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체파리의 비법 Smoking

체체파리의 비법 - 10점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지음, 이수현 옮김/아작

 

“인간다움에 대해 뭘 아는데, 젊은이? (…) 미쳐서 싸우고 수백만을 죽이고 서로를 노예로 삼는 이들도 있었어. 마치 그러면 생명을 더 얻을 수 있다는 듯이 말이야. 또 서로를 위해 자기들의 귀한 생명을 포기하는 이들도 있었지. 인간은 사랑했어. 그리고 사랑하는 상대가 늙고 죽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했어. 그런 고통과 절망 속에서 인간은 건물을 지었고, 몸부림쳤고, 노래를 부르기도 했지.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인간은 성교했어! 뒤엉키고, 교접하고, 사랑을 나눴지!” (491-492,「비애곡」)



‘팁트리 신드롬’을 모르고 봤으면 달랐을까. 아니. 저작 시기가 1970년대라는 사실을 모르고 봤으면 달랐을까. 아니. 슬프거나 희망적이거나 놀랍거나 한 미래, 우주. 인간다움과 사물에 대한 천착을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에서 읽는다. 인류종말도, 외계생명체 상정도 결국 이 인간다움에 대한 고민에서 나오는 것 같다. 과학소설의 장기이고 문학과 상상력의 미덕이겠다. 감동이 아마도 그 결과일 텐데 뜬금없이 그것, 감동의 쓸모를 생각해보다가 공감, 마음의 움직임, 내 곁에 있는 같은 인류 종족인 너에 대한 소중함, 좀 더 나은 환경을 만들거나 적어도 지구와 인류에 폐가 되지는 말아야지 하는 다짐 같은 말들을 끼적여본다.


아무것도 못 하겠어, 라는 주변 사람들의 푸념이 위로로 다가오는 이상한 철. 책까지 읽히지 않으니 나 또한 심신이 피폐한 게 틀림없는데, 그래서(?) 뒤부터 읽었다. 그러길 잘 했다. 신경 써 배치한 중단편들일 텐데 마지막에 놓인 작품이 아주 강렬했다.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의 인간다움 탐구가 가장 잘 스민 작품인 것도 같고. 제목이 「비애곡」이라 우울모드 작정은 했지만, 인류종말의 모습이 이 정도라면, 슬프면서도 참 아름답다. 외롭지 않다. 촛불 같다.


내가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말할 수 있다면 지금의 나를 넘어서는 존재이리라. 그리고 아마 미래에 살기도 할 것이다. 인간이란 저만치 앞서가서 돌아볼 때나 인식할 무엇이 아닐까... 하지만 분명 “인간”은 총명한 아이의 눈에서 볼 수 있는 눈부신 이미지와 관계가 있기는 할 것이다. 삶을 탐험하고, 의문하며, 열렬히 이해해보려 하는, 파괴적이지 않은 탐구심. 나는 그 정신이 우리 모두의 핵심이라 본다.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5)


 

덧글

  • 2016/12/24 12:07 # 삭제 답글

    앗 결국 읽으셨군요!!! 감사해요 ㅋㅋㅋ 근데 참 위의 스팸 덧글은 안어울려도 이렇게 안어울리는 글에 저렇게 달았대요 참나..
    즐거운 독서였길 바랍니다. 전 비행기 경유하느라 기다리고 있어요. 너무 힘들다...
  • 취한배 2016/12/25 22:29 #

    넹. 읽었어요. 감사라늬; 제가 감사요.ㅋㅋㅋ 박시연 씨 스팸신고는 했고요.
    포 님 지금쯤이면 술쟁이가족과 계시려나요? 무탈 비행+즐거운 모임 되기를 바람미당. 메리 크리스마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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