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의 나르시시스트: 밑줄 긋기 NoSmoking

옆집의 나르시시스트 
제프리 클루거 지음, 구계원 옮김/문학동네


한때 그리스 신화와 심리학 서적에 등장했던 나르시시스트라는 말은 이제 모든 유형의 불쾌한 인물들을 간단하게 지칭하는 문화적 용어가 되었으며, 우리는 그런 사람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저녁 내내 자기 자신과 자신의 일, 새로 뽑은 차와 새로 산 집에 대해 떠들다가 내가 이야기를 시작하는 순간 따분하다는 눈빛으로 딴생각을 하기 시작하는 수다쟁이 술친구가 여기에 해당한다. 자기 옷이라면 바느질 한 땀까지 보여주고 자랑하면서 정작 나는 원피스를 입었는지, 제일 아끼는 정장을 입었는지, 아니면 거대한 쓰레기봉투를 뒤집어쓰고 있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언급하지도 않는 거울공주 친구도 마찬가지다. (15-16)


자기애성 성격장애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행동은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이라는 널리 사용되는 정신질환 지침서에 분명하게 기술되어 있으며, 이 편람에서는 자기애성 장애를 한마디로 과장된 자의식, 충족시킬 수 없는 존경에 대한 갈증, 타인이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전면적일 정도의 무지라는 세 가지 증상이 위험하게 결합된 형태로 정의한다. 그러나 이것은 가장 폭넓게 나타나는 특징일 뿐이다. 나르시시스트는 공감 능력도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감정을 파악하지 못할뿐더러, 특히 피해를 주는 입장이 되면 왜 자기 때문에 타인이 좋지 않은 감정을 느끼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28-29)


나르시시스트는 영예를 얻을 기회가 있을 때 활기를 띠는 반면, 많은 사람들에게 더욱 큰 이익이 돌아가는 공동 작업에는 관심이 없다. 자신의 재능에 의문을 제기하면 발끈하면서 불평을 늘어놓지만 자신의 재능이 생각보다 보잘것없을지도 모른다거나 최소한 개선의 여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나르시시스트에게 실패는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아니라, 자신의 계획을 훼방 놓거나 방해하려는 다른 누군가 때문에 발생한 골칫거리다. (33)


보손은 “가면 모델은 나르시시스트들의 행동 방식에 대해 설득력 있는 해답을 제시한다”고 주장하며 이렇게 말했다. “나르시시스트가 자신에 대해 과장하고, 타인을 조종하거나 폄하하며 이용하는 것은 사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자기 자신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이 설명은 많은 사람이 직관적으로 납득하기 쉬울 뿐만 아니라 내면의 자아에 자기 성찰적으로 접근하는 현시대의 사고방식에도 잘 맞아떨어진다.” (75)


하지만 친밀함을 얻기 위해서는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여러분이 아프거나 슬프거나 실망하거나 무언가에 몰두해 있을 때 상대가 여러분에게 관심을 쏟고 공감하도록 하려면 노력이 필요하며, 그 지점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상대방도 어느 정도 여러분에게 비슷한 것을 요구하게 된다. 나르시시스트는 그러한 주고받기를 할 생각이 전혀 없다. 또한 친밀함은 어느 정도 자유가 제한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175)


마지막으로 다소 가슴 아픈 이야기이긴 하지만, 많은 나르시시스트는 커다란 모순을 안고 있다. 최소한 가면 모델에 해당하는 경우라면 말이다. 나르시시스트는 사실 본인을 그다지 높게 평가하지 않으며 이들이 친밀함을 회피하게 되는 데는 이 부분이 큰 역할을 한다. 나르시시스트들의 강박적인 유혹은 전부 두려움에서 비롯된 필사적이고 광적이고 자기혐오적인 행동이며, 누군가와 가까워질수록 상대방이 그 진실을 알아낼 가능성이 커진다. 만약 그렇게 되면 버림을 받을지도 모르는 쪽은 나르시시스트이며, 부족한 인간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쪽도 나르시시스트다. (176)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에서는 나르시시즘과 배우자 학대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관계가 있다고 단정하지는 않지만, 배우자를 학대하는 대부분의 사람과 나르시시스트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성 세 가지는 분명하게 정의하고 있다. 남을 이용하려는 성향,  공감 능력 부족, 특권의식 모두 나르시시스트의 인격을 구성하는 요소 중에서도 가장 찬란히 빛나는 보석들이다. (181)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슬픈 결말의 씨앗은 그때부터 이미 뿌려져 있다. 나르시시스트의 희생자들은 많은 어려움과 고통을 겪고 나서야 결국 그 점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정작 나르시시스트 본인들은 일평생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187)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걱정과 자기 불신을 차단해주는 곁눈 가리개 역할을 하여 위험하고 해내기 힘든 일을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게 도와준다면 이것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이 가리개는 떼어낼 수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매력 넘치는 사람에게는 친구와 추종자들이 따르지만, 막상 실체가 없다면 다가왔다가 금세 멀어지고 만다. 자기혐오에 빠진 사람들의 슬픈 인생이 보여주듯이 자기 자신에 대한 변치 않는 사랑은 필수적이다. 다만 타인을 배제하고 오로지 자신만을 사랑한다면 그 나름대로의 슬픈 결과를 낳게 된다. (371)


보스턴 대학의 심리학자이자 아동발달 전문가인 피터 그레이의 설명이다. “놀이는 그 정의상 협력성과 집단적인 사고방식이 필요합니다. 놀이라는 것은 항상 자발적이기 때문에 즐겁지 않으면 언제든지 자유롭게 그만둘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러분이 같이 노는 친구들을 잘 대해주지 않으면 친구들이 언제든지 여러분과 노는 것을 그만둘 수 있습니다.” (8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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