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디아의 비밀 Smoking

클로디아의 비밀 - 6점
E. L. 코닉스버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비룡소

 

“비밀을 가지고 돌아가는 것이야말로 클로디아가 원했던 일이야. 천사상은 비밀을 가지고 있고, 그 비밀은 클로디아를 설레게 하고 중요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지. (…) 비밀은 안전하면서도 한 사람을 완벽하게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주지. (…)” (207)


비밀. 다들 갖고 있는 거 아닌가. 비밀이 그토록 신경 써야만 찾아질 수 있는 것이라는 발상 자체가 놀라운데. 내가 썩었거나, 비밀이 많은 인간이라는? 교훈을 주려는 강박관념을 가진 아동도서가 늘 불편하다. 부자할머니가 ‘진리’를 전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천사상이 미켈란젤로의 진품이냐 아니냐 하는 거창한 비밀이 꼭 아니더라도 비밀 간직하기, 이런 것도 배워야 하나.


그때 일어난 일은 바로 이것이다. 그 두 아이가 한패가 된 것이다! (…) 한패가 된 느낌이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이 보면 두 아이의 말다툼은 별로 달라진 점이 없을 것이다. 그것은 서로에 대한 ‘염려’라고 할 수 있다. 아니, ‘사랑’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57-58)


이게 더 낫지 싶다. 한패가 되어 비밀을 공유하는 것. 클로디아가 혼자 가출하지 않고 동생 제이미를 대동했다는 사실 말이다. “음, 내가 나를 알았던 때부터 누나는 날 알고 있었지.”(167)라고 말하는 제이미는 참으로 귀여우나, 아홉 살 아이가 벌써 돈타령하며 경제관념에 ‘빠삭한’ 게 이상하게 징그러웠는데, 그 점이 아마 굉장히 미국적인 특징인 듯하다. 미국국적을 가진 내 조카가 제이미와 비슷한 걸 보면.


돈, 돈, 돈, 젠장할. 자본주의 사회에서 할 수 없이, 쓸 만큼만 벌면 된다는 이모의 주장에 피식- 비웃는 미국인 조카. 사실은 부끄럽지 않은데 그냥, 아주 못난 척해주고 만다. 이 책은 네게까지 가지 않지 싶다. 취향이 동하지 않는 ‘뉴베리 상’도 있는 거겠지. ‘비밀’을 미켈란젤로 진품이냐 아니냐 하는 경제적인 가치로 상정, (내게는) 환원하는 게 아주 못마땅하다는 얘기. 우정이나 사랑, 비밀 같은 건 돈으로 가치매김 되지 않는 거 아니었나. 내가 아직 꿈을 꾸고 있는 건가. 2015년 마지막 날, 마지막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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