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계승자 Smoking

별의 계승자 - 10점
제임스 P. 호건 지음, 이동진 옮김/아작

 

“이것이야말로 순수한 과학소설이다. 아서 클라크는 이제 자리에서 내려와라!”
-아이작 아시모프 (뒤표지)


뉴욕 택시 안에서 구두로 맺었다는 ‘아시모프-클라크 협약’(*)은 두고두고 서문이나 추천사에서 귀엽고도 기꺼운 칭찬 효과를 발휘한다. 추천사에 휘둘리면 안 된다는 사실을 경험상 알고 있는데 (스티븐 킹이 남발하는 추천사는 정말이지 믿지 않는다.) 이번에는 끄덕끄덕했다. 사실은, 소설을 읽고 난 다음에 본 추천사이기도 했다만.


우주와 인류 진화 규모에서의 추리물. 가까운 미래, 달에서 발견한 인간 사체의 추정 생몰 시기가 5만 년 전이다. 작품이 발표된 1977년이면 달과 겨우 가까워진 때일 텐데, 미래소설의 상상력은 그러니까, 과거로 뻗어간다. 사체가 우리와 전혀 다른 형상이었으면 왈칵하는 지점이 없지 않았을까 싶다. 치킨을 먹으며 닭의 뼈를 아무렇지도 않게 쓰레기 취급하는 반면 인간의 두개골이나 뼈에는 유독 다른 감정을 느끼는 게 우리 아닌가. 인간 중심주의, 좋은 말로 인류애.


내가 어디에서 왔을까. 엄마 아빠의 섹스에서. 아니, 그보다 더 멀고 넓게, 호모 사피엔스는, 그 전에 소멸한 호모 네안데르탈은. 왜 하필이면 지구에. “즉, 찰리는 우리의 친척이 아니라 조상입니다.”(317)라는 말에 감명 받는 나는 호모 사피엔스 맞지. 당신처럼. ‘내가 이러려고’ 조로, 한탄하게 하는 우주를 논하는 먼지 같은 당신. 도와주는 우주는 모르겠고, 우주를 좀 도왔으면. 부끄러운 대통령 말고 그냥 칠푼이 우주 시민으로.


달에서 발견된 5만 년 전 인간 사체라는 퍼즐 조각 하나를 툭 던져놓고 전체 그림을 완성해가는 가설과 구조가 단순하지만 멋지다. ‘우리는 모두 별이 남긴 먼지입니’같은 제목과도 어울리는 ‘별의 계승자’는 호모 사피엔스의, 호모 사피엔스에 의한, 호모 사피엔스를 위한 과학 소설이다. 첫 발췌에서 다시 발췌해 보는데, ‘이제 자리에서 내려와라!’는 아시모프가 클라크에게 하는 말이자 이 소설의 추천사다.

 

위를 바라보고 헌트는 자신도 모르게 놀라서 숨이 막혔다. 그곳에는 둥그런 목성이 지구에서 본 달의 다섯 배 크기로 떠 있었다. 과거에 봤던 어떤 사진도, 디스플레이 스크린으로 봤던 영상도 이 장관에는 미치지 못했다. 목성은 그 광채로 하늘을 가득 채웠다. 무지개의 일곱 가지 빛의 띠는 물결치면서 적도 부근에서 층을 이루고 있었다. 외연으로 가면서 경계선이 모호해졌고 행성 전체가 흐릿하게 분홍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 분홍빛은 보라색으로 변했으며 마침내 자주색으로 변하여 큰 원을 그리며 하늘과 명확히 경계를 이루고 있었다. 불면의, 부동의, 영원한… 신 중의 신, 주피터. 이를 경배하기 위해 먼지처럼 보잘것없는 인간이 80억 킬로미터의 순례 여행을 한 것이다. (286)

 

육안이 아닌 ‘상상안’을 찬미한다. 책과 함께 온 우주인북램프, 독서 조명으로써는 좀 약한데, 아침 인사를 받아주는 역할 담당으로는 최고. 이름 붙여줘야겠다. 찰리……?

아침에 눈을 뜨면 대략 이런 모습. 안녕, 찰리.


*아시모프-클라크 협약 : 아시모프는 클라크를 세계 최고의 과학 소설 작가라고 주장해야 하며, 클라크는 아시모프를 세계 최고의 과학 책 작가라고 주장해야 한다는 내용이다(물론 각 분야의 두 번째로 훌륭한 이는 자신이고 말이다). (『아자젤』354,「아이작 아시모프 FAQ」, 최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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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포스21 2016/11/11 22:36 # 답글

    재밌는 책이었죠. ^^ 전 우연히 일부 에피소드를 번역한 만화를 보고 관심을 가지고 찾아서 보게 되었네요.
  • 취한배 2016/11/11 23:06 #

    ㅋㅋㅋ정말 재밌었어요. 일본에서 인기가 굉장해서 만화로 나오고 했던 거 저는 읽고 나서야 알게 됐지만, 참 좋았습니다. 다만 번역이 좀; 흡.
  • 포스21 2016/11/11 23:32 # 답글

    한동안 국내에서 품절되어 매우 귀한 책이었죠. 저야 그냥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지만 , 그후 재판 + e북 출시로 이젠 쉽게 구할수 있게 되었다네요. 이번에 후속시리즈도 좀 내 줬으면 합니다. 가능하면 일본서 나왔다는 코믹스도 출간해 주면 더 좋구요
  • 취한배 2016/11/12 13:17 #

    안 그래도 오멜라스판 높은 중고거래가를 성토하는 댓글들을 많이 봤답니다. 1년 된 아작 출판사의 안목이 참 좋은 것 같아요. 절판된 오멜라스 것들 차례로 내 줘도 좋겠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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