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턴 NoSmoking

녹턴 
김선우 지음/문학과지성사
 

 

비루할지라도 당신,
당신들과의 접촉면에서 이슬이 맺히죠.
이슬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죠.
나 아닌 존재와 연결되어야만 내가 되는 영롱함,
나의 밤을 깊이 두드리면 내가 없다는 걸 알게 되는 아침이
드물지만 오기도 합디다.
당신이 기쁠 때 왜 내가 반짝이는지 알게 되는
이슬의 시간,
닿았다 오면 슬픔이 명랑해지는
말갛게 애틋한 그런 하루가 좋습디다.

(40-41「참나라니, 참나!」부분)




해설 이광호다. 그러니까…… 사랑이다. 몸과 영혼, 밥, 애틋함, 애도, ‘음란’까지. 사랑이 뭔지 모르지만, 대충 저런 것들의 종합이지 싶다. 아닌가?


그렇습니까?

나는 있습니까?

나는 무엇입니까?

혹시 나는
나에 대한 습관 아닙니까?

(102「지옥에서 보낸 세 철」전문)



‘나에 대한 습관’으로 환원(?)되는 ‘나’가 아니게 하는, 또는 ‘나에 대한 습관’에 머무르지 않게 하는 게 혹시 사랑일지도. ‘이슬’이든, 땀이든, 다정함이든, 말다툼이든, 두 세계가 부딪치거나 만나는. 관성에 어떤 식으로든 지장을 주는. 아닌가?


벗지 않고 어떻게 너를 만나니?
벗지 않고 어떻게 나를 만지니?

누군지 모른 채 동침할 때도 있다
모르는 너인데…… 입가에 묻은 하얀 침 자국…… 젖었다가 마른 흔적이 문득 좋아서…… 아득히 오래 운 적이 있다

모르는 이와의 동침이 자주 일어나는 이런 몸,
상스럽고 성스러운
음란의 책

(140「시집」전문)



홍대 산책길에서 본 식당 간판 ‘(짬)뽕신’에 대한 내 코멘트는 ‘성스럽고 속스럽다’였는데. 김선우 ‘음란의 책’은 ‘상스럽고 성스’럽구나. 어느 일요일, 어서 집에 들어가자고 초대하며 고작 하는 말이 ‘발정났어.’ 어쩌면 ‘너 예쁘다’와 같은 시니피에일 터. 상스럽고 성스러운 ‘발정났어’를 ‘너 예쁘다’보다 더 참신하게 여기는 나는 변태라고, 김쫑이 말하겠군. 아닌가?


기운을 내라 그대여
만 평도 백 평도 단 한 뼘의 대지도 소속은 같다
삶이여
먼저 쓰는 묘비를 마저 써야지

잘 놀다 갔다
완전한 연소였다


(160「花飛, 먼 후일」부분, 강조는 원문)



그런 게 있을 리 없겠지만, 내 묘비란 걸 상상해보며 바로 이거다, 싶었다. ‘잘 놀다 갔다 / 완전한 연소였다.’ 그런 게 있을 리 없어서 저작권 문제도 없는 걸로. 아닌가?





덧글

  • 다락방 2016/06/29 10:16 # 삭제 답글

    으앗. 그 녹턴이 이 녹턴이었습니까! 저는 녹턴이란 제목만 보고 당연히 가즈오 이시구로 라고 생각했어요. 김선우라뇨! 오!!!!

    그나저나,
    이광호 군요... ㅠㅠ
  • 취한배 2016/06/29 12:11 #

    그죠, 시집 제목이 좀 식상했어요.
    울 거리가 많아져서 우리 다락방 님 어째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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