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BR02B Smoking

2BR02B - 8점
커트 보네거트 지음/위즈덤커넥트

 

‘모든 것이 완벽했다.’(3) 손에 꼽을 멋진 첫 문장이지 싶다. ‘장애인’을 ‘장애자’로 써놓은 무신경한 번역이 문단을 망치기는 했지만. 미래 사회이고 인구 통제가 효율적으로 실시되고 있음을 압축적으로 다 얘기한다. 아마도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뒤이어 올 것이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가 이미 갖는 냉소이자 반어법이다. 햄릿의 ‘To be or Not to be’에서 가져왔다는 제목. 초짧은 커트 보네거트다.


인간 수명이 불멸에 이르고, 신생아가 있을 경우 지구상의 누군가는 그 자리를 비워줘야 하는 미래 사회다. 비인간적인 인구 통제. 멀리로는 맬서스, 가까이로는 우리 7,80년대 인구정책(가족계획)을 들먹일 수도 있겠다. 민중을 개, 돼지 취급한 누군가는 자신이 오리지널이 아니라고 억울해할 수도. 개, 돼지에게 미안해지는 사태. 각설하고. 약하고 힘없는 사람을 밀어내기 식으로 퇴출하는 현재 모습이 겹쳐 보이는 디스토피아다. 몇 쪽 되지 않는데 묵직하다. 보네거트가 늘 그랬듯, 농담 같은데 뼈 있다.


충분히 스마트하지 않은 내 스마트폰일지라도 전자책의 기능만큼은 예찬한다. 계획에 없던 산책이 장거리 이동이 되어버린 경우 특히 그런다. 충분히 스마트하지 않은 내 스마트폰이 종이책 없이 나선 내게 사랑스럽게 버벅거리며 보여준 <2BR02B>. 뒤에 실린 ‘저자 소개’를 보다가 보네거트(보니깃)의 형에 대해 알게 됐는데, ‘버나드 보니깃은 인공 구름을 생성하는 데 필수 화합물인 은-요오드 화합물을 발명한 기상 과학자이다.’(29) 인공 구름을 진짜 하늘에 띄워보았을까? 비가 왔으면 좋겠어, 싶을 때 커트는 ‘형, 내 머리 위에 인공 구름 좀 부탁해.’라고 해 보았을까? 하여간 참 멋진 직업 같다. 기상 과학자. 물론 동생이 더 멋진 건 틀림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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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는 스발바르국제종자저장고, 처음 들은 지명에다 처음 알게 된 기관이다. 뭔가 SF 종말소설에서나 볼 법하게 멋진걸.언젠가 커트 보니깃의 형 버나드 보니깃이 ‘인공 구름 과학자’라 멋지다고 한 적 있는데, 실제 베트남전에서 미국이 이런 구름 응결 기술을 사용했음을 ‘전쟁’ 편에서 볼 수 있다. 음모론인가도 싶었으나 공식적으로 확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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