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요일의 여행 NoSmoking

모든 요일의 여행 
김민철 지음/북라이프
 

맨 마지막 장(章) ‘망원동 여행’ 편만 읽었어요. 망원동 전세 빌라에 앉아서 망원동 여행을 읽는 건, 뭐랄까, ‘브라질레이라’ 카페에 앉아 리스본 지도를 보는 것만큼은 아니어도, 소박한 여행감 같은 걸 주네요. 망원동 이 집을 얻을 때, 저도 (물론) 합정동의 치솟는 전세금에 밀려 온 경우인데, 몇 년 전 하수도 정비를 대대적으로 해서 이젠 폭우에도 서울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물에 잠기는 동네일 거라는 부동산 사장님의 말을 들었더랬지요. 집이 유수지 바로 옆은 아니어서, 유수지를 직접 본 적은 없어요. 그 근처 한강 공원에는 종종 놀러간답니다. 알라딘 돗자리를(ㅎㅎ) 휙, 집어 들고 동네 슈퍼에서 캔맥주 몇 개 사서 말이죠.


3년째 살고 있는 망원동. 저도 참 좋아합니다. 제가 세 들어 살고 있는 건물은 아주 낡았어요. 근처에 공사가 있을 때는 건물 자체가 일렁일렁 흔들려서 심각하게 걱정한 적도 있었지만 여태 잘 살고 있네요. 1층은 여성복 매장, 2층은 게으른 주제에 이도 좋지 않은 저에게 맞춤이다, 싶었던 치과, 3층부터 5층 그리고 옥탑까지 원룸 또는 투룸들이에요. ‘망원 아케이드’라 부르는 제 집은 5층에 있어요. 가장 친했던 2층은 ‘연치과’에서 ‘박진영치과’로 바뀌었다가 지금은 무슨 웰빙센터가 되었어요. 치과의사 진영 씨가 너무 양심적인 치료만 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어요. 치료해야 할 어금니가 아직 하나 남아 있는데 영영 못할지도 모르게 되어 버렸네요. 어느새 이런 변화들을 파악하는 터줏대감이 되어가는 느낌이 나쁘지 않아요.


아침에는 어린이집 아이들과 어른들 소리, 낮에는 시장 상인들 소리, 밤에는 가끔 근처 집들의 파티 소리, 즉 사람들 사는 소리로 넘쳐나요. 정겨운데, 힘들 때는 제가 더 크게 음악을 틀어요. 망원 시장에 관해서는 저도 할 말이 많은데, 한 손 삼천 원이라 적힌 생선가게에서 고등어를 두 손 오천 원에, 세 개 천 원 찹쌀도너츠를 열 개 삼천 원에 얻는(사는) 주민 취급당한답니다. 망원 시장은 걷기만 해도 에너지를 얻어요. 저자도 언급했던데, 계절의 변화, 심지어 날씨의 변화도 채소 질과 가격으로 곧장 연결되지요. 축 처져 위험하다 싶을 때 한 바퀴 돌고 와요.


시인 이준규 님이 타는 마을버스 9번을 저도 타요. 그것만 알았는데 카피라이터 김민철 님이 장을 보는 망원 시장에서 저도 장을 보고 있었네요. 3년째 살고 있는 망원동. 김쫑은 언젠가 ‘망월동’이라고 했던, 정청래 의원에 이어 손혜원 의원을 뽑은 민주당 지지자들 동네, 저도 오래오래 살고 싶어요. 홍대 젠트리피케이션이 연남동까지도 퍼졌던데, 망원동까지도 어떻게 변화시킬지 모르겠어요. 지리상 고향이나 뿌리가 없다고 느끼고 있던 제게 여기, 망원동이잖아, 라고 시나브로 느끼고 있었다고 쓰게 되었어요. 측근님 덕분이에요. 고맙습니다.


모나미 플러스 펜이 같이 왔네요. 모나미, ‘Mon ami(e)’ 즉 ‘내 친구’라는 거 아세요? 측근님이 제게 그렇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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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다락방 2016/08/05 08:33 # 삭제 답글

    뉴욕에서 망원동을 읽었네요. 호텔로 가는 셔틀 버스 안에서도 들어가는 매장 안에서도 반복해 들리는 너래가 있어서 아, 요즘은 이게 대세구나, 했어요. 여기서 처음 들어요.
    '덕분'이라는 단어를 들을 수 있는 선물이라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요. 다행이에요.
    :)
  • 취한배 2016/08/05 15:45 #

    뉴욕에서 읽는 망원동, 이힝, 칙칙하지 않았기를요. 좋아하시는 호텔 만끽+충전하시는 여행 되기를 바랍니다. '덕분'이라는 말은 제가 측근님께 유독 많이 쓰는 것 같네요.ㅎㅎ 고맙다는 말씀도. 맛있는 거 많이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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