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수녀 Smoking

사라진 수녀 
돈나 레온 지음, 엄일녀 옮김/휴먼앤북스(Human&Books)


끝에 가서 존은 죽는지 어떤지(<존은 끝에 가서 죽는다>, 데이비드 웡) 모르겠다만, 수녀는 사라진다. 스포 제목이고 ‘Quietly in Their Sleep’이 원제.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조용하게 침묵하는 그이들을 의미하겠는데, 종교다. 가톨릭교, 더 정확히는 그 안의 오푸스 데이 조직. 이 책이 숨겨진 명작(게다가 지금은 절판)이라는 소문을 어디서 들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으나 깜짝 놀랄만한 반전이나 숨 막히는 추리가 숨어있지 않다는 정보까지도 내게는 입력되어 있었다. 느릿느릿, 베네치아를 산책하듯(직접 가 본 적은 없다) 진행되는 이야기가 나름 멋이 있다. 평온하고 아름다운 ‘관광용’ 배경과 느긋한 문장이, 배후 도사린 어둡고 더러운 비밀조직을 더 잘 표현하고 있는 것도 같다. 원제 그대로 잠 속에서 조용히.


귀도 브루네티 경감 시리즈란다. 시리즈라기엔 무색하게도 번역본이 두 권밖에 없고 둘 다 그나마 품절. 주인공이자 경찰인 브루네티는 아주 성실하고 모범적인 가장이다. 전형적인 형사물, 즉 외로운 알코올 중독자이거나 마초인 사립탐정이 주를 이루는 추리물에 어울리지 않아 보이기도 하는데…… 그래서 매력적이다. 나 혼자 고뇌하고, ‘모든 것은 뛰어난 내 머릿속에’ 식으로 주위 사람들을 바보로 만드는 영웅적인 주인공이 아니어서도 그렇지 싶다. 교통수단이 배!인 베네치아에선 경찰들도 왠지, 정말 이렇게 느긋하고 여유로울 것만 같다. 어리석은 광신을 비꼬면서도 시니컬하지 않고 다정다감하다.


베네치아에 정착한 미국인 작가이고 자신이 잘 아는 배경과 언어로 작품을 썼기에 이태리어가 군데군데 들어갔지 싶은데, 번역도 그에 준해줬으면 좋았겠다. 이태리어 전공자에게 조언을 조금만 구했으면 됐을 텐데, ‘지오르노’가 뭐냐(‘조르노’가 옳다). 지명도 마찬가지로 때로는 베니스 때로는 베네치아, 옥에 티. 옮긴이의 글을 읽다보니 작가의 전작 <라 트라비아타 살인사건>은 공연 관람 후 작가 친구와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을 죽여 볼까?’하는 대화에서 비롯된 것이었다고. 궁금증이 인다. 보관함. 나 광신을 싫어하는 만큼 오페라 좋아하거든. <라 트라비아타>보다 <리골레토> 쪽이긴 하지만. 오랜만에 들어보련다, 4중창.


“자넨 정말 그녀가 싫은가 보구먼.”
“위선자들을 좋아하지 않거든요. 독실한 신자들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요. 하물며 그 두 가지를 다 갖추고 있다면 말 안 해도 아시겠지요.”
“하지만 아까 자네 어머니더러 성자라고 하지 않았나. 그분도 독실한 신자 아니신가?”
(…) “네. 하지만 이 경우엔 진정한 신앙이죠. 인간성에 대한 믿음.” (127-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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