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독약 한 방울 NoSmoking

세상을 바꾼 독약 한 방울 1 
존 엠슬리 지음, 김명남 옮김/사이언스북스


‘죽음을 부르는 독극물의 화학사’가 부제. 그러니까 ‘조선왕 독살 사건’ 류의, 독이 보태어진 역사+음모 이야기만은 아니고 엄연한 화학사이기도 하다. 차차 과학으로 자리 잡게 되는 화학의 역사를 얘기하기 위해 연금술로부터 말을 떼는 건 아주 당연한 듯 보인다. alchemy-chemical 단어 철자만 보아도 할아버지-손자 관계 같은 느낌. 연금술은 내게 심령술 비슷한 어감으로 다가오곤 하는데 뉴턴 같은, 역사상 가장 위대하다는 과학자도 연금술에 심취했던 사실은, 말하자면 아서 코난 도일 경이 말년에 심령술에 푹 빠졌던 것과 유사한 그림으로 내게는 남아 있다. 연금술사들의 부글부글 도가니에서는 아주 치명적인 원소도 함께 끓고 있었으니, 수은이다.


전문가로서 홈스는 찰스 2세의 임종 시 증상들은 수은 증기 때문에 생긴 중독 결과라는 가설을 주장했다. 다른 장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그토록 빨리 사람을 죽이는 방법은 증기 형태의 흡입밖에 없다는 것이다. (51)


연금술사도, 과학자도 아니었지만 찰스 2세는 화학을 좋아해 실험에 열중했던 왕이다. ‘증기 형태의 흡입’에서 옥시 사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는데, 어떤 화학 원소들이 살균제 속에 포함되어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가습기가 만들어내는 증기 형태의 흡입이 ‘그토록 빨리 사람을 죽이는 방법’임에는 틀림없었겠다. 검증이 가능해질 정도로 화학이 발전하여 독살이 쉽지 않게 된 현재라지만, 대기업의 횡포와 정부의 규제 미비, 양심 없는 학자들이 만들어내는 참상을 볼 때 과학이라는 것은 참으로 ‘홀로 우아’해보이기까지 한다. 과학이 발전하면 뭐하나, 싶은.


찰스 2세, 여러 연금술사들, 그리고 뉴턴까지는 실험실에서 오랫동안 중독된 경우. 그에 더해 ‘실수’로 인한 중독과 누군가를 겨냥한 독살 뿐 아니라 특정 직업군에서 보이는 직업병도 저자는 짚어주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잘 알려진 미친 모자장수의 사연이 이렇다.


펠트를 만들려면 털을 압축시켜 서로 엉기게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질산수은 산성 용액으로 화학 처리를 했다. 모자 제작 산업에서 이 공정 이후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수은에 노출되었다. (…) 이들은 전형적인 수은 중독 증상들을 보였다. 성마른 태도를 보이고, 남이 자기를 감시한다는 망상에 시달리고, 주절주절 말이 많아지고, 비합리적인 행동을 했다. ‘모자 제조공처럼 미친’이라는 오래된 영어 표현은 이 때문에 생긴 것이다. (100)


알고 보면 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이 저런 표현까지 낳은 셈이다. 두 번째 파트, 비소 편으로 넘어가서도 비슷한 경우들이다. 비소의 독성이 알려지면서 비소산업이 많이 축소된 한편 현대에 들어오면서 이 원소를 아주 새롭게 쓰기 시작한 산업도 있다는 점이 딜레마 같은데. 바로 전자 산업이다. ‘다이오드, 레이저, 트랜지스터 제조에 비소가 쓰인다. 비소는 실리콘과 게르마늄 반도체에 첨가되어 격자형 결정에 전자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비소화갈륨 반도체 제조에 비소가 많이 사용된다.’(187) 또 하나의 가족이 아니었던 어떤 사례가 생각나는 건 나만이 아니겠지.


1권에서 다루는 원소는 수은과 비소가 다다. 안티모니, 납, 탈륨을 보려면 2권을 읽으면 되겠다. 비소arsenic에 덧붙여서, 당장 떠오르는 영화가 있는데 프랭크 카프라의 <Arsenic And Old Lace>(1944년)다. 비소 탄 포도주로 연쇄 살인하는 두 노인과 캐리 그랜트가 등장하는 블랙 코미디. 두 노인의 능청스러움과 캐리 크랜트의 난리법석 연극적인 연기가 재미있었던 기억. 보자, 비소, 비소…… 낯설지 않은 이유가, 그러고 보니 내가 매일 만나고 있었구나. 며칠 전에는 독일 맥주도 마셨는데, 섞여 들어갔다는 농약 중에는 틀림없이 비소도 있었을 게야. 그러니까, 평소 면역된 나를 비소로 독살하려면 아주 많은 양을 투입해야 하리라. 가능하다면, 맛있는 포도주에 타서.





덧글

  • 댓글연금술사 2016/06/12 03:45 # 삭제 답글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취한배 2016/06/13 20:18 #

    베댓(금)으로 인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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