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진처럼 읽기 NoSmoking

정희진처럼 읽기 - 10점
정희진 지음/교양인

 

정희진처럼 읽고 싶었는데 (아주 당연하게도) 취한배처럼 읽고 취한배처럼 쓰게 되지 싶다. 이 책을 왜 (인제서야?) 꺼내 들었더라? 나가는 길에 급하게, 책이 물리적으로 가벼워서. 꼭지들이 짤막짤막, 이동 중에도 읽기 좋다. 사유는 깊고 에둘러 말하지 않고 날카롭고 치열하고 통쾌하기도 하고. 중언부언 없고 문장은 쉽고 솔직하고 젠체하지 않고.

이 책을 ‘통과’(19)하면서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는데, 이 책 덕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내 변화를 이 책이 잘 견디게 해주었다는 게 옳겠다. 귀갓길 가방에 고맙게도, 많이 무겁지 않게, 분노할 줄 알고 때로는 어루만져주기도 하는 ‘정희진처럼’이 들어 있어 다행이었다고 하자.


내 몸은 나의 것이 아니다. 내 몸이 나다. 타인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면 그냥 그의 행동을 보면 된다. 행동이 그 자신이다. (266)


평소 독서 취향이라면 내가 절대 찾아볼 리 없는 틱 낫 한의 <화>에 관한 꼭지다. 정희진 또한 누군가의 ‘강압’에 의해 읽은 모양인데 ‘깊고 냉철한 위로를’(265) 받았다는 문장을 소개하면서 하는 얘기다. 행동이 그 자신이다. 내 행동이 그냥 나이고. 마음속에 어떤 친밀함이나 두터운 우정 같은 것이 고여 있을지 알 수 없다, 행동이 아니면. 여기에다 나는 오래전에 외고 다녔던 네팔 노래 한 부분을 더해 본다.


삶은 흐르는 강물 / 한 번 가면 다시 못 오리 / 그러니, 다정하게 미소 짓고 / 친절하게 말 하게나 (…) 지금 여기서.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누구입니까?” (…) “지금 접촉하고 있는 사람”이 답이라는 톨스토이 <세 가지 물음>(106)까지 보태어 보면, 아주 단순하나 더할 나위 없이 명쾌한 삶의 자세 같은 것이 나온다. 어떤 거창한 삶이나 미래, 또는 그 어떤 아름답고 낭만적인 사랑을 꿈꾸고 있는지 몰라도 언제일지 모를 다음을 (늘!) 기약하며 지금 당장 옆에 있는 사람에게 ‘친절하지 않음’이 그걸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농담처럼 툭하면 내뱉는 ‘싫어’, 버릇처럼 던지는 핀잔, 그러면서 (다정한) 진심은 알아주겠지 여긴다? 아니다. 틀렸다. 진심은 행동으로 전하는 거다. 지금 친절하지 않은 사람 옆에 있다면 그 옆을 떠나는 게 답이지 싶다. 다정하지 않음이 진심이든, 숨긴 다정함이든 말이다. 친절과 마음은 아껴서 뭐할 건데, 하는 내 평소 신조를 정희진이 써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더구나 내가 참으로 좋아하는 조은 시인의 ‘지금은 비가…’ 꼭지에서.


인맥 관리, ‘밀당’, 포커페이스…… 몸 사리고 계산해봤자다. 남김없이 준다고 해서 바닥나는 마음은 없다. 인간이 바닥을 드러낼 때는 따로 있다. 그러니, 목숨처럼 해 다오. (77)


‘책 소개 책’을 넘어선다. 그래서인지 다른 책 소개 책 만큼 보관함이 늘지는 않았다. 원전에서 과연 이보다 좋은 감상을 얻을 수 있을까 싶기도 해서다. 정희진처럼 읽고 싶었는데 (아주 당연하게도) 취한배처럼 읽고 취한배처럼 썼다. 큰 책을 작게 만든 ‘독후의 감’이다. 지금 내 통과지점만 짚어서다. 다 말할 수 없는 책이 좋은 책이라고 여기 어딘가에서 읽었는데, 이 책이 정확히 그러하다.


책 제목에는 ‘~의 이해’가 많다. 이해(理解)는 읽는 이의 이해(利害) 관계와 관련이 있다. 그러니 이해는 난이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영역이다. 이해의 영어 표현(under/standing)이 좋다. 이해하려는 대상 아래 서 있으려는 겸손한 마음, 이것이 첫 번째 자세다. 이해는 사랑과 지식을 아우른다. 사랑은 수용이다. 상대를 수용할 때 이해는 따라온다. (283)


 

P.S. 누가 문장 교정 좀 해 줬으면 좋겠다. 나 글 참 못 쓴다. 누군가 다듬어주는 거 (그런 적 있다!), 나도 좋아한다. 정희진처럼.

 

덧글

  • 2016/06/26 00:1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6/06/26 10:06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다다 2016/06/26 00:37 # 답글

    크- '이 책을 ‘통과’(19)하면서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는데' 저는 이 문장이 제일 각별하네요.
  • 취한배 2016/06/26 10:06 #

    네. 제게도 각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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