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설의 첫 문장 - ![]() 김정선 지음/유유 |
이 책의 ‘첫 문장’은 소설의 첫 문장들만 모아 보면 어떨까 하는 아주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김정선,『소설의 첫 문장』 첫 문장, 유유, 2017)
저자의 방법론을 그대로 돌려주고자 한다. 이 책이 소설은 아니지만, ‘단지 소설의 첫 문장에 기대어 쓴 짧은 단상을 모은 책에 불과’(11)하다지만, 머리말 끝에서 저자가 ‘세상의 모든 소설가에게’ 전하는 ‘응원’(11)을, 나는 이 작고 아름다운 책을 쓴 저자 본인에게도 전하고 싶어서다. 벌써부터 삐걱대나, 내 문장?
글도 못 쓰는 내 주제에, 글쓰기 책은 정식으로 보려고 한 적이 없다. 그러니까, 외주 교정자의 ‘전문서’ 또는 ‘전공서’는 보지 않고 ‘교양서’만을 본 셈이겠다. 이 책 이전에 저자의 글쓰기 책이 두 권이나 나와 있는 지금은 꽤 늦은 뒷북이겠으나 써보자면, ‘외주 교정자’라는 팁 하나만으로 나는, 혹시 이이가 그이인가? 했다는 점이다. 이이는 김정선을, 그이는 이모부(임호부)를 말한다. ‘총구’ 편 173쪽 군대 일화를 <이모부의 서재>에서 읽은 게 기억나 옳거니, 큰 비밀이라도 발견한 양 좋아했다만…… ‘이름’ 편 193쪽에서 저자 스스로 이모부임을 밝혀버려 좌절했다. (땀 삐질 이모티콘 쓰고 싶은 걸 꾹 참음. 왜지?) 그러나 온라인 서점에서 김정선의 이름으로 <이모부의 서재>가 검색되지는 않는다. 작은 단절일 텐데, ‘팬심’에 자극이 되는 그 사실만으로 이제는 만족해야겠다.
글도 못 쓰는 내 주제에 글쓰기 책은 정식으로 보려고 한 적이 없는 이유는, 내가 글을 파는(賣)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고, 매력적인 글이 꼭 ‘바른’ 문장에서 온다고 생각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바른 문장이 싣고 있는 ‘꼰대스러운’ 내용에 학을 뗀 적이 있고, 소위 문장가를 자처하는 사람의 글이 내게는 매력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를 <소설의 첫 문장>에서 본 격이겠는데, 그렇다, <동사의 맛>과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를 보관함에 넣었다. 나도…… 잘 쓰고 싶어진 것이다!
과장하지 않고, 담담하고, 솔직하고, 겸손하고, 디자인도 한 몫 했겠고. 이 예쁜 책을 자기 이름으로 가지게 된 기분은 어떠할지. 부럽고, 좋고, 고맙다. 다시 첫 문장으로 돌아가서, ‘소설의 첫 문장들만 모아’ 본 시도가 고스란한 페이지가 내겐 무척 소중했다. ‘태초에 강이 있었다.’(벤 오크리, 장재영 옮김,『굶주린 길』, 문학과지성사, 2014)로 시작하여 ‘2002년 7월 어느 겨울날, 조제 파울로라는 남자는 썩은 마룻바닥에 구멍을 냈다.’(헤닝 망켈, 김재성 옮김,『불안한 낙원』, 뮤진트리, 2015)로 끝나는 ‘첫 문장 연대기’(268-271)가 그것인데, 각양각색의 소설 첫 문장들이 한 줄씩 이어지는 연대기가 말할 수 없이 멋진 울림을 가진다. 이 네 쪽이 없었다면 섭섭해 했을 거다. (웃음 이모티콘 쓰고 싶은 걸 꾹 참음. 왜지?)






덧글
그런데요, 측근님.
저는 측근님의 팬이기도 한 사람으로서, 측근님도 글을 무척, 매우 잘 쓰신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게다가 측근님은 책 한 권을 읽으면 거기에 연관되는 무수히 많은 사항들이 머릿속에 펼쳐지시는 것 같고, 그걸 풀어놓아주셔서, 늘상 대단하다 생각하고 있어요. 더 잘 쓰고 싶어진다는 그 욕심도 참 좋고요, 그렇지만 지금도 충분히 멋진 글을 쓰신다는 것도 분명히 밝히겠습니다!
이건 어쩐지 부끄러워서 비공개..
라고 쓰면 나는 다시는 못볼테니 그냥 공개........
(다시)아웅. 다락방 님. 고맙습니다. 저는 제 문장을 누군가가 다듬어 주는 게 참 좋더라고요. 모난 부분이 많은데 그게 '잘 읽히는' 글로 고쳐지는 거 말이지요. 저도 곧 <동사의 맛> 영접하고 <내 문장이~>까지 섭렵한 후 멋진 글쓴이, 아니 '멋진 글' 쓴 이로 거듭날 겁니돠! (불끈? 과연?!ㅋㅋㅋㅋ) 아, 김정선 님의 차분한 문장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어요.
이글루스 비로그인+비공개 덧글시스템 나빠요읭. 그렇지만 (그래서?) 다락방 님 짱.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