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몰바니아로 간다 NoSmoking


우리는 몰바니아로 간다 - 8점
산토 실로로 지음, 전지나 옮김/오래된미래

 

어디에 있나요?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사이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지만 일반 지도에서는 절대 찾을 수 없습니다. 어떻게 가죠? 많은 사람들이 항공편으로, 대다수는 실수로 몰바니아에 도착합니다. (뒷날개)


몰디브, 아니다. 모라비아, 아니다. 몰도바, 루마니아, 불가리아도 아니다. 몰바니아, 예쁜 국명. 들어본 적 없다고? 지금 들으면 된다.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크로아티아, 알바니아, 세르비아, 마케도니아, 우크라이나도 다 아니고 그 어디도 아니고 어쩌면 모두다. ‘유토피아’인데 이상향은 아니다. 대놓고 까이는데 디스토피아도 아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의 지배하에 놓인 몰바니아는 오랫동안 독재 체제와 역경을 겪었다. 1982년, 저 유명한 루텐블라흐 장벽이 붕괴되면서 전환점이 찾아왔는데, 민주개혁이라기보다는 벽의 부실 공사가 붕괴의 원인이었다. (14)


한끗 차이로 유럽의 역사가 반복되고 조롱되고 웃음을 유발한다. 특정인, 특정국을 연상하게 하는 묘한 짜깁기로, 있을 법한 픽션들을 모아놓으니 그냥 한 나라가 된다. 지금 프랑스가, 우리가 아는 지도상의 거기에 여전히, 그대로 있는지 어떻게 확신할 수 있나?, 같은 질문을 떠올려 봐도 되겠다. 책으로 만나는 동안 한 나라는 실제, 실재였던 적 없다. 그런 나라 많다. 러시아가, 미국이, 호주가,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이, 콩고가, 내게는 그랬고 여전히 그렇다. 즉, ‘몰바니아’와 다름없는 수준의 안내 가이드만 읽은 셈. 다시 말하자면, 비행기 표를 끊으려고 시도하지 않는 이상은 존재하는 국가, 몰바니아 되겠다.


‘황량한 바위투성이 언덕과 황량한 바위투성이 평원’(18)으로 이루어진 지형, ‘장엄하고 웅장한 대평원은 최근 유네스코에서 ‘단조로운 장소’로서 세계 유산으로 지정‘(72)되기도 한 이력이 있다. 음식 맛이 형편없고 치안이 불안하며 위생과 비리가 말도 못할 수준. 사람들은 불친절하고 정치는 썩었다. 기타 등등, 기타 등등. 능청스러운 농담과 엉뚱한 유머 일관. 와중에도 시니컬한 면이 없지 않다. 맥도널드 같은 글로벌 거대자본에 대한 비꼼과 (고급)문화에 대한 블랙유머.


연극. 1920년대에 몰바니아는 유럽 연극의 중심지였으며, 주르체 벱코잣(1897-1946)은 마르크스주의 시인이자 극작자인 당대 최고의 연극인이었다. 벱코잣은 의도적으로 관중을 소외시키는 새로운 형태의 연극을 창조해 극예술의 혁명을 일으켰다. (…) 오늘날에도 벱코잣의 연극은 개막일에도 관객들을 단 몇 분 만에 집에 보낼 수 있다. (32)


그리고 웃기면서 살짝 마음이 아팠던 부분은 여기인데,


이곳에는 낮은 산맥을 지나는 자전거 코스가 많이 있지만, 자전거 대여소를 찾기가 힘들다. 추제크 근처의 츄므세즈 식당에서 자전거를 빌릴 수는 있으나 주인이 꼭 함께 타려고 한다. 참고로 그는 몸무게가 장난이 아니다. (97)


외롭고 심심한 현대인 아닌가. 저 외진 곳의 식당 주인이 나였어도 그 자전거, 함께 타고 싶을 것 같다. ‘지도에 없는 나라로 떠나는 여행안내서’이고 서점에서는 국내도서>여행>유럽여행>여행에세이 코너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름도 장난스러운 (미안) 산토 실로로가 썼다. 모든 자기계발, 실용주의자들에 한방 먹이는 또 하나의 ‘잉여스러운’ 책이고, 그래서 사랑스러운 책이다. 그리고 절판이란다. 실용이 아니면 설 자리가 없는, 아등바등이 나는 참 싫은 것이다. 세상에 없는 나라에 대해 키득키득 웃으며 상상해볼 여유도 없는, 강퍅한.





핑백

  • 술집에서 문득 본 진실 : 행복의 지도 2016-07-23 00:28:41 #

    ... 나라별 행복도 라는 게 존재하고, 그 행복이라는 녀석의 정체를 찾아 두리번거린 와이너의 일 년이 이 책이다.행복도가 높은 나라만 다닌 게 아니고 아주 낮은 몰도바(몰바니아 아니다)를 포함한 열 개 국가. 기자답게 현지인들과의 대화(“행복하신가요?” 질문 포함)를 들려주는 게 퍽 재미있다. 인맥을 동원한 인터뷰이도 있고, (내 ... more

  • 술집에서 문득 본 진실 : 창백한 불꽃 2019-05-08 23:20:11 #

    ... 있다. (거짓말이다. 젬블라를 치면 ‘젬피라 람자노바’로 바로 잡아 찾아준다. 젬피라 람자노바는 ‘러시아 록그룹 젬피라의 리더’다. 그러니까 젬블라는 나보코프의 ‘몰바니아’다. 실로로 님, 보고 계신가.) 시인 존 셰이드가 있고 주석자 찰스 킨보트가 있다. 시인은 죽었고 주석자는 살았다. 살아남은 이가 유고시(詩)에 머리말, ... more

덧글

  • 순수한 산타클로스 2016/01/18 18:50 # 답글

    뭐죠? 너무 웃겨요 ㅋㅋ 알쏭달쏭해요 ㅎㅎ 가끔 오는데 댓글은 처음입니다..^^
  • 취한배 2016/01/20 22:25 #

    '너무 웃긴' 걸 알아봐주셔서 다행이에요! 엉뚱하고 심각하게 웃긴 (가짜)여행안내서랍니다. 가끔 오시지 말고 자주 오세염~ㅋㅋ
댓글 입력 영역


moon

CURRENT MOON

뉴스타파

알라딘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