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라 NoSmoking

고모라 - 10점
로베르토 사비아노 지음, 박중서 옮김/문학동네


무더위를 샥 가셔줄 범죄소설 같은 외관을 하고는, 세상에. 읽어내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은 르포르타주다. 이탈리아 경제를 사실상 움직이고 있는 시스템, 카모라. 나폴리를 중심으로 한 이탈리아 남부 범죄조직의 실상을, 같은 지방 출신의 저자가 낱낱이 적고 있다. 언급하는 이름 개수만 해도 백 개는 훌쩍 넘을 진술. 예상 가능하듯 주로 세력 다툼으로 인한 살인이 다반사, 혀를 내두를 부의 집중으로 정치와 언론이 어쩌지 못하는 공공연한 불법이, 패션 산업, 마약과 무기 밀매, 건설 사업, 쓰레기처리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로마의 휴일’과 ‘베니스에서 죽다’가 이탈리아의 다가 아니라는 사실을 무겁게, 무섭게 받아들이게 된다. ‘폭력적인 삶’(피에르 파올로 파솔리니)과 ‘시칠리아에서의 대화’(엘리오 비토리니)가 이탈리아 실재에 더 가까울 것이다. 이 작품으로 인해 저자는 경찰 경호를 받는 몸이 되었다는데, 검색해보니 가장 최근의 발언이 브렉시트 관련인 걸로 보아 다행히 지금도 무사한 모양이다. 카모라의 ‘활약상’을 읽고 나면 독자 누구든 저자의 안위를 걱정하게 되지 싶다.


하얀 수트를 입은 안젤리나 졸리 사진이 띠지에 등장하는 이유, 유명 브랜드 의류 제작의 어두운 면으로부터 시작한다. 내가 싫어하는 단어들 중 하나인, 고가의 ‘명품’이 만들어지는 실상이기도 하다. 최저 비용, 최악의 노동조건을 제시하는 공장이 수주를 따내게 된다는 내막. 그리고 마약과 무기 밀매. 이 둘은 늘 함께 가는 듯한데, 지하경제의 대표적 물품이고 카모라에게도 엄청난 부를 가져다주는 사업이다. 여러 범죄소설에서 익히 보아온 마약과 무기 거래도 무섭지만, 가장 놀랍게 다가온 부분은 쓰레기처리 사업이다.


‘모든 경제 주기에서 가장 구체적인 상징물은 바로 쓰레기이다.’(393) 생산과 소비에 치중하는 현대 사회 이면에 매일 배출되는 쓰레기들. 특히 유독성 폐기물의 경우 온갖 불법과 이권이 개입하다보면 가장 열악한 지역에 쌓이게 된다. 이탈리아 내부에서는 여기 남부가, 해외로 보자면 루마니아나 아프리카 특정 국가들. 특히 내전이 있고 무기가 필요한 나라일 경우 그러기가 쉬운데, <해적국가>를 읽으면서 본 적이 있기도 하다. 소비와 사치가 주로 강대국에서 이루어진다면, 그 결과인 쓰레기는 가난한 나라로 몰리는 이런 현상에 어김없이 범죄조직이 브로커 역할을 하고 있는 터다. 지구 땅덩어리는 한정되어 있으니,


심지어 바다조차 쓰레기 투기장이 되어가는 실정이다. 밀거래업자들은 배 한 척에 쓰레기를 잔뜩 실은 다음, 사고를 위장해서 배를 가라앉힌다. 돈을 두 배로 벌어들이는 셈이다. 사고 보험금을 받는 한편, 쓰레기를 바닷속 깊숙이 수장해버리기 때문이다. (408-409)


이때도 ‘배를 버려라’ 선내방송은 하지 싶어서. 뒤표지 추천사에는 ‘영화감독 피에르 파올로 파솔리니의 문체에, 트루먼 카포티의 걸작 범죄 르포르타주 <인 콜드 블러드>의 디테일을 지닌 작품’(뉴욕 타임스)이라고 되어 있고 정말 그렇다. 무더위를 샥 가셔줄 범죄소설도 아닌 주제에. ‘결코 타협하지’(306) 않는 사비아노의 증언은 뜨거운 르포르타주, ‘편파적인’ 진실이다. 극사실적인 글에는 늘 어느 정도 초현실적인 면이 없지 않더라고 말하면 모순인가. 생각해보니 조금 서늘해지기도 하는 것이. 이열치열, 아마도.


나는 직접 보고 듣고 주시하고 말했으며, 이런 식으로 증언할 것이다. 추악한 단어이긴 하지만, 듣기 좋은 권력의 자장가에만 귀 기울이는 사람들의 귀에 대고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라고 속삭여줄 때에는 여전히 유용한 한마디, 바로 진실을. 진실은 편파적일 수밖에 없다. 만약 진실을 객관적 공식으로 축약할 수 있다면, 그건 아마 화학의 영역에 속할 것이다. 나는 안다. 나는 증명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말한다. 이 진실들을. (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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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다다 2016/07/16 01:12 # 답글

    리뷰를 읽는데, 소오름이....ㄷㄷㄷ
  • 취한배 2016/07/16 18:17 #

    땡스투하고, 장바구니에 담으시길...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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