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스페이스 오디세이 Smoking

2010 스페이스 오디세이 
아서 C. 클라크 지음, 이지연 옮김/황금가지


다시 쓰는 리뷰. HAL도 아니면서 에러를 일으킨 내 컴퓨터 탓…… 은 아니고, 컴퓨터가 자꾸 꺼짐 현상을 보인 건 맞지만, 취기로 인한 내 머릿속 에러가 더 문제였고 컴퓨터는 오늘 멀쩡하게 잘 돌아간다. 그러니 다시 HAL에게로.


우린 잠자는 거인을 깨워 일으키려는 참이야. 플로이드는 혼자 생각했다. 몇 년의 세월이 흐른 오늘 HAL은 우리의 존재에 어떤 반응을 보이려나? 과거의 일들 중 무엇을 기억할까?…… 그리고 우호적인 태도를 취할까, 아니면 적의를 품을까? (188)


2001 오디세이 이후 내가 가장 궁금했던 점도 저기 있었다. 9년이 흘렀고, 소설2001에서 토성의 위성 궤도에 남게 되었던 디스커버리 호가 소설2010에서는 목성 궤도에 있다. 영화2001 쪽의 설정을 따랐다는 클라크의 설명이다. 1982년에 쓴 2010년. 폐우주선을 되찾는 장면은 <익스팬스>에서도 차용했나 보다. 탑승객이 모두 사라진, 아니지, 사람으로 치자면 정신분열을 일으켰던 HAL이 죽은 채 혼자 남아 있는 '폐가'를 다시 방문하는 감회가 크다.


HAL은…… 우호적이지도 않고 적의를 품고 있지도 않다. 어쩌면 그런 철저한 합리성이 인간에게는 더 어려운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모순, 비논리성, 거짓말, 은폐는 ‘인간성’이라는 말에 이미 포함되어 있는 능력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컴퓨터가 우리와 닮은 모습을 보일 때 우리가 섬뜩하게 여기게 되는 것일 테고. 딜레마를 초래하지 않으려면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는 게 방법이다. 가짜 정보, 가짜 뉴스가 키우는 게 있다면 박*모 정도이겠다.


목성. 아아, 우리의 목성을 저렇게 해놓고 클라크는 세상을 뜨셨다. 저 까만 우주 속에 ‘정신’으로 떠돌아다니겠다는 각오인가. 신과 조우할 일 없을 것만 같았던 과학소설이건만. 어떤 초월적인 존재 뉘앙스가 나로선 늘 놀랍다. 장르소설 관계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공상’과학소설이라는 말을 써도 될 성 싶은 클라크다. 아직 900년이 더 남아있긴 하다만.


그들은 은하계의 주인이었고 시간의 손길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들은 마음대로 별들 사이를 떠돌다가 공간의 틈새를 통해 희미한 안개처럼 가라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신과 같은 능력을 지녔는데도 그들은 이미 사라져 버린 따스한 진흙 바다에서 자신들이 처음 생겨났다는 사실을 완전히 잊어버리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아주 오래전에 조상들이 시작했던 실험들을 지금도 지켜보고 있었다. (427-428)


Alexey Leonov, Near the Moon(1967) -Wikipedia


소련 우주선에 클라크가 이름을 준 알렉세이 레오노프(1934~)의 그림이다. 실제 클라크의 사무실과 소설 속 우주선 거실에도 걸려있었다는 작품이고 레오노프는 아직 이 지구에 생존해 계시는 모양이다. 며칠 후 3월 18일이면 레오노프가 최초 우주유영을 한 52년째 기념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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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7/03/16 04:37 # 삭제 답글

    아 다시 돌아온 리뷰! 하지만 누군가가 우리는 모두 기계다, 실리콘이냐 탄소이냐의 차이점이 있을 뿐이라고 했던 인용구는 없어졌네요. 어쩐지 감동받앗는데 말이죠.
  • 취한배 2017/03/16 12:48 #

    아이고, 제 술주정엉망리뷰를 보셨군요. 이번 것이라고 크게 낫진 않지만요; 그 발췌문은 저도 좋아하는데 기억하고 말씀해주셔서 고맙슴미다. 요기 다시 옮겨 놓을게요.ㅎㅎ

    “맙소사, 찬드라……, HAL은 그냥 기계예요!”
    (…)
    “우리도 모두 기계라오, 브라일로브스키 씨. 그저 정도의 문제일 뿐이오. 탄소 기반이냐 실리콘 기반이냐가 근본적인 차이를 빚진 않소. 우리 모두가 각각 상응하는 존중심으로서 대우 받아야 해요.” (371-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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