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건의 살인에 대한 간략한 역사 1 Smoking

일곱 건의 살인에 대한 간략한 역사 1 - 8점
말런 제임스 지음, 강동혁 옮김/문학동네


뒤표지 설명에 13명의 내레이터 진술이라고 되어 있는데 1권에는 일단 8명의 목소리가 번갈아가며 나온다. 책머리에 실린 등장인물 소개를 무시하고 읽었다가 큰 코. 윌리엄 포크너의『내가 누워 죽어갈 때』를 능가하는 어리둥절함을 경험했다. 처음부터 다시 등장인물을 파악하며 보니 감이 잡힌다. 어찌나 수다스럽고 욕설이 난무하는지 물리적으로 귀가 울릴 지경이다. 인물은 많으나 말투 혹은 문채가 인물 별로 크게 다르지 않은 점이 약간은 아쉬운데, 비어, 속어, 자메이카 식 영어 등이 마구 섞인 문장을 우리말로 옮기기가 예삿일이 아니었겠다 싶기도 하다. 각 페이지 하단의 주석 양만 봐도 헛, 하게 되는데 책 뒤쪽에는 파투아(자메이카 영어) 뜻풀이까지도 실렸다.


자메이카 정치판에 개입하는 CIA, 마약과 무기와 조직폭력배가 엉킨 구도는 남미나 아프리카 몇몇 나라들에서 보아온 그림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밥 말리 생애에서 저 유명한 1976년 정치적 암살기도가 중심에 놓였고 1권은 딱 거기까지다. 레게 가수를 둘러싼 진술을 읊는 내레이터들은 모두 래퍼들 마냥 대사가 거침없다. 특히 마약에 취한, 어리거나 젊은 갱단원들의 독백은 처절하고 눈물겹고 아프다. 쓰레기 더미, 폭력의 게토 생활상이 읽기에 여간 버겁지 않다. 욕설에 코카인에 환각에 폭력에 총성에…… 휴. 밥 말리의 노래 들으면서 진정한 후 2권은 좀 천천히 만나기로 했다.


웨스트 킹스턴의 어떤 지역, 예컨대 리마 같은 곳은 너무나도 절망적이고 지속적인 역겨움에 휘감겨 있으므로, 그곳을 사진으로 찍으면 사진 촬영이라는 과정 자체에 내재한 미학이 실제의 추잡함을 덮어버리고 거짓말을 한다. 아름다움은 그 범위가 무한하지만 그야 지독한 가엾음도 마찬가지이므로, 트렌치타운이라는 절대 끝나지 않는 추잡함의 소용돌이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상상이라는 방법을 쓰는 수밖에 없다. (160-161)






핑백

  • 술집에서 문득 본 진실 : 일곱 건의 살인에 대한 간략한 역사 2 2017-04-22 21:36:44 #

    ... 일곱 건의 살인에 대한 간략한 역사 2 - 말런 제임스 지음, 강동혁 옮김/문학동네1권 488쪽에 이은 2권 688쪽. ‘간략한 역사’이기에 망정이지 긴 역사였으면 엄두를 못 냈을 거다. 한 나라, 특히 강대국이 아닌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읽기에는 ... more

덧글

댓글 입력 영역


moon

CURRENT MOON

뉴스타파

알라딘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