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완벽한 하루 Smoking

어느 완벽한 하루 - 8점
멜라니아 마추코 지음, 이현경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


이런 제목이라면 보통 반어법으로 읽히게 마련이다. 멜라니아 마추코의 <어느 완벽한 하루> 또한 매우 그렇다. ‘하루 소설’인데 분량이 만만찮은 게 이야기꾼 혹은 글쟁이로서의 탄탄한 역량이랄까. 시간별로 일어나는 하루 동안의 사건에서도(사건임에도), 인물의 개인사들이 다 그려지는 게 묘미이겠다. 중간쯤까지 읽었을 때 어쩜 이렇게 마음에 드는 인물이 하나도 없는지 화가 나서 덮을 뻔하기도 했다. 그랬다면 후회했겠다는 생각을, 다 읽은 지금 한다.


어쩌다보니 또 이탈리아인데 이번엔 로마 배경이다. 온갖 계층과 연령의 사람들. 로마를 좋아하거나, 싫어서 떠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 고위층의 허위의식과 하층의 빈곤하고 피곤한 삶들이 모자이크처럼 제시되다가 결국 병든 관계와 마음까지 들추어 보여준다. 신문 사회면에서 날마다 접하는 표면 사건을 ‘심층취재’ 하다보면 만날 모습일 수도 있겠다. 멀리서 보면 (표지 그림 같은) 희극, 가까이서 보면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아픈 비극.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박형규의 번역)인가. 그러고 보니 이 작품이 이탈리아의 톨스토이로 평가된다는 내용도 옮긴이의 글에서 본 것 같다.


‘어쩜 이렇게 마음에 드는 인물이 하나도 없는지’? 심층취재 류의 핍진함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로마가 배경이지만 우리 얘기 같기도 해서, 장소보다는 현대라는 시간 배경이 (끔찍한) 공감대를 이룬다. 조용한 가운데 눈으로 읽다가 욕하는 소리가 들려 놀랐는데, 내 목소리였다. 휴. 그렇다. 끔찍한 공감대, 가정에서의 폭력. 가정이라는 폭력. 완벽한 반어법의 어느 완벽한 하루다. 아래 발췌문의 ‘당신’은 오늘날 가족의 모습을 한 제도 내의 아버지, ‘나’는 아들이다.

당신은 당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책은 한번도 읽은 적이 없어요. 난 내게 뭘 가르치려 들지 않는 책만 읽어요. 당신은 공부하는 게 학위를 따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난 나 자신을, 당신이 날 태어나게 한 이 세상을 알고 싶어요. 당신은 하느님을 믿고, 난 믿지 않아요. 믿지 않으려고 해요. 지금 당신은 가정의 행복을 설교하고 있어요. 당신이 한번도 찾을 줄 몰랐던 것을. 좋은 기회를 두 번이나 놓친 당신이. 나는 새로운 가정을 위한 운동을 할 거예요. 당신은 모르는 가정이죠. 그 가정에서 아이들은 친아버지와 어머니, 형제는 없지만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 속에서 아버지들과 어머니들, 형들과 누나들을 갖게 될 거예요. (205-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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