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택트 2 Smoking

콘택트 2 
칼 세이건 지음, 이상원 옮김/사이언스북스
 

1권 에 이어 10개월 만에 읽는 2권. 직녀성으로부터 오고 있는 암호 해독에 따라 ‘기계’를 만들어 탑승하기에 이른다. 블랙홀, 웜홀, 행성 간 터널…… 지구 미개인으로서는 꿈의 차원으로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 공간과 시간 이동. 실제로 ‘원시인’ 지구 생명체에게는 탑승자 전원의 정신착란으로 봐야 현 세계가 유지될 수도 있었겠다. 1권의 연애사건은 온데간데없고 엘리의 탄생비밀이 밝혀지는 것으로 또 하나의 클라이맥스를 이룬다. 울컥했어야할 텐데, 1권 기억이 저 멀리 달아나 있어 살짝 미안해지기도. 분권의 폐해다.


엘리는 멀리 떨어진 낯선 존재들과 접촉을 시도하면서 긴 세월을 보냈지만 실제 삶 속에서는 아무와도 접촉하지 않다시피 했다. 다른 사람들의 창조 신화를 밝히는 데는 열심이었지만 자신의 탄생을 둘러싼 거짓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평생 우주를 연구했지만 그 안의 가장 분명한 메시지는 놓쳐버린 셈이었다. 우리와 같은 자그마한 생명체는 오로지 사랑을 통해서만 광대함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 말이다. (303)


1권을 읽을 때만해도 표지에 서 있는 저 남자가 과학자 엘리와 ‘썸’을 타던 (역시 과학자) 데어 헤르인가 보다 했는데 2권까지를 읽고 나니, 신자-과학자 간 토론을 열띠게 벌이게 되는 (신자) 파머 조스인가 싶다. 분권의 폐해일 뿐 아니라 기억력의 한계다. 영화에서 보았던 가장 멋진, 내가 아기다리고기다리던 대사는 소설에 등장하지 않는다. 장엄한 우주를 맨눈으로 목격하는 엘리(조디 포스터)가 “시인을 보냈어야 했어요.”라고 말하는 장면인데, 그나마 이게 가장 비슷했다.


하지만 이 창 앞에서도 경이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건 목석일 수밖에 없었다. 젊은 시인과 작곡가, 화가, 영화감독, 열성 신자들 등 세속적 관료주의에 물들지 않은 사람들을 여기에 올려 보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럼 지구의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이 경이감을 쉽게 전달될 수 있을 것이었다. 어째서 진작 그런 시도가 없었는지 안타까울 지경이었다. 그건…… 바로 누미너스라 불릴 만한 감정이었다. (100)


누미너스. 신성을 목격했을 때의 경외감, 압도적인 신비감, 숭고함 정도 되겠다. 과학의 끝에 등장하는,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한 종교용어다. 세속적이지 않다. 그렇다고 종교적이지도 않고. 서로의 용어를 빌려올 만큼 자연은, 우주는 경이롭다. 개종할 필요 없이 그렇다. 수학과 물리학을 부정하지 않는다면 과학과 종교 간 대화는 다채롭고 흥미롭고 생산적이다. 비이성적인 신자와는 달리 무신론자가 포교를 떠벌리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겠다.


어젯밤 별이 밝던데, 아직 거문고자리가 뜰 철은 아니었겠다만 거문고자리 알파별이 직녀성 즉, 베가다. 우리로부터 26광년 거리에 있고 서기 14000년경에는 북극성이 될 별. ‘죽어 별이 된다’는 말이 딱 맞아떨어질 칼 세이건을 생각했다. 별을 보며 과학자의 이름을 떠올리는 건 낭만인가 아닌가. 엘리가 낭만주의자이고 그래서 열린 과학자이기도 하다는 것까지만 말하자. 그리고 또 도로시. <오즈의 마법사>를 정독한 김쫑은 좋겠다.


엘리는 정신이 몽롱했다. 마음속의 자신은 진짜 고대 바빌론의 이시타르 문 앞에 서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는 원시인이었다. 오즈의 수정 도시 첨탑을 처음으로 바라본 도로시이기도 했다. (…) 드럼린 선생을 비롯, 수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엘리를 못 말리는 낭만주의자라고 말해왔다. 그리고 이제 다시 한번 엘리는 왜 그 모든 사람들이 이걸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는지 의아해했다. 엘리의 낭만주의는 인생의 원동력이자 기쁨의 원천이었다. 낭만을 사랑하고 실행하는 사람으로서 엘리는 이제 마법사를 찾아 나선 셈이었다. (15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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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다다 2016/06/02 19:58 # 답글

    오! 좋아요. 이 리뷰.
  • 취한배 2016/06/02 22:34 #

    좋아해주셔서 고마워요!
  • 양철허수아비 2016/06/02 20:48 # 삭제 답글

    엘튼 존, <I Am Your (댓글) Robot>. https://youtu.be/3GQ_0A3CgxM
  • 취한배 2016/06/02 22:34 #

    '양철허수아비'라늬, 최선입니까? https://youtu.be/1TO48Cnl66w
  • 2016/06/02 21:27 # 삭제 답글

    ㅋㅋㅋ 덧글 좋아요 기능 있으면 좋으련만. 피식했네요.
    거문고자리라니 별 이름이 엄청 낭만적이네요. 위시리스트 거문고 배우기인데 언제 배울라나..
    지금 필립 k 딕 읽는데 다른 책들과는 달리 너무 어려워요 ㅠㅠ 계속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이 사람의 sf는 과학이자 종교!
  • 취한배 2016/06/02 22:36 #

    포 님의 칭찬이 댓글알바를 키웁니다.ㅋㅋㅋ
    거문고가 무려 위시리스트에 있다니@@ 멋지네요! 동양(?)에서는 거문고, 서양에서는 오르페우스의 리라라고 일컫는 것 같아요. 꼭 습득하시기 바람미당.
    그 필립 K 딕은 부디 다 읽고 선물하시길요, 희희. (무슨 책이려나...? 저, 딕 전집 있는 거 아시죵?ㅎ) 딕의 작품은 과학이자 종교라는 말씀에 동감!
  • 달을향한사다리 2016/06/03 15:29 # 답글

    이 책도 제게는 거의 <율리시즈>급이랄까요... 하아... 리뷰는 엄청 좋은데, 책은 왜 이렇게 부담될까요...ㅋㅋㅋ
  • 취한배 2016/06/06 11:53 #

    으. 술렁술렁 (1권은 재미나게, 2권은 약간 지루하게;) 읽혀서 부담 안 가지셔도 될 텐데용... 그렇지만 사다리 님이 만나시지 못하더라도 이해할게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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