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의 임무 Smoking

중력의 임무 - 10점
할 클레멘트 지음, 안정희 옮김/아작


Hal 클레멘트의 1951년 작품. 아서 C. 클라크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의 컴퓨터 HAL과의 관련성은 알지 못한다. 클라크가 ‘발견적 방법으로 프로그램된 연산 컴퓨터(Heuristically programmed ALgorithmic computer)’에 후배 SF작가의 이름을 넣은 거라면 더 흥미로운 뒷이야기를 남겼겠다. 클라크와 아시모프의 동시대 작가인 건 맞고, 적어도 아시모프와의 친분은 저자 후기에서 밝히고 있어 쏠쏠한 재미를 더한다.


지도는 소설을 쓰기 전에 무작위로 작성했다. 그러고 나서 지도상에 나타난 지형에 어긋나지 않도록 노력했다. 나는 잠시 이 모델을 보고 나서, 소설 제목을 ‘하늘의 팬케이크’라고 붙이고 싶은 유혹을 받았다. 하지만 아이작 아시모프가 폭력으로 위협했다. 어쨌든, 달걀 프라이와 더 닮긴 했으니까. (371, 저자 후기, <어스타운딩 사이언스 픽션즈> 1953년 6월호)


저 지도 말인데, 팬케이크 모양의 낯선 행성 표면을 가로질러 떠나는 메스클린 인의 원정이 작품 내용의 거의 전부다. 일종의 ‘로드무비’ 형식이라고 할까. 다만 팬케이크의 극지방 중력은 지구의 700배. 자전 주기가 18분인 팬케이크라 현기증에 메스꺼워 메스클린…… 실례. 원정을 떠나는 우리의 작은 친구들은 메탄으로 가득 찬 메스클린 행성에 적합한 외모를 하고 있다. 테드 창 <네 인생의 이야기> 혹은 드니 빌뇌브 <컨택트>에서의 이종 간 ‘의사소통’은 이미 전제하고, 인류와 ‘거래’를 하는 경지.


초반의 원정이 몹시 힘들고 지루하다 싶었는데 여행이 진행될수록 유머와 모험, 재치와 과학 상식, 끝내는 협동과 우정이 드러나면서 할Hal 옹의 따뜻한 과학관, 세계관을 보게 된다. 폭력적이게 마련인 제노포비아를 벗어던져도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가 된다. 제각각 이름과 캐릭터를 가진 우리 이종 꼬물이 친구들이 그리워질 줄이야. 우주에서도 촛불 든 초판, 아작 센스 짱+5별.





덧글

  • 포스21 2017/03/06 19:29 # 답글

    크, 뭔가 읽어 보고 싶게 만드는 소개군요. ^^
  • 취한배 2017/03/06 19:45 #

    오. 포스21 님도 재미있게 보실 것 같아요!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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