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 그의 이야기 NoSmoking

드라큘라 그의 이야기 
레이몬드 맥널리.라두 플로레스쿠 지음, 하연희 옮김/루비박스


브람 스토커의 명작 <드라큘라>의 주인공으로 되살아난 15세기 실존 인물 블라드 체페슈를 추적한 책이다. 블라드 체페슈는 내게 엘리자베스 바토리나 질 드 레 같은 이름들과 나란히 분류되어 있는 어둠의 인물. 소녀들의 피로 목욕을 했다는 바토리, 어린 아이들을 학살하여 ‘푸른 수염’으로 오명을 남긴 드 레와 비슷한 악의 화신으로, ‘말뚝 처형’이 그 이름을 드높인 폭군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꽤나 엄한 민족주의자이기도 했던 모양이다. 기회주의적인 면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투르크에 대항해 무수한 전공을 세우기도 했다 한다.


15세기 루마니아 상황은 퍽 복잡하여 전쟁도 많고 권력 암투도 무수했겠다. 옛 지명이나 주변 왕들의 이름이 헷갈린다 싶었는데 뒤에 부록으로 당시 지도와 연대기, 가계도까지 붙어 있다. 이 책 초판은 1972년에 나와 ‘역사적 사실과 픽션을 접목시킨 새로운 형태의 흡혈귀 장르가 탄생하는 데 촉매 역할을 했다. 흡혈귀 드라큘라 백작이 실은 실존 인물이었으며 15세기 루마니아 영주 블라드 드라큘라였음을 최초로 밝힌 책’(227)이라고. 그 개정증보판이 지금 이 작품이고 1994년 작인데, 자료 조사로 증보될 여지가 많았을 앞부분, 실존인물 드라큘라의 행적에서는 중언부언이 많고 약간 산만한 감도 없지 않다.


드라큘라를 다루면서 브람 스토커를 빼놓을 순 없을 터. 스토커 일생과 집필과정이 충실하게 들어가 있다. (스토커의 <드라큘라>는 1897년에 나왔다.) 잠깐씩이지만 당시 유명인물들이 슬쩍 언급되는 것도 좋았다. 조지 버나드 쇼, 오스카 와일드,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 제임스 맥닐 휘슬러 같은 예술가들. 특히 스토커가 청혼하여 결혼한 플로렌스 발콤은 오스카 와일드에게서도 청혼을 받았던 사람이란다. 오홍. 더 안정적이고 수입이 좋은 스토커를 선택한 거라고. 이힝.


마지막 부분을 이루는 것은 ‘연극, 소설, 영화로 만나는 드라큘라’ 장으로, 역시 충실하다. 간단한 내용 설명과 뒷이야기들도 흥미진진. 옛날 드라큘라 영화라면 도맡아 출연했던 배우 벨라 루고시에 대해 짚어준 것도 인상적이었다. 이이의 유일한 경쟁상대는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역을 맡았던 보리스 카를로프였다는데,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역은 루고시가 제안 받고 거절했던 거였다고. 마약 중독에, 72세를 일기로 사망했을 때 ‘유언에 따라 루고시는 연미복과 메달, 붉은 새틴으로 안감을 댄 검은 드라큘라 망토를 걸친 채 묻혔다.’(247) 그이의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옛날 영화가 다시 보고 싶어지기도 했는데, 더 읽다보니 보고 싶은 게 그것만이 아니었다. 오랜만에 큭, 웃었다.


흡혈귀 코미디 제작 시도도 이어졌다. 로만 폴란스키가 감독한 <뱀파이이어의 댄스Dance of the Vampires>는 미국 개봉 당시 <용맹한 뱀파이어 킬러, 혹은 죄송합니다만 댁의 송곳니가 제 목에 박혀있습니다The Fearless Vampire Killers, or Pardon Me, Your Teeth Are in My Neck>(1967)란 제목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이른바 대박을 터뜨린 영화는, 조지 해밀턴의 벨라 루고시 흉내가 웃음을 자아내는 <첫 입에 반한 사랑>(1979)이었다. 드라큘라 백작의 트란실바니아 성이 영화의 무대이다. 밖에서 늑대 떼가 울부짖자 드라큘라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어둠의 자식들이여, 시끄럽다!” (248-249)


 

덧글

  • 달을향한사다리 2017/03/06 16:46 # 답글

    오오오~ 이 책 찜이요! 완전 흥미진진하겠네요^^
  • 취한배 2017/03/06 18:30 #

    약간 산만한 앞부분과 좀 나열형(?)인 뒷부분 감안하신다면;; 넹, 재밌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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