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데이션과 지구 Smoking

파운데이션과 지구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옥수 옮김/황금가지



나는 『파운데이션과 지구』를, 『파운데이션의 끝』이 끝나는 지점에서 시작하는 작품을, 지금 여러분이 들고 있는 책을 집필했어요. 『파운데이션의 끝』에 실린 내용을 떠올리며 읽으면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어요. 『파운데이션과 지구』로 충분하기 때문이에요. 여러분이 재미있게 읽으면 좋겠습니다. (서문 중, 아이작 아시모프, 뉴욕, 1986년)


시리즈 4편인『파운데이션의 끝』을 당연히 읽고 손에 든 5편, 『파운데이션과 지구』다. 그러나 2년 전 만났던『파운데이션의 끝』이 내 머릿속에 남아 있을 리? 없다. ‘『파운데이션과 지구』로 충분하기 때문’에 트레비스와 함께 지구를 찾아 우주를 유영하고 돌아왔다. ‘파스타’호라는 첨단 우주선 이름 때문에 계속 배가 좀 고팠는데, 나는 어쩌면 리처드 도킨스『만들어진 신』에서 접했던 ‘F. S. M.(플라잉 스파게티 몬스터)’ 같은 것을 연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pasta’가 아니라,


 

“저 우주선은 멀리 떨어진 별에서 왔습니다. ‘파스타(Far Star)’가 바로 저 우주선의 이름입니다.” (526)


먼 별, 이라는 낭만적인 이름. 미안. 그나저나 트레비스는 왜 지구를 찾으려는지? 아마도 해리 셀던의 역사심리학에 입각한 제2은하제국 건설계획에 의문이 들었기에. ‘고립자’들의 거대집단이 인류의 미래가 아닐 수 있겠다는, 일종의 우주 유기체 형태의 ‘갤럭시아’ 안에 마음이 기울었기에. 인간의 공통 선조가 뿌리를 두었던 행성을 보고 답을 찾고자 한 것이겠다.


철저한 고립자로서의 인간과, 하나의 큰 유기체의 일부분으로서의 존재를 극명한 대비로 보여주며 이어지는 우주여행. 호모사피엔스 중심 우주관이 슬금슬금 양보하며 다른 지적인 존재까지 상정하고 넓혀가는 세계관이다. 카렐 차페크 『로봇』과도 연결되는 지점일 수 있겠다. 그 유명한 ‘로봇공학 3원칙’에 더해, 이 작품에서는 제1조에 우선하는 제0조가 제시된다. ‘로봇은 전 인류에게 위해를 가해서는 안 되며 또한 위험을 간과함으로써 인류에게 위해를 끼쳐서도 안 된다.’ 제1조와의 차이를 모르겠다고? 저 엄청난 차이, 구체-추상의 차원인데.


“정확히 말해서 이론상으로 제0조는 우리가 겪는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이었습니다. 실제로 우리는 아무런 결정도 내릴 수 없습니다. 인간이란 구체적인 대상입니다. 따라서 한 개인에게 가해지는 위해는 계산되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류는 추상적인 개념입니다.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다루겠습니까?” (655)


지구의 기억을 보존하고 있으며 2만 년의 나이를 먹은 ‘새로운 어떤 존재’인 다닐의 대사. 2만 년이라는 나이도 죽음 또는 소멸이라는 말 앞에서는 슬퍼지는데, 왜지. 우주와 영원이라는 시ㆍ공간적 스케일 때문인가. 이 넓은 우주, 한낱 찰나에 불과한 생들인 너와 나와 대통령과 욕심과 자만과 이기심과 자기중심성과 ‘자기의 아주 하찮은 부분을 지키기 위해 타인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희생시키는 일도 거리낌 없이’(416) 저지르는 이들과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타인에 대한 사랑을 아끼고 자신만을 사랑하며 행복을 유예하는 이들이 떠올라서, 아마도. 다시 쓰지만 『파운데이션』에서만큼 ‘지구’라는 단어가 애틋한 울림을 가진 작품 본 적이 없다. 특히 5권에서는 '달'이라는 이름을 가진 거대한 우리 위성까지. 크리스마스이고, 지구는 뜨겁다.


“지구가 결국 방사능에 오염됐다는 것을 알기라도 한 건가?”
“그건 아니지만 지구가 너무 뜨거워요.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609)



럭키문,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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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다다 2015/12/25 21:19 # 답글

    으앙앙-파운데이션이닷! 장바구니에 넣고 늘 매만지고 있는 책이야요.
    리뷰 근사한대요. 파스타는 취한배님이 만드신 거야요? 색감이 아주 곱네요.
  • 취한배 2015/12/25 22:56 #

    5권은 아무래도 <파운데이션>초반의 감동을 따라가진 못했지 싶어요. 1,2,3은 연짱으로 읽었는데 말이죠. 그래도 6,7까지 가 볼 예정입니당. 다다 님도 만지지만 마시고, 언제...?ㅋㅋㅋ
    아, 저 파스타 사진은 다음에서 가장 무난해 보이는 걸로 가져온 건데, 출처를 찾아 붙여야겠네요! 색감 곱지요?ㅎ
  • 2015/12/26 00:39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취한배 2015/12/26 22:03 #

    그렇군요. 절판/품절이라 에잇, 눈 돌려버린 <강철도시>(<로봇>시리즈이지요?)인데요, <파운데이션>처럼 멋진 새 옷을 입고 다시 나오면 또 혹할지도 모르겠네요. 다닐과 베일리의 만남과 우정을 볼 수 있다니 말입니다. 이크, 적다보니 보고 싶어지네요.ㅜㅜ 재출간되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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