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지도 NoSmoking

행복의 지도 - 8점
에릭 와이너 지음, 김승욱 옮김/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멘토, 웰빙, 다이어트, 이런 단어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내가 피익, 하고 마는 책 제목에는 ‘행복’도 있었는데, 이런, <행복의 지도>를 읽고 말았다. 어쩌다가 이 책을 샀는지? 아직도 고이 두르고 있는 띠지의, ‘빌 브라이슨을 날려버렸다!’는 문구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순순히 날아가 버릴 빌 브라이슨은 아니겠다만, 행복을 빌미로 들려주는 와이너의 여정에, 아니나 다를까 과연 브라이슨 만큼의 깊이와 유머가 있다.

행복을 수치화하는 작업은 사회학에서뿐 아니라 경제학에서도 최근 학문적으로 연구가 되고 있는 걸로 안다. 행복의 수치화라니,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며 어린왕자가 성토하는 장면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걔 목소리가 어떤지, 좋아하는 놀이는 무엇인지, 나비 수집은 하는지’(<어린왕자>) 같은 질문이 실제로 설문지에 등장할 것만 같다. 아무튼, 나라별 행복도 라는 게 존재하고, 그 행복이라는 녀석의 정체를 찾아 두리번거린 와이너의 일 년이 이 책이다.

행복도가 높은 나라만 다닌 게 아니고 아주 낮은 몰도바(몰바니아 아니다)를 포함한 열 개 국가. 기자답게 현지인들과의 대화(“행복하신가요?” 질문 포함)를 들려주는 게 퍽 재미있다. 인맥을 동원한 인터뷰이도 있고, (내 기대에 가장 부응한) 술집, 호텔, 박물관, 이발소에서 나눈 대화까지 잘 엮였다. 추위를 생각하면 감히 내가 가볼 엄두가 나지 않는 나라가 아이슬란드일 텐데, 와이너가 전해주는 일화로 보건대 이 사람들 성정이 참, 어쩌면, 딱, 나 같아서…….


“실패를 찬양한다고요? 그건 좀…… 터무니없는 소리 같은데요. 실패를 찬양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그럼 표현을 좀 바꾸죠. 우리는, 누구보다 착하기 때문에 실패한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그 사람들이 실패한 건 냉혹하지 못한 성격 때문일 수도 있잖아요.” (239)


힐마르는 자신의 지나친 도서 구입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항상 똑같은 대답을 한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시간을 낭비했는지 연구하는 건 결코 시간 낭비가 아냐.” (253)


힐마르도 아이슬란드 사람. 와이너가 ‘어떻게 시간을 낭비했는지’ 구경하는 동안, 나는 땀을 뻘뻘 흘리는 더위 속에서도 행복했다. 행복의 정체를 찾아보며 ‘시간을 낭비’한 일 년 간 와이너도 행복했으리라. 행복의 ‘지도’인 만큼, 행복의 공간적 스펙트럼을 펼쳐놓는다고 할 수 있겠는데, 한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행복의 시간적 스펙트럼도 고려해 볼 수 있을 듯하다. 예컨대 어느 일요일 오후, 네 입에서 저절로 튀어나온 ‘아, 행복하다’가 내 귀에 와 꽂혔을 때. ‘어느 한 가지에 마음을 완전히’ 쏟았을 그때. 8월에는, 이 책에 나오지 않는 나라 필리핀에 간다. 행복을 찾아서, 는 아닌데 행복해질 것 같기도 하다.


우리는 지금 상당히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 같은데도, 항상 내일이면 더 행복한 곳, 더 행복한 삶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을 모두 탁자 위에 꺼내놓고 어느 것도 선택하지 않는다. 절대 어느 한 가지에 마음을 완전히 쏟지 않는다. 내가 보기에 이건 위험한 짓이다. 항상 한 발을 문 밖에 놔둔 상태로는 어떤 장소도 사람도 사랑할 수 없다. (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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