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데라토 칸타빌레 Smoking

모데라토 칸타빌레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정희경 옮김/문학과지성사


처음 읽은 건 아니다. 한참 전에 원서로 읽었고 영화로도 보았지 싶다. 잔 모로와 장 폴 벨몽도. 나른한 가운데 인상적인 총성과 핏자국. 권태와 사랑, 죽음과 치정. 해설에서 소개된 바, 뒤라스 자신이 겪은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강렬한 성적 체험’(129)이란 건 무얼까. “당신이 죽었으면 좋겠습니다.”(120)라고 말하게 하는 사랑이란 건 도대체. ‘사랑한다’는 말이 금기어인 듯한 태도를 취하는 불친절하고 이상한 사랑이야기. 보통Botton 식으로 쇼뱅과 안이 서로 마시멜로하는 이야기. 내 식으로는 쇼뱅과 안이 서로 포도주하는 이야기.


안 데바레드는 또다시 방금 채워놓은 잔을 들어 마셔버린다. (…) 부르지 못하는 이름으로 가득 차 있는 입 속으로 포도주가 흘러들어간다. 이 모든 일이 허리가 꺾이는 고통스런 침묵 속에서 벌어지고 있다. (108)


‘부르지 못하는 이름,’ 폭음하게 하는 안타까움, ‘머물라’고 하지 않고 ‘가버리라’고 하는 역설. 이상하고 이상한데, 빈틈이 많아도 너무 많은데, ‘이게 다예요’라고 하는 듯하다.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고 시시한 대화를 나누거나 포도주를 마시거나 서성이거나 불면의 밤을 보내거나 가끔 눈물이 솟는 그런 거. 욕망, 뒤라스 식 사랑이야기. 어제는 조금 슬펐고 오늘은 살짝 무섭기도 했는데, 오늘 두 번째로 이세돌을 이긴 알파고가 소설을 쓴다면 취할 법한 문장들이랄지, 감정의 개입 없이 무뚝뚝한.


그래서 그가 할 수 없었던 일을 그 여자가 했다. 여자는 입술이 서로 닿을 만큼 가까이 남자에게 다가갔다. 차디찬 그들의 입술은 조금 전 그들의 손과 같이 죽음의 의식을 따라 서로 포개진 채 떨면서 그렇게 머물렀다. 이루어졌다. (119)




덧글

  • 측근 2016/03/11 08:42 # 삭제 답글

    저는 이 글을 읽고 아 이 책도 읽어봐야지, 했습니다.
    그러다가 맨 마지막 사진을 보니, 어라? 읽은 책 같은데? 싶은 겁니다.
    그러면서 어렴풋하게 내용이 기억 날락말락 하는데, 여자가 아이를 데리러 학교로 가던 장면이었는지...바닷가 근처 마을을 걸었던 것 같은데....
    그래서 읽었다면 페이퍼를 썼겠지, 싶어 찾아봤더니 제가 글을 쓴 게 없더라고요? 흐음, 그렇다면 나는 이걸 안읽었나 싶어서 이 책을 '구매하기' 해보았더니 2009년에 이미 구매한 상품이라고 나오더라고요.
    아, 샀고 읽은 게 맞다, 그러나 내용이 1도 기억나지 않는다....가 제가 내린 결론입니다.

    이런 엉뚱한 댓글이라 미안해요..
  • 취한배 2016/03/12 23:16 #

    ㅎㅎㅎ저는요, 이 책을 측근님이 읽지 않았을 리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잠시 걸치는, 언급하는 페이퍼가 없다고 해도 말입니다. 바닷가 마을도 맞고 여자가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것도 맞아요. 피아노 학원. 아이도 좀 이상하고 피아노 선생도 좀 이상하고 번역도 좀 거칠거칠. 잊어버리는 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응. 중고서점에서 보여 반가운 마음에 집어와 다시 읽어보는 게 나쁘지는 않았지만요.

    내용을 상기시켜주는 리뷰가 아니어서 미안해요.ㅎㅎ
  • 2016/03/13 03:23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취한배 2016/03/14 03:01 #

    아.ㅜㅜ 님.ㅠㅠㅠㅠㅠㅠ
  • 달을향한사다리 2016/04/04 14:31 # 답글

    처음 읽을 때보다 두 번째 읽었을 때가 더 좋았던 기억이 나네요... 술 취한 그녀가 조마조마했던 기억도...
  • 취한배 2016/04/06 21:29 #

    동의합니다. 이 책을 지금 처음 만났다면, 그리고 제가 너무 어렸다면 뭥미?했을 것 같아요. 뒤라스 자신도 포도주 엄청 마셨던 거 아세요? 멋진 (술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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