러닝이 그 알고리즘 중 하나라면, 강한 인공지능의 면모는 결국 우리가 지금 만들어내는 데이터들에 달린 거 아니겠나. 인류가 어떻게 인간답게 평화롭게 도덕적으로 사는지 말이다. 그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낼 때 인과응보 식으로 추수감사절 아침의 칠면조 꼴이 되더라도 그들로부터 자기들을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인사 정도 받을 수 있다면 뭐. 멍청하다고 욕이나 들으며 멸망하는 것보단 낫지 않겠나.


강한 인공지능의 위협에 대해 전문가로서 어떤 답을 내놓을지는 그래도 기대했다만 피식 웃음이 나는 걸 어쩌지 못하겠다. ‘인간은 돌이나 토끼, 원숭이들과는 분명히 차별된 무언가가 있다. 기계들도 강한 인공지능이 돼서 정신과 비슷한 것이 있어서 알겠지만 인간이 없으면 너희도 인지적으로 아주 외로울 거다’(346)라고 강한 인공지능에게 읍소해야 한단다. 이번에는 돌이나 토끼, 원숭이들에게 미안해지는구나. 인간이 돌이나 토끼, 원숭이들과는 어떻게 다른지 강한 인공지능이 행여 모르리라는 듯. 인간이 돌이나 토끼, 원숭이들과 다른 건 확실하지만 인지능력이나 정신이 있다고 해서 강한 인공지능에게 더 나을 건 또 뭔지. 강한 인공지능이 도덕성을 선택할 수 있도록 본보기가 되게 살아야 함은 맞지만, ‘살려달라고 강한 인공지능에게 재롱을’(346) 부리기 위해서는 아닐 거다. 계속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이지. 시간이 많고 돈이 없는 사람이든, 시간이 없고 돈이 많은 사람이든, 돌과 토끼와 원숭이와 더불어, 지구에 무해하게.


‘따라서 인간이 가진 유일한 희망은 ‘우리는 기계와 다르다’입니다. 그 차별화된 인간다움을 가지고 살아가면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봅니다.’(350) 저 차별화된 인간다움은 사실일 뿐, 희망이 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지나치게 인간중심적인, 그것도 시간 없고 돈 있는 사람 중심적인 사고가 불편하다. 창의성과 도덕성이 돋보이지 않는 이 책을, 강한 인공지능이 읽을까봐 부끄럽다면 좀 심한가. 내 후손이 인류의 데이터를 간직한 강한 인공지능일 수도 있다는 상상이 나는 그렇게 비극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시간 많고 돈 없는 나 같은 사람 아니라면, 없는 시간 쪼개 읽을 바에야 기회비용, 이 책보다는 아시모프의 <로봇> 시리즈가 더 나을 수도 있을 듯하다. 강한 인공지능에게 살려달라고 읍소하지 않고 친구할 수 있는 방법은 문학이 더 잘 가르쳐주리라. 끝으로, 제목에 저자이름이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책마다 표지에 박혀 있는 심령술사 포스의 얼굴사진 좀 그만 쓰면 좋겠어.


카네기멜론대학의 앤드루 무어 교수는 이렇게 이야기한 적도 있습니다. ‘강한 인공지능이 등장하면 인류는 멸망한다. 근데 그게 왜 나쁜가? 인류가 멸망하는 것이 왜 나쁜지 한번 설명해봐라’라고 말이죠. (338)


 

덧글

  • 2017/06/13 02:12 # 삭제 답글

    인공지능이 이 책 읽으면 마지막 인용부분에 무척 끄덕거렸을 것 같아요 읍읍
    아 너무 싫다 이런 사람! 싫어하는 의견에게서 보호받을 권리를 외치고 싶다 하면 너무 꼰대같은가요? ㅠ
  • 취한배 2017/06/13 23:38 #

    저 역시 끄덕거린 걸요;; 힝
    이미 외치셨으면서.ㅋㅋㅋ 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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