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Smoking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아서 C. 클라크 지음, 김승욱 옮김/황금가지
 

영화와 소설이 같이 제작되었고 영화개봉이 소설보다 더 일렀다. 최초 유인우주선이 달에 착륙하기도 전 해인 1968년에 소환하는 2001. 2017년에 읽는 기분이 묘하다. 작품보다 우리가 더 낡은 것 같다. 영화는 본 지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가물한 와중에도 장인의 수작업이 빚어낸 세련된 우주 장면과 컴퓨터 HAL과의 대화는 아주 인상 깊게 남아 있는데 그 대화를 활자로 볼 수 있어 감격스러웠다.


그는 ‘자동 사고(思考)’라고 표시된 패널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데이브, 당신이 나한테 왜 이런 짓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이번 임무에 최고의 열의를 갖고 있는데……. 당신은 내 정신을 파괴하고 있어요……, 모르겠습니까? 난 아이처럼 변할 거예요……. 난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될 거예요…….”
HAL이 말했다. (249)


칼 세이건이었던가, 이 넓은 우주에 지적 생명체가 인류뿐이라면 공간의 낭비라고 말했던 사람이? 클라크는 더 나아가 그 지적 생명체들 중 우리보다 훨씬 우월한 존재가 있어 심지어 우리의 진화과정에 개입했을 여지까지도 암시한다. ‘원숭이인간’에게 깨달음을 주었던 만큼의 도약이라면 현 인류에게는 어떤 가능성일지. 그들이 달에 묻어놓은 TMA-1을 이제야(300만 년 만에!) 발굴하여 미개한 방법(시간을 들인 공간 이동)으로 그들을 조우하러 간다.


과학소설이 환상소설에, 또는 과학이 환상에 자리를 내어주는 결말은 늘 찜찜하면서도 황홀하다. 영화와 달리 속편이 있는 소설이어서 그나마 다행이고 ‘환상 너머 과학’이 다시 어떻게 올지 기대된다. 환상의 스페이스 두 장인이 모두 떠나고 없는 지금, 우주의 고아까지는 아니어도 어쩐지 매우 외로운 기분이 드는데, SF의 미덕 ‘조망 효과’에 도취해 다시금 이 약해빠진 우리 순간의 존재들, 인간을 사랑하고픈 마음이 드는 것이다.
 

그가 브리핑을 받을 때 드러났던 몇 가지 암시들은 미국과 소련이 지능을 지닌 외계인과 먼저 접촉함으로써 이득을 얻고 싶어 한다는 점을 암시했다. 하지만 지금 태양 빛에 거의 가려 희미한 별처럼 보이는 지구를 돌아보면, 그런 생각들이 우스울 정도로 편협해 보였다. (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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