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위한 소설 Smoking

당신을 위한 소설 
하세 사토시 지음, 이규원 옮김/북스피어


2080년대 근미래. 뇌신경 전달 언어 전문가, 혹은 인공신경 제어언어 개발자(어렵군) 사만다가 죽음에 대처하는 방식 정도 될까. 뇌신경 전달 언어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죽음에 대처하는 방식과 어떻게 다르냐고? 완전히 똑같다. 유사 이래, 아니 그 전부터 죽음은 그래왔다. ‘그리고, 사만다 워커는 짐승처럼 존엄 없이 죽었다.’(459) 2084년이었다. 조지 오웰의 전체통제사회 후 100년, 하세 사토시는 다시(?) 개인으로 온 것도 같다. 낭만주의적이라고 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오롯이 혼자만의 경험일 수밖에 없는 죽음을 SF 형식으로 들고 온 것 말이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결말로 가는 진행이 참으로 더딘데, 온통 무너져가고 있는 육체와의 분투가 그 과정이다. 차갑고 냉정하고 논리적이고 깔끔한 데이터의 세상과 대비되는, 뜨겁고 끈적이고 더러운 분비물을 쏟아내는 몹쓸, 필멸의 육체를 부각한 것도 같다. 가차 없는 죽음을 대면하는 인간의 솔직한 심정. 공포와 고통. ‘당신을 위한 소설’은 인공 인격체 ‘wanna be’가 사만다를 위해 쓴 소설이다. 영화 <Her>를 얼핏 떠올리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Her>에서는 Os의 이름이 사만다였군!) 나는 제목의 저 ‘당신’이 나인 줄 알고 사 읽었을 뿐이고.


「무서워하고 있다는 거군요. 하지만 공포와 나르시즘은 뿌리가 비슷한 것 아닌가요? 양쪽에 공통된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과잉된 관심과 절대시입니다. (…) 공포에 빠진 인간은 함부로 행동하게 되고, 자기 보전을 최상위에 두게 된다는 것입니다. (…) 그것은 자기애의 가장 깊은 도취 상태와 매우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육체적 고통이 없는 만큼 솔직하고 근본적이었다. ‘wanna be’는 부팅할 때의 순수함을 벗어나 고뇌하는 작가로 변신하고 있었다. (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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