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 Smoking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
재닛 윈터슨 지음, 김은정 옮김/민음사
 

끔찍한 엄마다. 끔찍한 어른들이고 환경이다. 공포소설은 분명 아닌데 나 혼자 무섭다. 종교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비이성이 나는 제일 무섭더라. 그런 ‘담장’에서 아이를 선교자로 키우며 ‘우리는 신의 소명을 받은 사람들’이라고 우쭐해하는 모습은 뭐랄까, 그냥 미친 것 같다. 그런 편협하고 이상한 세상을 겪는 지넷(이냐, 재닛이냐;)의 성장소설이다. 작가의 체험담으로 아주 짙게 읽히는.


내 친구들 사이에선 어릴 때 교회에 다녔던 경험을 두고, ‘예방주사’라 부른다. 지금은 무신론자들인 우리 모두 입을 모아 하는 얘기는 예방주사 ‘덕’을 본 셈이라는데. 소설의 주인공 지넷도 성장하면서, 억압적이고 비합리적인 교회와 교리의 한계를 깨닫고 깨치게 되는 걸 보면 내 무리들의 용어선택이 탁월한 것도 같다. 물론 ‘열혈 신자’ 엄마가 지넷에게 끼치는 영향에 비하면 우리가 겪었던 종교체험은 귀여운 수준이지만.


신을 믿을 수도, 성경을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평생 성경‘만’ 읽는 것만큼 위험한 일도 없으리라는 게 내 생각이다. 성경뿐이겠나, 어떤 책이나 교리서라도, 평생 한 권만 읽는 건 어쩔 수 없이 그럴 것이다. 아, 지넷의 엄마는 『제인 에어』도 읽는다. 그나마 결론을 왜곡해서 지넷에게 들려주지만. 독선, 편협함, 그 안에 자식을 가둠. 끔찍해라. 발랄하고 가벼운 문장들로 회상하고는 있지만 내게, 지넷은 엄청난 (사상적, 심리적) 폭력 속에서 자란 것으로 읽혔다.


내 무서움에 대해 조금 더 말하자면, 정확한 내용 파악도 안 된 상태에서 독재자 찬양 문장을 달달 외워 그 작은 목청이 다 쉬도록 웅변을 토하는 어린이나, 독재자들의 ‘업적’을 가사에 실은 긴 노래를 4절까지 암송하여 부르는 어린이 합창단의 모습에서 느끼는 감정 정도 될 것 같다. 안쓰럽고, 안됐고, 저들의 부모는 도대체 왜?! 묻게 되면서 으스스 소름이 돋는 동시에 분노가 치솟는 공포.


‘담장’을 무너뜨리게 되는 계기는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지넷의 경우는 (저자처럼 잘 알려져 있듯), 동성애다. 그리고 자신에게는 여왕이었던 어머니의 배신, 몰래 하는 독서, 조금씩이나마 깨닫게 되는 교회의 불합리함 등, 한마디로 ‘성장’이지 싶다.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 신만이 전부는 아니다. 오렌지는 맛있기라도 하지. 조금은 강력했던 지넷의 예방주사. 


배신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어디에서 발견하건 배신은 배신이다. 어머니는 그날 밤 편지 이상의 것을 태웠다. 어머니는 몰랐을 테지만, 그녀는 이제 더 이상 나의 여왕, 백색 여왕이 아니었다. 담장은 보호하고 동시에 제한한다. 무너지는 것도 담장의 본질인 것이다. 담장이 무너지는 것은 당신이 자신의 트럼펫을 불 줄 알게 된 결과다.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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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술집에서 문득 본 진실 : 무게 2016-03-03 21:25:57 #

    ... 문장에서부터 반했다. ‘나의 아버지는 포세이돈이다. 나의 어머니는 대지다.’(25) 짧은 문장으로 착착 이어가는 진행이 간결하면서 몹시 아름답다.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에서 볼 수 없었던 ‘자칭 버지니아 울프’를 살짝 본 듯도 하다. 켜켜이 놓인 시간과 공간을 좌르르 풀어헤치는 묘사가 그렇다. 아름다운 문장이 ... more

덧글

  • 정윤성 2016/01/27 12:13 # 답글

    저도 날때부터 성당에 다녔어요. 교회랑은 또 다른 분위기였겠지만 종교적 비이성이 판단의 근거가 되는 집단이라는 점은 아마 다름이 없을 겁니다. 중학생 때부터 제가 신을 믿지 않고 성당에는 그저 놀러가는 거라는 걸 깨닫고 오락실 갈 때도, 친구 집에서 놀 때도 그냥 성당간다고 변명으로 써먹다가 고1 때 나 신 안 믿어요, 라고 말했는데 집이 한 번 뒤집어졌었지요... 성당에 다닌 게 나쁜 기억은 아닌데 종교적 비이성을 삶에서 만날 때마다 드는 생각이 이해는 되지만 이제는 믿지 않는 자신이 다행, 인 걸 보면 묘한 기분이 들어요. 취한배님의 표현대로 예방주사를 맞았던 것 같습니다.
  • 취한배 2016/01/27 19:31 #

    예방주사 경험을 얘기해주셔서 고마워요. 종교를 언급하면서 살짝 걱정이 되지 않았던 건 아닌데 정윤성 님의 고백이라니, 아이, 좋습니다. 교회나 성당의 순기능이 아예 없다고 보진 않는데요, 말 그대로 광신하는 이들을 보면 저는 정말 무섭더라고요. 저 또한 은근히 좋아하는 좀비(물)보다 더 무서워요. 최근 올리신 <더 좀비스>리뷰 덕분에 알라딘 제 보관함에서 가뿐히 삭제했다는 말씀도 이 기회에 드립니다. (저도 간증. 보관함을 불려주시는 리뷰도 좋지만 다이어트 시켜주시는 리뷰가 더 좋아요!ㅎㅎ)
  • 무료한 레마 2016/01/27 13:59 # 답글

    헉 저도 지난주에 이 책 읽었어요! 중간 중간의 개별적인 이야기들은 어떻게 받아들이셨나요?
    새로운 환경으로 간다는 공통점은 있는 것같은데 본 줄거리와의 뚜렷한 연관은 모르겠어서ㅜㅅㅠ
  • 취한배 2016/01/27 19:34 #

    앗. 비슷한 시기에 같은 책! 반가워요. 중간 중간의 이야기들, 완벽함을 추구하다가는 쫄망한다, 와 아서왕에 대한 퍼시벌 경의 (그러니까 동성간) 우정 또는 사랑, 그리고 레마 님 말씀처럼 새로운 환경으로 가는 공통점도 보았어요. 사실, 크게 와 닿지 않는 우화들이라 흘리면서 읽기도 했지만 제 경우, 답답하고 숨 막히는 지넷의 성장기에 숨통을 터주는 환기 역할로도 여겨지더라고요. 이 소설만으로는 작가 스스로 자임하는 버지니아 울프를 모르겠던데, 다른 작품들도 보고 싶어지긴 했답니다.
  • 무료한 레마 2016/01/27 21:06 #

    ㅋㅋㅋㅋㅋㅋㅋ저도 책날개의 그 이야기 보고 읭...? 버지니아 울프아니 그건 좀....
  • 고라파덕 2016/01/27 15:04 # 답글

    리처드 도킨스도 말했듯이, 구약성경의 신 야훼(여호와)는 아마 인류 문명속에서 가장 잔혹하고 야만적인 그 무엇인것같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찬란한 문명이후로 구약성경을 받아들인 유럽이 중세 천년 암흑기를 겪게 된것을 봐도 그렇고요.
  • 취한배 2016/01/27 19:37 #

    잔혹한 걸로 치자면 고대 그리스 신'들'도 그에 못지않았지만, 독단적이거나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확신과 편협함, 그리고 다른 종교에 대한 배척은 유일신 개념과 함께 온 것 같아요. 다른 종교를 깔아뭉개면서 오만하게 행하는 '선교' 활동이 저는 늘 독선, 무례함이라 생각되더라고요.
  • 고라파덕 2016/01/28 03:41 #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나 그외 철학자들의 책을 읽어보면 신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없습니다. 그에 비해서 중세 암흑기 시절의 철학자들의 책을 읽어보면 야훼에 대한 두려움이 정말 너무나도 반복적으로 표현이 됩니다. 고대 그리스 시절의 신이란것은 사실 철학자들이 신경쓰지 않는 그냥 재미삼아서의 무엇이었지만, 중세 암흑기 시절에는 인간들이 야훼라는 살인마의 노예가 되어서 말도 안되는 공포와 잔혹한 짓거리들을 했죠. 고대 그리스 문명이후로 유럽에 구약의 신인 야훼라는 바이러스가 들어온것이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야훼라는 신을 믿는 3개의 종교,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는 이 세상에 좋은 일을 단 1개도 역사적으로 하지 않고 오히려 가장 잔혹한 대규모의 살상을 일으킨것을 보면 구약성경의 야훼는 아마 진정한 악의 축인듯합니다.
  • 취한배 2016/01/28 14:45 #

    악의 축.ㅋㅋㅋㅋ 고라파덕 님 시원하게 말씀해주셨네요. 그나마 종교의 미덕이라고 할 수 있을 부분조차도 도덕이나 윤리, 인류애만으로도 감당 가능하다는 게 제 생각이기도 해서요. 저들이 저지르는 패악질에 종교라는 이름을 거는 건 그야말로 허울 좋은 명분이지요. 그 아래 숨어있는 계기는 경제적인 이익일 때가 많고 말입니다. 그들이 말하고 있는 신은 하나인데 자기 신만 옳다니 뭥미스럽고, 이현령비현령 가관일 때가 많아요. 그러니까 어쩌면, 신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심하게 말하면) 신을 만든, (부드럽게 말하면) 신을 해석하는, 인간의 문제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호메로스나 소포클레스 같은 걸 보자면, 고대 그리스인도 신들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없진 않았을 거예요. 신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자기 자식을 제물로 삼거나 갖다 버리기도 했으니까요. 그렇지만 말씀하신 대로 ‘재밋거리’라는 느낌이 강했다는 데는 저도 동의합니다. 빈틈 많고 질투도, 실수도, 욕심도 많으나 힘만 센, 인간과 아주 닮은 모습으로 인간생활에 스며 함께했던 존재라는 느낌이요. 소설리뷰나부랭이에 진지한 댓글 고맙습니다, 무신론자고라파덕 님.ㅎㅎ
  • 다다 2016/01/27 15:32 # 답글

    저도 어릴때 열심히 교회를 다녔는데요. 어떤 계기로 인해 막연히 교회 싫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었어요. 그 후, 기독교의 현실적 폐해를 입증하는, 혹은 그것을 보강하기 다양한 '증거물'을 수집하는데 열을 올리고 논리적 뼈대를 구축하는데로 옮아갔다가, 뭔가 일단 얘기를 시작하면 도저히 소통이 되지 않을 것 같은 것에 대해, 자신과 남의 삶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어떤 것에 대해선 때론 함구하는 편이 낫다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그래서, 종교에 관해선 되도록 말을 아끼는 편입니다.

    다만, 기독교가 마련해 준 나쁜 계기들로 인해 다른 종교는 어떨까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각기 다른 종교에는 배울 점들이 다 있다는 평화공존 혹은 관용의 정신을 견지하자는 입장에 이르렀고, 종교라는 허울을 뒤집어 쓴 사람들 마음속에 도사린 맹목과 편견의 틀을 성찰하면서, 좀 더 합리적이고 인간적 존엄성을 더 높이는 방향으로 종교가 에너지를 쏟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영성에 대한 관심은 쭈욱 있어왔어요. 무엇보다 우주를 상상하면 그랬어요. 합리론과 과학의 언어를 공부하다가도 끝간데 없고 장엄하고 숭고한 느낌이 들 때면 초월적인 어떤 것에 대한 궁금증과 갈망이 더해갔죠. 가령, 무지개의 발생과정과 그 화학성분을 분석하는 것이 무지개를 바라보면서 느끼는 경이로움과 양립할 수 있듯이, 과학의 언어와 종교가 반드시 양립불가한 대립관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막말로 유물론자이면서 기독교인일 수 있다고 저는 여겨요.

    광활한 우주속에서 인간은 자연을 불완전하게만 이해할 수 있으며, 신비로운 수수께끼인 인생의 마주침도 그러하고, '소우주'라고 하는 인간이 겸손으로 채워야 하는 장엄한 구조라고 말해질 수 있는 한에서, 인간은 누구나 부처씨와 초월적 신성을 지닌다고 믿습니다. :)
  • 취한배 2016/01/27 19:39 #

    종교와 과학. 저는 창조론을 '믿는' 과학자가 아니면 된다고 생각해요. 요즘 드는 생각은, 사람 안에 어쩌면 믿는 인자, 믿고 싶어하는 마음 같은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겁니다. 명리, 사주 이런 것에도 비슷한 구석이 있는 것 같고요. 저는 신을 믿는 사람을 존중해요. 다만, 광신과 믿음강요-선교는 무서워해요. 신을 믿지 않는 저도 존중받고 싶어요. 저는 인간을, 과학을 '믿어요.' 그 변화가능성까지 포함해서 말입니다.
  • 핸드크림 2016/01/27 17:22 # 삭제 답글

    아침부터 이 글에 대해 댓글 달고 싶었는데 여태 너무 바빠서 이제야 다시 왔어요. 에, 바빴던 건, 일도 일이지만, 호주 가는 항공권도 끊어야 했고, 맥북도 알아봐야 했고... 킁킁.

    저는 완전 모태신앙이었어요. 아주 꼬맹이일때 부터 교회를 다녔죠. 이사를 자주 다녔는데 이사를 다닐 때마다 어쨌든 이사가는 동네의 교회를 찾아 다녔어요. 그리고 얼마나 성실한 신도였는지 몰라요. 그 어린애가 길바닥에 나가서 주보 나눠주며 전도를 하고 예배시간보다 일찍 가서 교회 활동 하고, 교회 반주하고, 주일이면 친구들에게 전화돌려 교회 가자 꼬시고... 사실 이건 어떤 신앙심으로 했던 건 아닌 것 같아요. 그 당시의 저는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 이 종교는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 자체가 없는 채로 어쨌든 무조건 어디서든, 나는 뭐든 잘해야한다, 라는 생각 같은 게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중학교 2학년때, 이 모든 걸 버렸습니다. 교회에 가지 않게 되었죠. 그 후론 교회가 싫어지게 되었어요.


    교회에 다니는 동안에는 해리성 기억장애 같은 것도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어릴 적에 목사에게 성추행을 당했었는데-국민학교 입학하기 전이었나 1,2학년 때였나 그쯤-, 그걸 잊고 있었다가, 성인이 되어서야 확 기억이 났어요. 아...(심호흡좀 하고요..)

    성가대 지휘자가 성가대인 제 여동생에게 자꾸 뽀뽀를 해서 제가 가방 싸서 집에 보내기도 했고요. 제가 6학년 때요. 그래서 저는 지금 교회라는 말만 들으면 나쁜 기억들 밖에 떠올려지지가 않아요. 아주 끔찍해요. 나쁜 기억은 다 거기에서 비롯된 것 같아요. 어른이 되어 본 기독교는 한마디로 개독교였죠. 다 거지같고 다 싫었어요. 그러다가 기독교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는데, 그 친구들은 달랐어요. 저한테 교회다니라고 강요하지도 않았고 또 자신들의 신앙을 드러내려 하지도 않았어요. 그저 그 안에서 자신들은 성실히 신앙인의 역할을 했고, 밖에 나와서는 종교의 다름을 인정하는 사람들이었어요. 아, 기독교인이라고 다 그런 건 아니야.. 라고 조금씩 깨닫게 되었는데, <시사인> 에서 '임영신'의 인터뷰를 보게 됐어요. 임영신은 외롭고 고독한 자기 인생에 교회를 다니고 나서 아주 큰 힘이 되고 도움이 됐다고요.

    그때 얼마나 멘붕이 오던지..

    아, 나에겐 끔찍하기만 했던 곳이 누군가에겐 인생의 아주 중요한 순간에 도움을 주는 곳이 될 수도 있구나, 하고요. 그게 무엇이든 사람마다 다르게 영향을 미치고 다른 생각과 다른 감정을 준다는 건 알고는 있었지만, 단순히 아는 것과 실제로 보게 되는 건 다른 것 같아요. 임영신의 인터뷰를 읽고서야, 아, 내가 내 경험만으로 편협했구나, 싶더라고요. 물론, 그렇다해도 저는 다시는 교회에 다니고 싶지 않지만 말예요.


    일전에 남자지인에게 소개팅을 해주려고 했는데 넌 어떤 사람이 좋아? 물으니 '똑똑한 여자'가 좋다는 거에요. 그 남자 지인이 기독교를 되게 싫어한다는 걸 알고 있던 터라, '음, 똑똑한데 교회에 다닌다면?' 하고 물었더니, '똑똑하면 교회에 다닐 리가 없죠' 라고 답하더라고요.

    아, 교회다니는 제 친구들은 다 똑똑합니다. 갑자기 저 남자사람의 저 말이 생각났어요.


    저는 교회를 생각하면, 교회, 기독교, 종교인이 다 싫어요. 그리고 남자들도 싫어요. 저는 제가 어릴 적에 성추행 당했던 일에 대해 어른이 되어 남자 어른들 몇에게 얘기했을 때, 위로 받은 기억이 없어요. 그게 누구든 어떤 포지션이든 제게 그 일에 대해 제 마음을 다독여준 사람이 없었어요. 심지어 어떤 남자사람은 분석을 하기도 하더군요. 그때 니가 느끼늠 감정이 어떤 거였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어쩌고 하면서...대체 초등생에게 뭘 분석하란거죠? 그것도 상처입은 초등학생에게? 그래서 아, 남자새끼들한테는 얘기하지 말자, 라고 생각했었어요.


    얘기가 자꾸 딴 데로 새는데, 측근님은 아시겠지만, 제가 작년에 알라딘에 올렸던 적이 있었죠. 올려놓고 나서 잠을 못자고 끙끙 앓다가 다음날 바로 내렸고요. 그때, 어떤 남자 어른이 와서 그동안과의 남자들과는 다른 반응을 보여줬어요. 그리고 B 도 그랬고요. 그래서 이제는 '아, 어떤 남자들은 다르다, 남자들이 다 같지 않다' 라는 걸 받아들이고 있어요.


    다시 본래의 얘기로 돌아가서,
    저는 제 유년시절이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그때가 있어서 지금의 제가 되었다고도 생각하고요. 그렇지만, 제가 교회를 다녔던 시간, 교회에 다니면서 너무나 성실한 신앙인으로 살았던 그 시간을 제 인생에서 송두리째 들어내고 싶어요. 제가, 아무리 어렸다해도, 그때, 누군가에게 뭔가를 강요하고 압박했었던 걸-교회 다니자- 생각하면 정말이지 끔찍해요. 그게 저였다는 걸 받아들이고 싶지가 않아요. ㅠㅠ

    교회 얘기에 제가 완전 흥분해서 다다다닥 달았네요.
  • 취한배 2016/01/27 19:42 #

    어, 이 책의 지넷과 아주 비슷한 어린이 시절을 보내셨네요? 에고고.
    본문에서 얘기한 어린이 합창단이나 기독교 어린이 선교단이나 제게는, 좀 심하게 말하자면, 똑같이 아동학대로 느껴져요. 핸드크림 님께는 예방주사 차원이 아니라 거의 트라우마 수준의 경험이었군요.ㅜㅜ
    긴 댓글 고맙습니다. 저는 그만, 할 말을 잃었어요;;
  • 2016/01/27 17:23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취한배 2016/01/27 19:43 #

    잘 하셨어요. 이해합니다. :)
  • 다락방 2016/01/27 17:26 # 삭제 답글

    저도 이 책 읽어볼래요!!
  • 취한배 2016/01/27 19:43 #

    아... 이 무서운 책을요!!
  • 달을향한사다리 2016/01/27 17:39 # 답글

    오~좀 섬뜩할 듯... 저 이 책 사놓기만 했는데, 왠지 더 멀어질 듯 하네요 ㅋㅋㅋ
  • 취한배 2016/01/27 19:44 #

    힝. 책에서 멀어지게 하는 몹쓸 저; 평생 책 한 권만 읽는 것만큼 위험한 게 없다는 내용, 사다리 님이 쓰신 적 있지요~? ㅎㅎ
  • 달을향한사다리 2016/01/27 21:05 #

    넹ㅋㅋㅋ 그 때 제가 읽은 책도 이 책이랑 비슷한 내용의 청소년 버전이었어요. 모든 생활이 기독교 근본주의 전파에 맞춰져 있는 부모와 거기서 벗어나려는 딸 이야기요^^

    이 책에서 영원히 멀어지진 않을 테니 걱정마세요~ㅋㅋㅋ
  • 취한배 2016/01/27 23:54 #

    맞아요, 그때 저도 윽, 끔찍하겠다고 여겼고, 그런 식으로 덧글도 달았던 것 같아요.ㅎㅎ
    이 책 휘리릭 잘 읽히는 미덕은 있더라고요.
  • 2016/01/28 05:27 # 삭제 답글

    이렇게 덧글 많이 달린 글 처음봅니다. ㅎㅎ
    다들 종교에 대해 할말이 많은가보군요. 그나저나 핸드크림님은 호주에?? 딴말..

    암튼 전 천주교 신자인(였는??)데 뭐 예전 종교 고백하려고 덧글 다는 건 아니고 배님 지인들은 다 다는 것 같아서 저도 그냥 달아요. 하하 다들 안녕하세요?

    취한 건 아니고 체력적으로 엄청 지쳐 있음. 이 상태에서 술 마시면 금방 취하겠죠? 신난다. 빨리 마셔야겠다. 그럼 즐거운 날 되세요!! 전 이만 취하러 갑니다.
  • 아직한국에있는핸드크 2016/01/28 09:22 # 삭제

    핸드크림님은 아직은 한국에 있습니다. 좀 오래 있다가 호주에 갈 예정입니다. 아하하하하.
  • 취한배 2016/01/28 14:48 #

    포 님, '다들 안녕하세요?' 다정하고,,,, 너무 웃겨요.ㅋㅋㅋㅋ
    아늬, 뭘 하셨기에 그렇게 지치셨어욤? 원껏 취하신 밤이었기를+샤워하고 개운한 새사람으로 태어나시길요!
    아직한국에있는핸드크크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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