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트먼의 천국 Smoking

휘트먼의 천국 - 10점
마이클 커닝햄 지음, 김홍엽 옮김/생각의나무


『세월』로 버지니아 울프를 그렇게도 멋지게 재창조해냈던 마이클 커닝햄. 그이가 주무른 월트 휘트먼은 어떤가. 역시 놀랍다. 시간차를 둔 세 가지 구성 또한 유사하다. 이번엔 미래도 들어갔다. 월트 휘트먼이 훌륭한가, 마이클 커닝햄이 훌륭한가, 아마 둘 다이겠다. 천재가 천재를 천재적으로 해석, 변주할 수 있는 것 아니겠나. 멋져서 눈물이 핑그르르.


1편은 19세기 휘트먼 동시대가 배경. 2편은 9ㆍ11의 그림자가 끼어 있는 21세기 초, 우리 동시대가 되겠고, 3편은 핵폭발 이후 지구가 배경이다. 중심인물들의 이름과 뉴욕의 특정 장소와 사물이 겹치는 연작이다. 휘트먼에서 내가 읽었던 ‘순환’이기도 하겠다. 시간을 초월하는 휘트먼의 웅변이 곳곳에 등장하는데 이탤릭체로 와줘서 고맙기도 했다. 특히 휘트먼의 시가 테러리스트의 도그마로 이용되는 2편에서는 어찌나 마음이 아팠는지.


“월트가 너를 괴롭혔니?” 그녀가 물었다.
“아니.”
“그러면 왜 그녀가 네가 죽기를 원한다고 생각하지? 그런 건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우리는 죽지 않아. 우리는 풀잎이 되는 거야. 우리는 나무가 되는 거야.” (284,「어린이들의 십자군」)


제목만으로도 알 수 있을, 어린이 테러범 이야기다. 천국에 가면 부귀영화와 선녀들을 만난다는 세뇌 이후 폭탄을 몸에 두르고 ‘성전’에 나서는 아이들이 모티브이겠다. 세 편에 모두 주요하게 등장하는 어린이는 물론, 『풀잎』에서 두 손 가득 들고 내밀면서 ‘풀잎이 뭐예요?’라고 묻는 이일 테다. ‘그 애가 알지 못하듯, 나도 알지 못한다’(『풀잎』중)는 기조. 휘트먼도 커닝햄도 소위 ‘꼰대’가 아닌 것이다.


전 지구적인 평등과 순환을, 커닝햄은 미래와 우주까지로 넓혔는지도 모르겠다. 자연과 역사와 생명과 존엄성과 평화와 평등을 노래하는, 그야말로 장엄한 시, 휘트먼을 대했을 때 말문이 막힐 법도 하건만 커닝햄은 자기 식으로 『풀잎』리뷰를 쓴 것 같기도 하다. 작품을 작게 만들지 않는 최고의 변주. 울프와 휘트먼 다음 누구일지, 커닝햄 님이 다루는 작가라면 그 누구이든, 좇아 읽고 사랑할 거다. 그리고 이런 책은 절판이면 안 되는 거다.


소설가들이 그러하듯이, 나도 특별히 개인적이거나 고독한 사람은 아니다. 나는 믿을 만한 소수의 진실한 친구들과 진행 중인 작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며, 그들의 생각들을 사려 깊게 경청한다. 나는 또한 다양한 독자들에게 다양한 초안들을 보여주며, 그 독자들 개개인은 나 혼자서 창작할 수 있는 이상으로 문제의 소설을 훨씬 튼실하고 진실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470, 감사의 말)






사이먼과 카타린은 반마일 혹은 그 이상이나 털털거리는 차를 몰고 갔다. 라디오에서는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계속해서 <본 투 런>을 노래했다. (356)

 


덧글

  • 달을향한사다리 2017/01/25 16:39 # 답글

    '천재가 천재를...'이라니, 이 책도 꼭 읽어야겠군요!!

    ... 라고 쓰고 당차게 클릭했더니 품절이네요ㅠ
  • 취한배 2017/01/26 00:32 #

    그러니까요.ㅠ
    도서관도서관, 사다리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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