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 Smoking


부다페스트 - 8점
시쿠 부아르키 지음, 루시드 폴 (Lucid Fall) 옮김/푸른숲


브라질과 헝가리. 리우 데 자네이루와 부다페스트. 포르투갈어와 헝가리어. 시쿠 부아르키와 루시드폴. 포르투갈어가 모어(母語)였던 대필 작가가 주인공이다. ‘루머에 의하면, 지구상에서 악마가 숭배하는 단 하나의 말이라는’(9) 헝가리어가 발단이다. 두 번째 모어라긴 그렇고 부어(父語) 쯤 되려나. 언어를 다루는 사람답다. 언어를 바꾸는 대필 작가라니. 아니, 그 정도에 그치지 않고, 힘찬 결말이다. 이야기가 모두 끝나면, 거울을 가운데 둔 느낌. 수학적이다. 화학적이기도 하다면, 옮긴이 덕분일 거다.


나는 침묵에 빠진 그녀를 계속 지켜보았다. 분명히 내 침묵보다 더 깊은, 침묵보다 더 조용한 침묵에 잠긴 그녀를. 우리는 30분을 더 그렇게 앉아 있었고, 나는 그녀 안의 그녀, 그녀의 침묵 속으로 가라앉았다. 나는 그녀의 깊은 곳에 있는 생각들이 헝가리어로 변해버리기 전에 읽어내려 애쓰고 있었다. (82-83)


꽃놀이 여행길 기차에서, 모텔에서, 휴게실에서 띄엄띄엄 읽었다. 가수가 쓴 소설이라니 별 거 있겠어, 했지 싶다. 별 거 있었고 옮긴이가 부러웠다. 이런 꿈결 같고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없고 반복되나 새롭게 전개되는 이야기, 포르투갈어로 직접 읽는 건 어떤 느낌일까. 좋을 거다, 무척. 네이버에 악마 사전, 아니 헝가리어 사전도 있다. ‘술에 취하다’가 이렇다.  le- részegedik, berúg, becsíp 지금 필요한 문장 ‘보고 싶다’는 없다. 적어도 일대일 번역으로는. 헝가리어, 악마가 숭배하는 말 맞는가 보다. 여독이 풀리지 않은 채 종일 시쿠 부아르키를 들었던 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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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이즌 2016/04/12 18:57 # 답글

    머리카락을 잘랐어요. 오늘. 시쿠 부아루키씨 헤어스타일과 비슷해요. 물론 부아루키씨는 저보다 훨씬 멋집니다. 머리카락만 닮았어요. 오늘 저녁은 고구나 돈까스와 파스타 그리고 감자 튀김, 샐러드가 나왔어요. 배불러요. 한배님도 맛저녁 하시길-

    내일 함께 웃을 수 있길 희망해봅니다.
  • 취한배 2016/04/14 20:09 #

    아침에 일어나 총선 결과를 보고 깔깔깔깔-했습니다. 한 잔 하고 있습니다. 건배.
  • 이즌 2016/04/14 20:12 #

    건배! 깔깔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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