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문장 Smoking

비밀 문장 
박상우 지음/문학과지성사


글(文)을 꼭(必) 쓸(筆) 것 같은 친구(友) 이름을 가진 주인공이다. 문학(文)과 필연(必)과 우연(偶)을 줄여 붙인 이름 같기도 하다. 평행우주까지를 들먹였다 뿐이지, 소설 작법 강의를 들은 것도 같다. 모든 ‘if~’ 들이 스토리, 스토리, 스토리다. 꿈일지 망상일지 모를 몇 겹을 가졌고, 소설가이자 주인공이 마지막 겹을 이루면서 독자를 안전히 3차원 세계로 돌려놓는다. ‘자살’(9)하려다 ‘초월’(313)하는 우리의 소설가로 하여금 소설을 쓰게 하는 계기랄지, 영감이랄지, 명상이랄지, ‘비밀 문장’ 같은 것이 오는 과정이다. 참, 주인공 이름은 문필우다.


스포일링이 이미 되어버렸는데, 소설가 지망생이다가 결국 소설을 쓰게 되는 주인공이 문필우이고, 그 소설을 쓰는 (소설 속) 작가는 박상우다. ‘강렬하게 원하는 것’(9)과 ‘강렬하게 원하는 것’(313) 사이 다른 차원과의 조우가 있다. 변화가 온다. 박상우가 썼지만 문필우가 다르게 만든 필연이다(라고 소설 속 박상우가 말한다). 우리가 만나게 되는 3차원 세상의 이야기 끝이 그러하다. 다른 99퍼센트는 다른 데로 갔다. 우리가 ‘가능성’이라 부르기도 하는, 이 차원에선 영원히 알 수 없을 if들은.


운명이 운명 지워져 있다고 믿는 존재들에게 운명은 정말 운명 지워지지만, 이 우주가 창조적인 놀이 공간이라는 걸 아는 존재들에게 우주는 스스로 창조주 놀이를 하는 공간이라는 걸 보여주는 결말이다. (311)



반칙했다. 순서대로 읽었어야 했는데 <샤갈>의 반만 읽고 25년을 건너 뛰어와 버렸다. 미안하고 찜찜한 3차원 지구의 나다. 평행우주 어디에선가는, 박상우 작가를 순서대로 읽은 데다, 아주 멋진 리뷰를 쓰고 있는 내가 있을 수도 있겠다, 싶으니 문득 그립다, 매순간 갈라지는 나들, 너들, 가능성, 무한채널, if들.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