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의 중력 NoSmoking


내 생의 중력 
홍정선.강계숙 엮음/문학과지성사


가끔은 맛보기 맥주. 문지 시인선 400호는 샘플러다. 수제 맥주 전문점에서는 맥주 샘플러 아이템도 필요한 법. 그러다가 불쑥 다가오는 (군계일)학을 만나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500g 큰 잔과 합체하게 돼 발 걸려 넘어져도 어김없이 땅으로 떨어지는 몸, 내 생의 중력, 여름, (이윤)학, 오리.


오리

오리가 쑤시고 다니는 호수를 보고 있었지.
오리는 뭉툭한 부리로 호수를 쑤시고 있었지.
호수의 몸속 건더기를 집어삼키고 있었지.
나는 당신 마음을 쑤시고 있었지.
나는 당신 마음 위로 떠 있었지.
꼬리를 흔들며 갈퀴손으로
당신 마음을 긁어내고 있었지.
당신 마음이 너무 깊고 넓게 퍼져
나는 가보지 않은 데 더 많고
내 눈은 어두워 보지 못했지.
나는 마음 밖으로 나와 볼일을 보고
꼬리를 흔들며 뒤뚱거리며
당신 마음 위에 뜨곤 했었지.
나는 당신 마음 위에서 자지 못하고
수많은 갈대 사이에 있었지.
갈대가 흔드는 칼을 보았지.
칼이 꺾이는 걸 보았지.
내 날개는
당신을 떠나는 데만 사용되었지.

(91-92) _이윤학, 『그림자를 마신다』(308)에서


떠나는 데 사용되는 날개, 돌아오는 데도 사용할 수밖에 없을, 날개. 우리 중력 120,000g으로 할 수 있는 것, 그 반으로는 못 하는 것 알게 됐을 때, 아마도. 맥주 마시고 오줌 누는 우리, 여름, 호수, 한강이라도, 갈까보아.






핑백

  • 술집에서 문득 본 진실 : 내가 그대를 불렀기 때문에 2017-08-05 18:04:20 #

    ... 섯 개의 시집제목으로 된 시」) 500호 축하합니다. 등장순서대로 땡스투. 심보선, 임솔아, 박성준, 천양희, 최승자, 구광렬, 이제니, 황인숙, 서정학, 신영배, 400호, 백은선, 이혜미, 이장욱, 유종인, 500호. ... more

덧글

  • 2016/07/21 22:45 # 삭제 답글

    1. 어찌하여 '우리'의 중력이 110.000g뿐인지.. 내 몸 하나만으로도 반 이상으ㄴ도ㅣ........
    2. 검정치마 노래 가사 중 중력어쩌고 하는 노래 있는데 말이죠. 가사는 잘 듣지 않고 기억도 안하는 사람이라 잘 기억은 안나네요. 좋았다는 것 뿐.
    3. 크 샘플러 마시다가 갑자기 파인트되고 그러다 훅가는 저의 모습이 저절로 연상되는 첫 구절이었습니다. 하하
  • 취한배 2016/07/22 23:55 #

    1. 제가 요즘 만나고 댕기는 친구들이 다 날씬해서;; 그래도 너무했나용? 10,000g쯤 올릴까요? 콜? 콜!
    2. 검색해봤어요. 검정치마 Ariel '알고 있나요 / 아직도 내가 그댈 맴도는 이유 / 너는 나를 당기는 이상한 중력을 몸에 가지고 있어요'라네요. 첨부할까요? 콜? 콜!
    3. 불친절하고 게으른 저질 글에 완전공감연상하시는 포 님은 정말정말멋지신술쟁이제친구인 걸로. 콜? 하트+콜!
  • 2016/07/22 08:54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취한배 2016/07/22 23:56 #

    어어어, 어머;
    아. 그렇군요. 그랬군요.
    얼마나 강렬한 행복이었을지 짐작이 가요. 정말 기적 같은.
    그래서 더 ㅜㅜ.
댓글 입력 영역


moon

CURRENT MOON

뉴스타파

알라딘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