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의 풍토 Smoking

광기의 풍토
이스마일 카다레 지음, 이창실 옮김/문학동네

 

“그건 말이지……” 하고 일리르가 우물거리며 말했고, “그건 말이지……”하고 내가 뾰로통한 얼굴로 일리르의 말을 되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우린 그때껏 찾으려 애쓰던 정확한 표현을 생각해냈다. 그러니까 그 유령이란 다름 아닌 참을 수 없는 권태였다. (31,「광기의 풍토」)


세 개의 단편이 실렸다. 표제작이 「광기의 풍토」. 어린이 시선이 담아내는 가족과 사회의 변화상이다. 꿈틀꿈틀 뭔가 큰 움직임이 있어는 보이는데, 실상에 어린이의 상상까지 더해지니 뭐가 무섭고 뭐가 우스운지 잘 모르겠는, 알바니아의 현대사이겠다. 어린이 시절을 생각해보면, 우리 80년대에도 맞다, 나 또한 권태로웠다. 그 잔인한 격동기에도 어린이로 보내는 시절은. 그게 어쩌면 어린이로서의 특권일지도 모르겠고.


『부서진 사월』이후로 줄곧 읽어온 이스마일 카다레다. 찾아보니 번역 출간된 작품들 중 『누가 후계자를 죽였는가』 하나만 빼고 다 읽은 셈이다. 절판인 『H서류』는 파본이어서 출판사에 문의해 정본으로 교환 받은 기억도 난다. 『광기의 풍토』 중 「광기의 풍토」는 『부서진 사월』의 느낌이, 「술의 나날」은 『H서류』의 느낌이 어렴풋하게 난다. 그러니까 저 두 장편에 대한 소품인 듯 여겨지기도 한다. 카다레, 카다레, 음, 업데이트할 신간이 간절하기도 한데…… 1936년생 카다레 님 건강은 하신지. 날이 갈수록 부고가 많은 게, 이렇게 늙어가는 건가 보다. ‘참을 수 없는 권태’가 그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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