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의 소원 Smoking

고슴도치의 소원 
톤 텔레헨 지음, 김소라 그림, 유동익 옮김/arte(아르테)

 

“누구야?” 누군가가 물을 것이다.
“외로움.”
“여기 살아?”
“글쎄, 여기 사나……. 그냥 여기 있어. 오기도 하고, 가기도 하고.”
“아.” (52-53, 강조는 원문)


고슴도치에 끌렸는가 보다. 예쁜 표지 그림에도. 예상만큼 함함한 책이다. ‘함함하다’는 우리 속담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고 한다.’에서 배운 단어로 1.(털 따위가)보드랍고 반지르르하다 2.(꽃이나 열매가)소담하고 탐스럽다(다음 한국어사전)는 의미. 1, 2의 뜻을 다 주련다. 어설픈 교훈 같은 거 없어 좋다. ‘누군가’의 다정함을 갈구하는 동시에 외로움의 효용 또한 포기할 수 없다. 가시에 찔리지 않을 만큼의 거리도 필요한 거다.


유명한 동화 <집에 있는 부엉이>하고도 얼핏 비슷한 느낌. ‘혼자 놀기 혼자 울기의 달인, 고독한 부엉이’라고 쓴 적 있다. ‘집에 있는 고슴도치’ 격이겠는데, 그 친구 중에 거북이-달팽이 커플은 마치 고도를 기다리는 에스트라공-블라디미르 같기도 했다. 가자, 기다려야지, 류의 대화가 그렇다. 그렇다면…… 오지 않는 건 망설임대마왕 고슴도치의 초대편지인가. 흠. 겨울 두통(감기?) 끝물에 읽어 이 책이 회복시켜준 것만 같다. 고슴도치는 겨울잠에 들고, 나는 일어나 비타민 사왔다. 외로움과 나눠 먹고 씩씩해져야지.


“나는 내 속도대로 갈 거야.” 달팽이가 말했다.
“멈춰 있겠다는 말이구나.”
“멈춰 있는 것도 내 속도의 일부야.”
그들은 한참 동안 서 있었다.
“이러면 거기 도착 못해.” 거북이가 말했다.
“눈을 감으면 나는 벌써 거기 가 있어.”
거북이는 잠시 곰곰 생각하다가 물었다.
“고슴도치가 보이니?”
“응.” (188)





덧글

  • 코양이 2017/02/25 18:59 # 답글

    이거 동화책인가요?? 아니면 만화인가용?? 살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 취한배 2017/02/26 00:02 #

    만화는 아니고 소위 '어른을 위한 동화'로 그림보단 글이 많습니당. 삽화가 예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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