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지는 빛 Smoking

멀어지는 빛 - 8점
토마스 곤살레스 지음, 김현철 옮김/천권의책


화자의 현재 시점이 2018년이다. 미래소설인가? 아닌데, 왜지. 원서 출간년도가 2011년. 1950년생인 작가-화자가 더 노년에 가까운 자신을 그려보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개인사로 보자면 미래소설 맞겠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조금씩 풀어놓는 상실과 노화 이야기. 제목이 말해주듯 시력을 잃어가는 화자이고, 더구나 직업이 화가인 화자이다. 그림을 못 그리게 된 화가-화자의 언어는 어떨까. 표현하고자 하는 의지가 그대로라면, 표현 도구를 바꾸어가는 지난한 훈련 과정 아닐지.


내 얘기를 섞자면, 예전에 직업으로 사진을 찍고 있을 때, 같이 일하던 동료이자 애인 토마스와 그런 얘기를 한 적 있다. 자신에게 올 육체적 노화현상이나 장애 중 가장 무서운 거라면 시각장애라고. 노안이 시작되면서 더욱, 예사롭지 않게 읽힌다. 책의 만듦새까지 언급하고 싶은데 활자가 큼지막한 게, 글씨를 크게크게밖에 쓸 수 없는 화자에 맞춤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노안인 독자 내게도 고마운 편집이다.


담담하게 이어지는 진술 속에 놀라운 죽음이 하나 들어앉아 있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가망 없고 무의미한 고통을 겪는 아들이 극단적으로 취할 법한 어떤 선택. 예정한(예정된, 이 아니다) 상실을 가까운 이들이 함께 견디어 주는, 아프고 아픈 설정이다. 다 읽고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 보니 첫 문장이 새로 보인다. ‘그날 밤’을 얘기하기 위한 멋진 첫 걸음. 툭 던져놓고 보니 주저리주저리 자서전이 되어버린 어떤 기록, 소설.


그날 밤 나는 오래도록 깨어 있었다. 사라 역시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나는 사라의 가무잡잡한 어깨를, 쉰아홉이라는 나이에도 여전히 날씬한 등을 바라보며 그 아름다움에서 위안을 얻었다. 우리는 간혹 손을 마주 잡았다. 아파트 안에서는 아무도 잠들지 못했고, 어느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누군가 이따금 기침을 하거나 화장실을 들락거릴 뿐이었다. (9)





덧글

댓글 입력 영역


moon

CURRENT MOON

뉴스타파

알라딘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