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메이카 여인숙 Smoking

자메이카 여인숙 
대프니 듀 모리에 지음, 한애경.이봉지 옮김/현대문학

대프니 듀 모리에의 고딕. <레베카>는 히치코크 영화로 보았고 <자메이카 여인숙>은 소설로 읽는다. 어머니를 죽음으로 떠나보내고 그 유언에 따라, 메리는 자신의 유일한 핏줄 페이션스 이모에게로 오게 된다. 이모와 이모부는 황무지에 위치한 자메이카 여인숙을 경영하고 있다. 20세기 작가이고 19세기 배경이다. 낡은 감이 없지 않다. 그러고 보니 21세기 작가 세라 워터스가 즐겨 배경으로 다루는 시기와 같은가보다. 낭만적인 사랑과, 숙녀ㆍ신사 타령, 치렁치렁 긴 드레스와 여성 억압의 빅토리아 시대. 낭만과 고딕이 같이 오기 좋은 배경이기도 하겠다만. ‘당신은 여자이니’라는 대사가 여러 번 나오는데 짜증스럽기도 하다.


감안하고. 곰곰. 어쩌면 메리가, 음산한 분위기 속 황야의 외딴 여인숙에 툭 떨어진 제인 에어 같기도 하다. 브론테가 제시한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진 리스가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에서 풀어주었듯, 대프니 듀 모리에가 등장시킨 페이션스 이모에 대한 프리퀄 또는 스핀오프도 있어야 정당할 것만 같다. 그렇게 명랑하고 해맑던 이모가 쪼그라들어 거의 신경쇠약, 이름처럼 ‘인내’만 보이다가 별 역할 없이 사라지니 말이다. 그리고 ‘원래 나쁜 피’여서 처음부터 악역을 맡은 이모부의 사연 또한 궁금해지긴 마찬가지다.


그녀는 그의 태도에 상처를 받았다. 뭔가 그 이상을 기대했었다. 처음 창밖 마당에서 그의 모습을 보았을 때는, 한때 사랑했던 연인이 한밤중에 찾아온 거라고 생각했다. 그의 차가운 태도에 뜨거운 열정이 사라졌다. 그가 자기 얼굴에 스친 실망감을 보지 못했을 거라 생각하면서 그녀는 곧 마음을 닫아버렸다.
그는 심지어 그녀가 그날 밤 어떻게 돌아갔는지도 묻지 않았다. 그의 무관심에 그녀는 기절이라도 할 지경이었다. (312-313)


낭만을 잊을 뻔했다. 격정적이지도 않고 위태로워만 보이는 사랑일지언정. 여인숙 이름이 멋지다 싶었는데 실제 그 지역 콘월에 있는 숙박시설이고 작가가 머무르기도 했다고 해설에 쓰여 있다. 예약을 할 만큼 반하지는 못한 게 약점이겠다. 2016년 마지막 날 마지막 리뷰를 급하게 쓰고 이제 정선생과 민주주의 하러(ⓒ김쫑) 간다. 김밥과 포도주 챙기고, 송박영신.



덧글

  • 2016/12/31 23:10 # 삭제 답글

    오 콘월이 좋다고 며칠 전 얘길 들었는데 여기서 또 만나네요! 이번엔 자메이카 여인숙.. 이젠 뭔가 지명 들어간 소설 제목만 보면 배님부터 떠오름 ㅋㅋ
    김밥과 포도주! 저는 영국 남부의 바닷가 마을에 가서 피쉬엔칩스를 먹을 예정입니다. 하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내년은 좀 더 나은 한 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하트 뿅뿅)
  • 취한배 2017/01/01 20:52 #

    술쟁이가족 모임에서 들었던 얘기인가요? 영국은 이제 포 님께 아주 친숙한 곳이겠어요! 이번엔 남부 바다까지 진출;; 배 타고 돌아가세요!ㅋㅋ 좋은 시간 되길 바랍니다.
    해피 뉴 이어 포 님. (하트 접수)
  • 달을향한사다리 2017/01/02 16:57 # 답글

    저도 페이션스 이모 이야기가 궁금하긴 하더라구요. 결말이 짜증났던 기억이... ㅋㅋㅋ

    행복한 새해 되세요~
  • 취한배 2017/01/02 22:36 #

    생각해보니 문득... 메리의 짜증나는 결말이, 우리가 궁금해 하는 페이션스 이모의 사연, 과거 모습일 수도 있겠다는 느낌도 들어요. 돌고 도는 짜증.ㅋㅋ
    넹. 고맙습니다. 사다리 님도 새해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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