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텍스트 NoSmoking


당신의 텍스트 - 10점
성기완 지음/문학과지성사




야해라. 작품 해설「사랑은 피 흘리는 텍스트」에서 이광호 작가가, ‘이 시집은 그렇게 남성적 자아가 탈주체화되는 과정에서 파열되는 소음과 리듬, 그것은 꽃핀 ‘죽음의 세계’에서 ‘기쁜 탄식’과 ‘즐거운 비가’로서의 사랑 노래’(139)라고. 침대에서 무심코 집어든 아침, 잠이 화들짝. 야해서.


당신이 선녀탕을 나와 무화과나무 속으로 사라졌어요 나는 얼른 물쿵뎅이 신발을 꺾어 신고 당신을 따라갔죠 어디 계세요 어른어른 푸른 이파리 사이로 당신 흰 다리가 널을 뛰더니 붉게 익어 흐드러지기 직전의 무화과가 당신 치마폭에 하나 가득 당신이 씹두덩 같은 그걸 쭉 찢어주자 나는 오돌오돌 치모 끝 돌기 같은 씨가 징그럽게 촘촘히 박힌 그 속살을 입술에 즙 묻히며 받아먹어요 아 밍밍하고 지려 맛없어 투덜거리자 하나 더 먹어봐 이게 달콤하지 않니 당신이 그렇게 말하며 이번엔 아예 헤벌어지도록 익은 그걸 내 입에 대주자 나는 숨이 막혀요 이로 씹을 틈도 없이 혀끝에서 녹아드는 그 속살을 비로소 알아봐요 이 맛이로구나 수줍고 담담한 요런 달콤함이야말로 진짜 달디단 자연의 맛이로다 단물이 줄줄
(17,「단물」전문)


그렇게 잠이 깬 후 커피와 담배의 오후에는, 누군가 무척 그립다가,


머뭇거리며 빈 손짓을 하는 것 같아
보이는데 실은 그래요
그리움이라 쓰는 동작이죠 그것밖엔
없어요 당신은 오늘도
떠나갔으니까
지나갔으니까
(23,「당신을 생각하는 시간 오후 1시 50분」부분)


결국 아픈 저녁.


칼로 찌른 것도 아닌데
낭자
당신은 유혈이
낭자
하군요 하긴
한때 내가 거길 찢고 나왔죠
황홀한 자상을 입고
피범벅으로 좋아 죽는
당신은 생리 중
아무리 조심조심 휘둘러도
아 결국 사랑은 칼부림
(33,「해피 뉴 이어 2」전문)


사랑사랑사랑, 유치하지 않게, 불쾌하지 않게, 아프게, 야하게, 쓸쓸하게. ‘세상에!’ 멋진 당신. 밤까지 오늘은 종일, 3호선버터플라이.


이 노래들을 들으며 마음에 관해 생각해.
마음에 두다, 라는 표현이 있지.
그러나 watch out! 한번 마음에 담으면 꺼낼 수는 없어.
그러니 마음에 담아두기 전에 잘 생각해야 해.
(49,「당신의 텍스트 4」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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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6/02/25 06:33 # 삭제 답글

    요즘 글 왜케 쓸쓸합니까? 오랜 친구와 애인의 방문이 있는거 아닙니까? 하긴 뭐 쓸쓸함이 옆에 누가 있다고 가시는 건 아니니, 질문 하는 동시에 그러려니 하고 있지만요.
    3호선 버터플라이 처음 들어보는데 작업실이 3호선에 있는걸까요? 음악의 모든 부분이 좋은 건 아니지만 중성적인 목소리라던가 기타 연주라던가 매력적이네요. 처음 듣는 노래의 가사를 캐치할 수 있는 능력은 없어서 (청취능력이 좀 모자람) 가사는 모르겠지만 가지 말라고 ㅠㅠ
  • 취한배 2016/02/25 13:46 #

    읭? 글이 쓸쓸했슴미꽈? 책이 그래서이지 않을까+간절기 타는 탓도 조금? 힝힝. 요즘 그냥그냥고만고만 괜찮은 편인데 말이죵. 3호선버터플라이 포 님도 좋아하실 것 같은데. 처음 들어보시는 거면 성기완 시인이 저 안에 있다는 사실도 모르셨겠군요?! 음악에 심취한 표정의 멋진 분! 매력에 쏙 빠지고 말았슴미다;; 가사는 처음엔 제게도 잘 안 들렸던 기억. 옮겨놔 볼게요. ‘너에게 침을 뱉고 싶어지는 이 기분,’ 크.

    헤어지는 날 바로 오늘 / 믿기 싫지만 바로 오늘 / 진눈깨비가 거리를 뒹구네 // 헤어지는 날 바로 오늘 / 너는 모든 걸 빼앗아 가네 / 진눈깨비가 얼굴을 때리네 // 가지 말라고 가지 말라고 / 매달려 봐도 매달려 봐도 / 가지 말라고 제발 가지 말라고 / 매달려 봐도 소용이 없네 // 진눈깨비 흩어지는 거리에 / 도망치듯 멀어지는 네 뒷모습 / 깊어질 수 없다는 그 거짓말 / 너에게 침을 뱉고 싶어지는 이 기분 // 하지만 너에게 길을 묻지는 않았네
  • 이즌 2016/02/27 01:40 # 답글

    시인이자 음악가 성기완씨 넘 좋아요.
    한배님처럼 지성인이 좋아할 만해요. 3호선 버터플라이-
    저처럼 안지성인은 태진아를 좋아합니다. 이 아저씨 노래 은근 웃김요.
    여기 소주 하나 더요! 꼭 이렇게 하게 만듭니다.
  • 취한배 2016/02/27 22:38 #

    저 지성인 아니고 건성인. 건조해서 힘든 간절기임미다.ㅜㅜ
    여기 소주 하나 더요!는 3호선버터플라이로도 가능, 완전 가능요. 아, 그러고 싶다. 여기 소주 하나 더요;; 예전에 이상은 씨가 한 말로 기억하는데, 트로트에 알러지 있다고. 저도 조금... 흡.
    건배건배. (여기 소주 하나 더요)
  • 2016/02/27 22:21 # 삭제 답글

    ㅇㅇ 가사 들으면서 다시 들었는데 하마터면 울뻔 했어요 ㅋㅋㅋ
  • 취한배 2016/02/27 22:38 #

    그죠, 포 님. 다시 들어주셔서 고마워요. 우리 같이 사랑합시다, 성기완 시인님 아니, 3호선버터플라이.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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