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팬스: 깨어난 괴물 1, 2 Smoking

익스팬스 : 깨어난 괴물 1 - 10점
제임스 S. A. 코리 지음, 최용준 옮김/아작
익스팬스 : 깨어난 괴물  2 - 10점
제임스 S. A. 코리 지음, 최용준 옮김/아작


밀러가 줄리를 찾아다닌 건 바로 이 때문이었다. 줄리는 밀러의 일부가 되었고, 인간의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지금 이처럼 되지 않았다면 될 수 있었을 모습에 대한 상징이었다. 밀러의 상상 속 줄리가 진짜 그 여인과 어떤 공통점을 가져야 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줄리를 만나는 건 둘 모두에게 실망스러운 일이었으리라. (1권 421)


처음부터 죽어 등장하는 주요 인물 줄리 마오는 마치 <트윈픽스>의 로라 팔머같다. 어, 그러고 보니 번갈아가며 관점을 보여주는 두 중심인물 홀던과 밀러도, 트루먼 보안관과 쿠퍼 FBI 수사관에 대입되는 것도 같다. 어쨌든. 분위기는 퍽 다르나 미드라는 공통점은 있고, 나는 <익스팬스>를 책으로만 막 접한 참이다. ‘팽창, 확대, 광활한 공간’이라는 뜻의 원제. ‘스페이스 오페라’인 만큼 거기 어울리는 제목이기도 하다. 깨어났다는 괴물은 1권 첫 장에 인상적으로 등장. 한동안 잊게 했다가 나중에 그 본모습을 드러내는데 아흑, 무섭다.


내행성, 소행성대, 외행성 뿐 아니라 그 위성들의 이름이 마구잡이로 나와 처음엔 뭐가 뭔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았으나 조금 지나니 한 행성이 그냥 한 나라 같다. 나라들 간의 알력과 경쟁과 전쟁이 스페이스 스케일로 펼쳐진다. 산만해 보였던 건, 책이 아니라 나였지 싶다. 이런 책을 읽기에 시기가 좋지 않았다. 동화가 읽고 싶구나. 그러나 어떤 책을 읽어도, 더구나 좋은 문학이라면, 시의성이 있게 마련이다.


“너희가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이 메시지는 방금 너희가 가스로 만들어버린 민간 얼음 수송선 캔터베리 호의 파괴를 명령한 자들에게 보내는 내용이다. 그딴 짓을 하고서 그냥 내뺄 수 있을 줄 아느냐. 이 개새끼들아. 너희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상관없다. 하지만 너희는 방금 내 친구 50명을 죽였다. 너희는 그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야만 한다. 나는 그 우주선에 탔다가 죽은 모두의 이름과 사진을 너희에게 보낸다. 너희가 무슨 짓을 했는지 잘 보기 바란다. 네놈들의 정체를 내가 알아낼 동안, 너희가 한 짓을 곰곰이 생각해봐라.” (1권 89-90)


스페이스 단위, 그러니까 엄청나게 큰 규모의 수와 수학이 논의대상일 때에도 결국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들이 그 내용임을, 확률과 통계로 계산되는 실용성이라는 것이 비인간적임을, 정의로운 홀던이 역설한다. 정의로움과 민주주의 의식을 갖지 않은 선장이라면 탄핵되는 게 옳다. 로시난테 호 멤버는 이상적인 행정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선장이 바보짓을 할 때 지적해주는 부선장이 있고 조종사와 정비사는 자기 전문 분야에 유능하고, 책임진다. ‘경고 클랙슨이 세 번 울렸다. 2분도 되지 않아 알렉스가 사다리를 타고 조종석으로 갔으며, 다시 30초 뒤에 나오미가 재빨리 자기 자리에 가 앉았다.’(2권 390) 비상사태 시 머리를 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중력 변화로 인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약물 주사를 맞기는 해도.


두 명의 작가가 같이 썼다는데 그 협업은 마치 홀던-밀러, 홀던-나오미, 밀러-줄리 와 같은, 각기 다른 느낌의 관계항들의 연쇄에 있는 듯도 하다. 갈등, 사랑, 애착이 주를 이루는 저 관계항들의 종합이 두 작가 사이에 있지 않았을까 싶다. 거기에서 생기는 시너지, 상상력은 차갑지 않다. 그 누구도 ‘우주적 외로움’에 처하게 하지 않아 고맙다. 모두가 성공했고 태양계는 23세기에도 건재하다. 다시 생각해보니, SF ‘따위’ 읽고 앉았기에 시기가 나쁘지도 않았다. 블루 필의 블루하우스보다 훨씬 덜 얼토당토않은, 탄핵정국의 5별 <익스팬스>다.


옥에 티? 2권 40쪽. ‘홀던은 홀던을 돌아보며.’ 유체이탈인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누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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