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은 잴 수 없는 것 NoSmoking

고독은 잴 수 없는 것 
에밀리 디킨슨 지음, 강은교 옮김/민음사


새로 나오고 있는 민음사 세계시인선 처음 사봤다. 디자인 실물 참 예쁘다. 겉표지 벗긴 모양새가 이런데, 아, 어쩌면 좋아.


이 예쁜 표지에 ‘그리곤’이 네 번이나 등장하니, 딱 읽기가 싫어진다. (동사 ‘그리다’에서 온 경우가 아니라면) ‘그리곤’은 틀린 표현이다. 친절하게도 시집 왼쪽 페이지들에 실려 있는 원문을 찾아보니 해당 시에서는 모두 ‘And then’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는 접속사로, ‘-고 나서’나 ‘-고는’이 덧붙을 수 없는 부사다. 더구나 디킨슨은 ‘And’와 ‘Then’을 유난히 많이 쓴 모양으로 파란 포스트잇 부분이 모두 ‘그리곤’; 그리긴 뭘 자꾸 그려요.ㅜㅜ


틀린 맞춤법 얘기하는 김에 하나 더 짚자. 57쪽, 「성공은 달디달다고들 말하지만」에서 ‘달디달다’가 아니고 ‘다디달다’가 옳지 싶다. 맞춤법은 나도 잘 틀리지만 버젓이 인쇄되어 나온 책이 이러면 곤란하지 않나, 더구나 시집인데. 내가 막 속상해서…… 집중하지 못하고 보다가 달랑 이 시 하나.


버섯은 초목의 요정-
저녁에, 아니지-
아침에, 송로(松露) 가득한
오두막 속
그건 한 점 위에 멈추지.

언제나 머뭇대고 있는 듯하지만
하나 버섯의 일생이야말로
뱀의 머뭇댐보다도 짧은 것
또 살갈퀴보다도 덧없어-


그건 초목의 요술쟁이-
알리바이의 싹-
거품처럼 빨리 사라지며
또 거품처럼, 서두르며-


풀들도 아마 기뻐하는 것 같아
사려 깊은 여름의
은밀한 싹
버섯의 일시 방문을.

자연에 어떤 유순한 면모가 있다면
또는 그 무엇 하나라도 깔볼 수 있다면-
자연에 이단자가 있다면-
그야말로 버섯-바로 그것임을!

(39-41,「버섯은 초목의 요정」전문)


(두꺼운 글씨체 강조는 나.) 버섯은 죄가 없다. 청와대 만찬을 읽고 마는 건, 디킨슨을 작게 만드는 오독이겠으나…… 도리가 없군. 미안해요, 에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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