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철도 저 너머에 Smoking

은하철도 저 너머에 - 8점
다카하시 겐이치로 지음, 박정임 옮김/너머


재작년인가, 끝내 다 읽지 못한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의 중간쯤에 이런 내 메모가 남아 있다. ‘당신의 스트라이크 존에 내가 있지 않은 모양.’ 독자로서의 저 불명예(?)를 씻기 위해 <은하철도 저 너머에>를 본다. 다름 아닌 미야자와 겐지 <은하철도의 밤>을 갖고 주무른 다카하시 겐이치로이기 때문이다. 바로 어제 재미있게 읽은 <은하철도의 밤>인 터라 조반니, 캄파넬라, 그 부모님과 친구들이 무척 반가운 가운데 이야기는…… 산으로 간다. 우주로, 타임 슬립으로, 꿈으로, 반복과 변주로.


조각조각 난 이야기들이 따로인 듯 함께인 듯 얄궂은 와중 이 즐거움은 뭐지. 순수하게 읽는 재미와 살짝 벅찬 여운은. 옮긴이가 해설에서 들려주는 작가의 변, ‘연재가 끝날 무렵 다시 읽어보니 앞뒤가 맞지 않았습니다.’(455)까지도 마음에 쏙 드는 판타지다. 특히, 조반니의 아빠가 들려주는 ‘우주에서 가장 고독한 남자’ 이야기는 잊지 못할 것 같다. 빅데이터로 선별한, 아주무척매우충분히! 고독한 남자를 편도 우주선에 혼자 실어 보내는 프로젝트.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개 스푸트니크의 라이카를 나는 또 떠올리고 만다. <무게>에서 재닛 윈터슨은 라이카가 아틀라스라도 만나게 해 주었지만, 이 남자는 차차…… 흡.


인류가 절멸하건 번영하건, 연락도 취하지 못하고 단지 그곳에서 멀어져만 가는 내게 어느 쪽이든 마찬가지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인류가 존재하고 있다면 나는 단지 고독한 것에 지나지 않지만, 만약 인류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나는 고독하지조차 않은 것이다. 아니면 우주 전체에 ‘의식’을 지닌 존재가 나밖에 없다고 한다면 어떨까. 나의 고독은 나 자신만이 측정할 수밖에 없다. 그때야말로 나는 고독에서 완전히 해방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104)


단편집에 따로 놓여도 될 이야기들이 불쑥불쑥. 이 사람이 그 사람인가 싶은가 하면, 이 아이가 저 어른의 과거인가 싶기도 하고. 어떤 에피소드는 미야자와 겐지의 다른 작품에서 가져왔나 하게 되기도 하면서, 은하철도의 밤에서 또 하나의 주인공일 기차의 놀라운 ‘탄생’ 장면까지도 보여주는. 따로 또 같이 엉뚱한 듯 산만한 듯 아름다운 듯. ‘애초 예정과는 상당히 다른 곳에 착륙’(455)했을지라도 ‘당신의 스트라이크 존에 내가 있게 되었습니다,’ 할 수 있게 된, 은하철도 저 너머에.


너무나 모든 것이 변해버리니까, 한순간도 변화를 멈추지 않으니까, 같은 일이 몇 번이고 반복되니까, 때로는 되돌아오니까, 어떤 것이 다른 것이 되었다가 다시 원래로 돌아오니까, 어떤 것이 어떤 것이면서 동시에 다른 것이니까, 조금 전 저는 ‘틈새’ 같은 것을 보았습니다. (375)






덧글

  • 2016/10/16 08:16 # 삭제 답글

    언제나 생각하는데, 배님은 이야기들을 정말 사랑하는 것 같아요. 예쁜 사랑 하시고 계시군요! 뭐 이런느낌 ^^
    리뷰마다 애정이 듬뿍듬뿍

    위의 막걸리 사진은 고문이지만 한국에 대한 그리움을 증폭시켜주기에 좋네요. 하하 두부김치는 정말이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안주입니다 ㅠㅠ
  • 취한배 2016/10/16 23:31 #

    외로운 게 너무 티 났나요, 이야기 따위와 예쁜 사랑 하고 있다늬;;
    위로가 될지 모르겠는데, 저 집 김치가 너무 맛없었어요.ㅜㅜ 음... 또 위로가 될지 모르겠는데, (두부 비슷한 색깔이... 그렇지!) 저는 토마토+모짜렐라치즈 좋아합니다. 제 몫까지 많이 드셔주세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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