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태엽 오렌지 Smoking

시계태엽 오렌지 
앤소니 버제스 지음, 박시영 옮김/민음사


앤서니 버지스(버제스) 소설은 1962년. 스탠리 큐브릭 영화는 1971년. 소설의 마지막 부분 3부 7장이 있고(영국판 소설) 없고(미국판 소설과 영화)가 큰 간극을 만들었던 두 장르다. 우리 번역본은 있는 쪽이다. 그러면 문제의 마지막 장 내용은 무엇인가. 1부 패거리에서 막내였던 알렉스가 온갖 우여곡절 후 3부 다른 패거리에서 최고 연장자다. ‘알렉스는 어른이 되었단 말이야, 그렇고말고.’(223) 성장한 알렉스이고, ‘어른’이 되기를 스스로 선택하는 알렉스다.


‘난 제대로 치료가 된 것이야.’(209)라는 3부 6장의 마지막 문장은 그러므로, 조롱으로써가 아니라 진정한 뜻으로 7장에서 펼쳐지는 셈이겠다. ‘치료’는, 국가권력이 개입한 약물도 폭력도 아닌, 알렉스 내부의 어떤 변화로 이루어진다. ‘지랄 총량의 법칙’이라고 했던가, 청소년기에 집약적으로 벌인 패악질은 스스로 마감된다. ‘그때 난 몸속에 텅 빈 자리를 느꼈고 스스로도 놀랐어. 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게 된 거야, 형제 여러분. 철이 든다는 것이겠지.’(222)


7장이 있고 없음은 그러니까 작품을 완전히 다른 것으로 만들었지 싶은데. ‘난 제대로 치료가 된 것이야.’에서 끝나는 영화가 암울한 SF같았다면, ‘아멘, 염병할.’(223)이라는 7장 마지막 문장까지를 가져오는 전체 작품은 국가폭력을 고발하는 동시에 한 개인의 성숙 과정을 보여주는 사회성 짙은 르포르타주의 느낌이랄까. 두 가지 다 멋지지만 7장의 이런 백미, 알렉스의 자유의지랄지, 선택이랄지, 성숙 같은 걸 못 보는 건 약간 더 아쉽지 않았을까 한다.


그래, 그래, 바로 그거지. 청춘은 가버려야만 해, 암 그렇지. 그러한 청춘이란 어떤 의미로는 짐승 같은 것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아니, 그건 딱히 짐승이라기보다는 길거리에서 파는 쬐끄만 인형과도 같은 거야. 양철과 스프링 장치로 만들어지고 바깥에 태엽 감는 손잡이가 있어 태엽을 끼리릭 끼리릭 감았다 놓으면 걸어가는 그런 인형. 일직선으로 걸어가다가 주변의 것들에 꽝꽝 부딪히지만, 그건 어쩔 수가 없는 일이지. 청춘이라는 건 그런 쬐끄만 기계 중의 하나와 같은 거야. (222)


알렉스가 마시던 우유? 그럴 리가. ‘지랄 총량’을 청소년기에 다 메우지 못해 지금도 지랄 중이지만, 나, 엄연한 (우유 못 마시는) 어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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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술집에서 문득 본 진실 : 제프티는 다섯 살 2017-09-09 23:34:43 #

    ... 않아」도 그저 부록 같은 느낌이었다면,현대사회고발 풍이라고 했을 때 염두에 두었던 작품은 첫 수록작「“회개하라, 할리퀸!” 째깍맨이 말했다」다. 앤소니 버제스『시계태엽 오렌지』가 떠오른 건 단지 제목에서뿐 아니어서, 버금가게 좋다. 어쩌다 보니 수록 작품을 다 언급했군. 하나 빼고. 그렇다, 아껴두었던 표제작을 말할 때다. ‘ ... more

덧글

  • hyungz 2016/10/10 16:53 # 답글

    오래 기억에 남았던 책에, 가장 좋아했던 문장이네요
  • 취한배 2016/10/11 11:14 #

    오홍. 영화로만 알고 있었다면 섭섭했을 원작, 그죠. 속도감이 빨라 영화보다 오히려 짧은 느낌이 저는 들더라고요.
  • 다다 2016/10/11 00:04 # 답글

    우유 등장...
  • 취한배 2016/10/11 11:14 #

    바보 같은 덧글 등장...
    장수막걸리.
  • 다다 2016/10/11 15:17 #

    제가 글을 띄엄띄엄 읽었군요.
    미안합니다.
    저도 아침 우유는 힘들어요. ^ㅇ^
  • 다락방 2016/10/11 12:14 # 삭제 답글

    (뜬금) 저도 우유 힘들어해요 ㅎㅎ
  • 취한배 2016/10/12 03:04 #

    마실 게 얼마나 많은데 우유 따위, 히힛. (뜬금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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