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oking

- 8점
존 버거 지음, 김현우 옮김/열화당

 

라틴어에 ‘후마니타스’라는 말이 있는데, 서로 도우려는 사람들의 성향을 일컫는 거야. 우리 조상님은 말이다, 킹, ‘후마니타스(humanitas)’라는 단어가 ‘후마레(humare)’라는 동사에서 온 거라고 믿었어. ‘묻다’는 뜻이지. 죽은 사람을 묻어 주는 거 말이야. 인간성이라는 건, 그분의 생각에 따르면, 죽은 사람들을 존중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거였어. 그런데 킹, 너도 뼈를 묻잖아, 그렇지? (95)


오이디푸스의 딸 안티고네가 죽은 오빠들을 묻어주려고 그렇게 애썼던 일화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묻어서 존엄성을 지켜주려고. 후마레, 후마니타스. ‘뼈를 묻는’ 킹은 화자이고 개다. 나는 개로소이다. 노숙인들이 이룬 한 부락의 이야기, 존 버거는 그들에게 존엄성을 돌려주고 있는 것 같다. 소설 속에 르포를 담은 느낌. 환상 속에 깃든 리얼리즘. 소설에서도 잠깐 언급되는 사진작가 살가도의 작품을 봤을 때와 비슷한 감상이 남는다. 이미지가 너무 아름다워서 내용으로는 깊숙이 다가가지 안/못해도 되게 하는 어떤 아우라. 형식과 내용이 만드는 부조화 같은 것. 존 버거의 색채이기도 하겠다. 늘 약간은 거리감을 느끼게 하는데, 그 거리감이 있어서 자꾸만 가까이 가고 싶게 만드는? 이제 영원히 남을 거리감이 됐고 그리움이 됐다. 부디 잘 묻히셨기를. 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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