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 NoSmoking

풀잎 
월트 휘트먼 지음, 허현숙 옮김/열린책들


낭독하다가는 목이 쉴 것 같은 웅변조의 월트 휘트먼이다. <나 자신의 노래>에서 찾았다, 풀잎.


한 아이가 물었다, 풀잎이 뭐예요? 손안 가득 그것을 가져와 내밀면서.
내가 그 애에게 무어라 답할 수 있을까…… 그것이 무엇인지 그 애가 알지 못하듯 나도 알지 못하는데.

나는 그것이 내 기분의 깃발, 희망찬 초록 뭉치들로 직조된 깃발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나는 그것이 하느님의 손수건이라고 생각한다,
향기로운 선물이자 일부러 떨어뜨려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한구석 어디엔가 그 주인의 이름을 간직하고 있어 그것을 본 우리가 누구 것이지? 하고 묻게 되는 그런 것.

아니면 나는 풀잎은 아이 그 자체라고…… 식물로 만들어진 아이라고 생각한다.

아니면 나는 그것이 불변의 상형 문자라고 여긴다,
그리고 그것은, 넓은 곳에서든 좁은 곳에서든 똑같이 피어나며,
흑인들 사이에서, 마치 백인들 사이에서처럼,
프랑스계 캐나다인, 버지니아 사람, 하원 의원들, 아프리카 출신 미국인들 사이에서처럼 자라난다는 것, 내가 그들에게 똑같이 주고 똑같이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지금 그것은 내게 깎이지 않은 아름다운 죽음의 머리칼로 보인다. (50-52, 나 자신의 노래)


 

나 자신과 연결된 세상, 전우주적임, 순환, 같은 단어들을 썼다가, 종국에는 참 크다, 하게 된다. 닳은 표현이지만 ‘위대한 시인,’ 맞나 보다. 마이클 커닝햄의 <휘트먼의 천국>을 읽기 위해 들어선 길에서, 이 거대한 풀잎의 순환과 철학을 만난 새벽, 어제. 옹졸한 마음에 지쳤을 때, 매몰차게 돌아서는 등을 보았을 때. 미안하다, 연민한다.


내가 사랑하는 풀에서 자라나기 위해 나는 나 자신을 오물에 맡긴다,
당신이 다시 나를 원한다면 당신의 구두창 밑에서 나를 찾아라.

당신은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결코 알지 못하리라,
그러나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에게 건강을 줄 것이다,
그리고 당신의 피를 거르고 섬유질을 공급할 것이다.

처음에 나를 뽑는 것에 실패해도 계속 용기를 가져라,
한 곳에서 나를 놓쳐도 다른 곳에서 찾아라,
나는 당신을 기다리는 곳에서 가만히 서 있으니. (150-151, 나 자신의 노래)



 

핑백

  • 술집에서 문득 본 진실 : 휘트먼의 천국 2017-01-21 22:22:15 #

    ... 휘트먼의 천국 - 마이클 커닝햄 지음, 김홍엽 옮김/생각의나무『세월』로 버지니아 울프를 그렇게도 멋지게 재창조해냈던 마이클 커닝햄. 그이가 주무른 월트 휘트먼은 어떤가. 역시 놀랍다. 시간차를 둔 세 가지 구성 또한 유사하다. 이번엔 미래도 들어갔다. 월트 휘트먼이 훌륭한가, 마이클 커닝햄이 훌륭한가, 아마 둘 ... more

덧글

댓글 입력 영역


moon

CURRENT MOON

뉴스타파

알라딘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