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 NoSmoking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 - 8점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전영애.박광자 옮김/청미래


그러나 국민을 잊고 있는 왕비는 참으로 비싼 도박을 한 셈이다. 세계가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문제를 던져주었으나 그녀는 쳐다보지도 않았던 것이다. 시대에 한 번만 눈길을 주었어도 깨달을 수 있었을 것을 알려고 조차 하지 않았다. 세계와는 언제까지나 동떨어져 쾌활하고, 젊고, 자유롭고 싶었다. 도깨비불에 홀려 끝없이 뱅글뱅글 돌면서, 궁정이라는 꼭두각시 인형극 속에서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결정적인 세월들을 헛되어 보내버리고 만 것이다. (120)


만화책 아니다. 오스칼도, 앙드레도 나오지 않는다. 페르센은 나온다. 옮긴이 이름에는 전영애도 보인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심리학적 접근으로 만나는 마리 앙투아네트. 18세기 대표적인 민폐 왕비. 로코코의 전형적인 인물. 생각 없이, 대책 없이 자신의 쾌락만 좇는 모습에 철없다, 싶다가도 답 없다, 하게 된다. 악의는 없었다지만 (악의가 있으려면 생각이라는 걸 해야 할 터.) 악의가 없이도 패악질은 패악질인 법. 더구나 (하필이면!) 왕과 왕비라는 자리에 있을 때는 더욱.


격동기를 거치면서 마리 앙투아네트는 퍽 성숙해지나 그 성숙기는 너무 짧았다. 이성과 생각을 머리에 장착하게 되자마자 그 머리와 이별하게 되다니 씁쓸하다. 페르센과의 사연도 애틋하고. 공주놀이 즐기는 어떤 정치인이 종종 겹쳐 보여 2세기도 더 전 민중의 한숨을 내가 같이 내뱉게 된다. 그분이 얼마 전 파리에 들른다는 걸 홍보하면서 우리나라 외교부 트위터에는 이런 질문이 떴다는데. “프랑스 하면 뭐가 생각나시나요?”


“단두대,” “말이 안통하네트” 라는 답글들. 그 때문에 본 책은 아니다만. 츠바이크의 펜촉이 그려낸 마리 앙투아네트에게선 연민을 느끼게 된다. 그가 쓰면 그렇게 되고 만다. ‘인간화’가 비결이라는 부언. 요즘 들어 ‘반인반신’ 같은 신화가 들려오고 어느 독재자 추모 사업에 엄청난 재정이 투입되고 있는 건, 내가 공화국이 아닌 공주국에 살고 있기 때문이겠지. 투표하고 싶다. 혁명 같은.


왜냐하면 우리는 옛 세대처럼 역사적 인물에 관심을 가지기 위해서 그 성격을 이상화하고 감상적으로 만들고 영웅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식, 다시 말하면 중요한 본질의 특성은 모호하게 놔둔 채 그 대신 다른 특징을 비극조로 과장할 필요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신격화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화하는 일이 모든 창조적인 심리학의 최고 법칙이다. 인위적 논리로 변명하는 것이 아니라 해명하는 것이 심리학이 이룩해야 할 과제이다. 이런 과제가 이 책에서는 한 평범한 인물을 통해서 시도되고 있다. (549, 저자 후기)


 

덧글

  • 다다 2016/06/23 03:00 # 답글

    오오, 취한 배님 트위터도 보세요?
    독재자 똥색 동상 보셨습니까?
    여기가 북조선인지 남조선인지....에혀...
  • 2016/06/24 18:0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취한배 2016/06/26 23:31 #

    트위터 안 보는데요. 안 봐도 어이없는 트윗은 (팟캐)뉴스에서 알려주더라고요. 똥색 동상은 언젠가 사진으로 본 적 있고 혹시 눈 버릴까봐 다시는 안 보도록 주의하고 있습니다요.
  • 2016/06/23 07:40 # 삭제 답글

    저도 무척 좋아했지만 엄마가 더 좋아했던 책!! 엄만 뭔가 공주공주 이런걸 좋아해서 우리도 공주처럼 키워주신듯 ㅎㅎ 츠바이크의 매력은 정말 인간화인게 정답이에요. 와ㅡ 저도 지난 여행 내내 츠바이크 생각했는데 찌찌뽕!
  • 다락방 2016/06/23 07:58 # 삭제

    뽀 어머님 멋지시네요! 공주공주 이런 걸 좋아해서 공주처럼 키워주셨다니! 멋지셩! ♡.♡
  • 취한배 2016/06/26 23:32 #

    포공주님이셨어용.ㅋㅋ 다락방 님은 포 님 어머님 멋지시다고 하셨는데 저는 왜 (실례) 귀여우신 것 같지요? 희희. 지난 여행 내내 츠바이크 생각! 새 책 나온 거 아세요? <우정, 나의 종교>라고, 짧은 평전들인가 본데 보고 싶어요+찌찌뽕!
  • 민폐댓글공주 2016/06/23 12:41 # 삭제 답글

    어떤 모임에서 (바지) 회장 자리에 서로 앉지 않으려고 하는 아름다운 풍경이 연출되고 있는 중에 차기 회장을 뽑아야 할 시기에 이르러서 현임 회장이 마지못해 연임하게 될 위기에 처해서는 "내가 해봐서 아는데, 나 잘 못하잖아." 라며 궁색한 변명을 하고 있을 때 해준 말.

    "잘 못했으니까, 잘 할 때까지, 종신!" 악의는 없었습니다.

    2017년 12월 20일에는 만40세를 넘어있을 터라, 이 참에 제19대 대통령 선거 불출마 선언!
  • 취한배 2016/06/26 23:35 #

    흑, 잘 할 때까지 종신이라면 저 이민 좀 데려가주세염; 생각만 해도 무서워...ㅜㅜ
    민폐댓글공주 님의 대선 불출마 선언은 최근 소식 중 가장 놀랍습니다! (신상 막 까고 있으신 주제에. 베댓 될 때까지 댓글로봇 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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