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나라로 엑소더스 Smoking

희망의 나라로 엑소더스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장정일 해설/이상북스

 

“이 나라에는 모든 것이 있습니다. 정말 많은 것이 있습니다. 그러나 희망만은 없습니다.” (326)


요즘 한국 같다. 무라카미 (하루키 아니고) 류가 2000년에 써낸 일종의 미래소설. 미래라고는 하지만 아주 가까운 미래여서 내가 읽고 있는 시점인 오늘날에는 확인해볼 수 있는 점도 있어 재미있다. 예컨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은 예선에서 탈락했어야 했다. ‘2001년 초여름에는 ‘총상실의 시대’라는 말을 남기고 한 소설가가 자살하는 사건이’(182) 일어났어야 했고. 자살했다는 소설가의 작품 제목으로 보아 무라카미 하루키를 겨냥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한데, 성이 같은 두 작가 사이 관계는 내가 알지 못한다. 그 외에는 세상에, 경제 얘기가 주르르 세세하게 그려지는데 읽어내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았다. 인터넷, 디지털 시대 돈의 흐름이 그러하기에 필요한 부분이기도 했겠다.


희망이 없는 ‘꼰대’들의 사회에서 10대들, 더 정확히 중학생들은 무얼 할까? 반항, 투정, 비행? 단순히 학교에 가지 않는다고 내가 원하는 사회가 떡하니 나타나줄까? 무라카미 류가 제시하는 중학생들의 반란은 건설적이다. 기존 사회에 작은 균열을 내는가 싶더니 결국 대안 사회를 만들어내기에 이른다. 그 사회는 꼰대의 반대말만 가진 것 같다. 위계, 통념, 반복 같은 것들의 반대 가치라고 할까. 뇌가 ‘굳기’ 전 14세 인간들이 상상력을 그대로 발휘할 수 있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10대 사람들이 건설하는 이상향이라니 올라프 스태플든의 <이상한 존>이 떠올랐는데 무라카미 류의 유토피아가 훨씬 피부에 와 닿는다. 그리고 무척 고취된다. 배경이 우리와 퍽 닮아 있기 때문이겠다. 한국판 ‘엑소더스’가 장강명의 <한국이 싫어서>로 나타났다면 16년 전 일본판 엑소더스는 아마도 이 책? 아아, 그러나 결론은 꽤 다를 것이 <희망의 나라로 엑소더스>는 ‘일본 재건 프로젝트’라는 부제를 가졌다. 떠나는 헬조선이고 버리는 일본이기도 한데, 10대에게서 희망을 찾는 무라카미 류다. 꼰대들은 좀 물러나주셔야겠다.


왜 어린아이라고 자기 주장을 펴서는 안 되는 것일까. 어른의 도움으로 살아간다고 해서 왜 열등의식을 가져야 하는가. 어른만이 아는 것이 있다면 왜 그것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지 않는가.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어린아이라도 알 수 있게 설명할 수 있다.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은 요컨대 어른들 자신도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퐁짱이나 나카무라 같은 아이들을 속일 수는 없다. (163)



 

덧글

  • 다다 2016/10/06 23:28 # 답글

    맞습니다. 맞고요. 표지 그림이 정말 귀엽긔요.
    읽어보고 싶네요. 게다가, 해설이 장정일....
  • 취한배 2016/10/07 16:05 #

    표지 그림 실제로 보면 약간 무서워요;
    땡스투하고 장바구니에 담으세요3. (땡투 벌어서 저 책 사게요.ㅋㅋㅋ)
  • ㅊㄱ 2016/10/07 08:33 # 삭제 답글

    예전에 [슬픈 외국어]라는 하루키 에세이집을 읽었었는데요. 거기에서 하루키가 류를 언급해요. 류와 알고 지내는 사이인것 같았어요. 거기서 그런 말을 하거든요. 류는 자신의 글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길 원한다, 그러나 나는 내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 두 명이라도 되면 그걸로도 좋다, 라고요. 정확한 워딩은 생각이 안나지만 이런 식이었고, 그렇게 류와 자기를 비교(?) 하더라고요. 그 글을 읽었을 때 둘의 사이는 나쁘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갑자기 류와 하루키의 관계에 대한 언급이 나와서 제가 아는 걸 답해드렸어요. 딱 이만큼 알아요. ㅎㅎ
  • 취한배 2016/10/07 16:10 #

    ㅊㄱ님이 말씀하시니 엇 저도;; 읽었던 기억이 어렴풋 나네요. 그 문장 그런데 어찌 보면 류를 상당히 디스하는 말일 것 같은 거 있죠.ㅎㅎ 그리고 류를 잘 파악(?)했다는 느낌도 들고요. 류를 다 읽어보진 않았지만 제가 읽은 작품들만의 느낌으로도 선정적인 와중 늘 희망이라든지 낙관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대중성을 '노린다'는 측면을 저렇게 얘기했나 싶어집니다. 근데 저는 하루키가 말한 '두 명' 독자 취지가 더 끌려요. 비록 하루키가 실제로 그런 작가로 보이진 않지만요. 하루키의 언급 상기시켜주셔서 고맙습니다. '딱 이만큼 알아요,' 아, 참말 좋아요, ㅊㄱ님.ㅎㅎㅎㅎ
  • 타마 2016/10/07 09:10 # 답글

    한 20~25세 이하만 정치 할수 있는 법이 만들어지면 지금보다 더 나을지도 하는 생각도...
  • 취한배 2016/10/07 16:12 #

    타마 님 글을 보니까, 특정 나이 대 남녀가 정치 '복무'하는 식이어도 좋을 것 같네요! 아, 그러면 또 너무 특정 연령대 대표라;; 그렇지만 확실한 건, 70년대 독재시절 활약했던 자들의 이름이 지금 정치계에서 다시 들리는 게 너무 끔찍하다는 거예요.ㅜㅜ
  • 포스21 2016/10/07 10:20 # 답글

    오래전에 읽어본 책인데 , 나온지 16년이나 되었군요. 확실히 당시에 참신하다고 재밌게 본 기억이 납니다. 일본판 율도국 건설 같다는 느낌이었는데...
  • 취한배 2016/10/07 16:13 #

    그죠, 율도국. 지금 읽어도 참신한데, 작가가 인터넷과 디지털 문화를 참 발 빠르게 보고, 예상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다만 저한텐 경제 얘기가 참으로 넘사벽;;
  • 정윤성 2016/10/07 21:31 # 답글

    저도 재미있게 읽었던 책입니다. 말씀대로 지금 한국의 상황과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아요. 경제 얘기에선 어... 음... 잘 모르겠;; 하면서 넘어가긴 했습니다만ㅎㅎ 다시 읽어도 이해 못할 것 같아요ㅜㅜ
    얼마 전에 나온 무라카미 류의 신작 올드 테러리스트도 세계관을 공유하더군요. 아이들을 취재했던 기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일본 어디에서 청소년들이 만든 나라가 어찌저찌 잘 돌아가고 있다는 정도의 언급도 나오더라구요. 올드 테러리스트는 노인들이 일본을 전복하려 한다는 내용이라 엑소더스와 대극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내용은 전혀 재미가 없다는 게 문제지만요. 번역도 영 부실하고...
  • 취한배 2016/10/09 00:05 #

    경제 얘기 저만 어려웠던 게 아닌 거죠; 위로가 되는 정윤성 님. 땡큐ㅎㅎ
    올드 테러리스트가 그런 내용이었군요. 이 책 연작이랄 수 있겠네요. 정윤성 님 덧글이 거의 짧은 리뷰 수준, 유익합니다! 따끈한 신간 벌써 읽으시고 정식 리뷰가 없었던 이유는... 재미가 없어서;ㅎㅎ 참고로 할게용, 고맙습니다. :)
댓글 입력 영역


moon

CURRENT MOON

뉴스타파

알라딘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