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누운 밤 Smoking

드러누운 밤 - 10점
훌리오 코르타사르 지음, 박병규 옮김/창비


드러누운 밤 끼고 있기에 제격. 깜짝깜짝 놀라기도 했고, 때로는 섬뜩하니 무서워 이불을 더 덮기도 했다. 친절하지 않은 진술은 읽는 눈을 점점 더 끌어당긴다. 묘한 빈틈들. 상상의 공간. 제각각 다른 느낌의 작품과 작품 사이 쉼이 많이 필요했고 그때마다 꿈을 꾼 듯도 하다. 특히 안토니오니 감독이 「Blow-up」으로 만들어낸 원작단편 「악마의 침」은 영화와 또 다르게 멋진 걸작이다. 해설에 따르면 코르타사르는 그 영화가 탐탁지 않았던 모양인데, 그럴 만도 했겠다. 이걸 어떻게 영화로, 화면으로 옮기나 싶은 환상의 문장들이기에. 덕분에 독자로, 관객으로 두 가지 걸작을 가지게 된 건 행복한 일이지만.


그때 나는 그들 사이에 일어나야만 하는 일과 일어났어야만 하는 일과 그 순간에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이 무엇인지 이해했다. (이런 것을 이해라고 할 수 있다면 말이다.) 내가 멋모르고 끼어들어 질서를 헝클어뜨렸기 때문에 일어나지 않은 일이 이제 일어나려고 하며, 완결되려고 하고 있었다. (157-158,「악마의 침」)


열네 개의 단편과 한 개의 중편으로 만나는 코르타사르. 한 작품도 빠질 것 없이 강렬하고 멋진데다, 작품의 순서까지도 마음에 드는 작품집이다. 코르타사르의 집, 세계로 초대하는 듯한 「점거당한 집」으로 시작해 마지막 작품, 묵직한 중편 「추적자」는 찰리 파커로 여겨지는 연주가의 말년으로 끝난다. 침대에서 읽기 좋아한다면, 간혹 악몽을 줄지도 모르지만, 제목도 마침맞은, 드러누운 밤.


331쪽



덧글

  • 2016/11/16 17:46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취한배 2016/11/16 22:22 #

    못살아.ㅋㅋㅋㅋ 이 귀여움을 어째요. 모르긴 몰라도 아마 제가 더 떨었지 싶은데, 게다가 밀당 같은 거는 죽어도 못하고. 그나마 다정다정했다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요! 이희희, 요새 잠을 잘 못 잤는데 친구님 꿈에 출현하려고 그랬나 봅니다. 이 책은 뭔가 되게 수수께끼 같았어요. 시험받는 독자가 된 느낌이랄까요, 아무튼. 아이, 고마워요. (부끄러우면서 좋아한다.)
댓글 입력 영역


moon

CURRENT MOON

뉴스타파

알라딘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