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Smoking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황소연 옮김/북로드
 

똑같은 제목의 신경심리학책이 보관함에 들어 있다. 알렉산드르 R. 루리야의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는 ‘기억의 병리학에 관한 임상 보고서’(알라딘 책소개). 그것의 범죄ㆍ탐정물 버전쯤 되려나. 과잉기억장애를 가진 남자가 주인공이다. 보르헤스에서도, 루리야에서도 망각의 효용 같은 것을 읽을 수 있지 싶은데, 데이비드 발다치의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데커도 똑같이 외친다.


“뭔가를 잊을 수 있다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그러는 것처럼, 나도 좀 잊고 싶어요.” (320)


탐정 주인공으로서는 최고의 장점이자 강점이기도 하겠으나 본인은 정작 굉장한 고통을 겪는다. 잠시도 멈출 줄 모르는 두뇌가 겪을 피로감. 두통. 자살충동. ‘무의식마저 의식인 것처럼’(42) 취급할 회색 뇌세포를 생각하면 측은함마저 들 지경이다. 과잉기억이라지만, 기억은 단지 정보일 뿐이다. 추리나 문제를 푸는 데는 역시 감정이입, 다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능력이 필요함을 알겠다.


데커의 후천성 서번트 증후군에서 보이는 또 한 증상은 공감각인데, 장면에 색깔을 입힌 묘사가 마치 영화화를 염두에 둔 듯 인상적이다. 데커의 뇌가 고장 나 성격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어도, 사건 해결 과정에서 오히려 점차 회복되어가는 모습을 짐작해 볼 수 있어서 따뜻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에게 주었을지 모를 상처를, 기억의 블랙박스에서 꺼내어 밝히고 사과를 전하는 것도 용기이겠고. 우람한 탐정을 좋아해본 적이 없는데 데커의 큰 덩치가 어찌나 고마웠는지. 매력적인 주인공. 우리가 쉽게 배제하고 숨기는 ‘괴물’에 관한, 슬프지만 온기도 남는 이야기로 나는 읽었다.



늦게 따로 도착한 어린왕자 담요는 생각보다 안 예쁘.ㅜㅜ




덧글

  • 다다 2016/10/27 00:19 # 답글

    나도 좀 잊고 싶어요.
  • 취한배 2016/10/27 23:34 #

    이 덧글 잊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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