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라인 NoSmoking

송라인
브루스 채트윈 지음, 김희진 옮김/현암사


오스트레일리아에 로망 없다. 얼마나 없느냐면, 지금 내 감정 선에서 가장 멀리 있는 책을 손에 든 경우이겠고 읽는 느낌 또한 과연 그러했다. 토지를, 땅을 노래로 부른다는 건 도대체 뭐냐.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의 언어와 노래, “수없이 많은 복도와 통로로 이루어진 미로”(113)라는 신화란 것은. 그것도 서양 백인 남자가 거칠게 전해주는 그것은. 뭐라고 얘기할 수 없는 이유로 감정 선이 닿아 있는 남아메리카 여행기『파타고니아』와 달리, 아주 힘들게 읽혀 반쯤에서 책갈피를 물리고 (사실은 읽기보다 쓰기가 하고 싶어) 멈춘 참이다.


애버리지니의 믿음에서 노래 불리지 않는 땅은 죽은 땅이었다. 따라서 노래가 잊히면 땅 자체도 죽음을 맞이할 것이었다. (85)

“음악은 세계에 대한 자신의 길을 찾는 기억 은행이죠.” (167)


오스트레일리아와 내가 연결된 것은 오스트레일리아를 여행한 프랑스인 (나중에 친구가 된) 하나가 다다. 어느 날 한국인 후배 하나가 오스트레일리아 여행에서 만난 친구라며 합정동 내 아뜰리에에 데리고 온, 설마, 브루스 채트윈은 아니고, 세바스티앙. 머물던 한 달 간 후배는 매일 출근해야했고 프랑스어가 통하는 우리는 커피로 시작한 대화를 식사와 술로 이어가곤 했다. 뜬구름 잡는 걸로 치자면 너나없이 우리 둘, 사랑에 빠질 법도 했는데 후배에 대한 배려로 그러지 않았지 싶다. 키 크고 날씬하게 잘 생겼던 세바스티앙. 브루스 채트윈을 너는 알았을까. 내 감정 선에 닿지 않고 있는 그이나 오스트레일리아보다는, 책을 덮고 내가 너를 생각하게 되었다는 걸. 소탈하게 마르세유로 네가 나를 초대했던 사실은 후배에게 왠지 말하지 못했고 너희 둘의 결별 소식을 각자에게서 따로 듣고 애석해했던 것 또한 진심이었다는 걸.


우리 ‘송라인’이라면 단테의 『신곡』으로, 브루스 채트윈이 오비디우스의 『변신』을 오스트레일리아 황야에서 읽듯, 네 큰 배낭에 들어있었던 책이자 내 졸업 작품 테마이기도 했던 「지옥」편. 그리고 네가 메일로 내게 보내주었던 이 음악. 그나저나 오스트레일리아, 아직 내 감정 선에 닿지 못하고 있다. 네게는 도대체 어디가 닿았던 거냐. ‘노마드의 시작, 방랑자들의 성소 오스트레일리아’?



나는 히아킨토스와 아도니스 이야기를, 데우칼리온과 홍수 이야기를, 나일 강의 따뜻한 진흙에서 ‘생명 있는 것’들이 창조된 이야기를 읽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지금껏 송라인에 대해 알게 된 것들에 비추어 보자, 고전 신화 전체가 거대한 ‘노래 지도’의 유물을 나타내는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신들과 여신들의 움직임, 동굴과 성스러운 샘, 스핑크스와 키마이라, 나이팅게일이나 까마귀, 메아리나 수선화, 돌이나 별로 변한 남녀, 이 모두가 토템적 지리학의 견지에서 해석될 수 있었다. (179)



 

덧글

  • 2015/12/20 06:24 # 삭제 답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고래도 보고 돌고래도 보고 캥거루도 보았지만 감정을 건드리는 나라는 아닌 듯 합니다. 원주민에 대한 무시가 너무 심한걸 보고 듣고 함께 살았기 때문에 발췌하신 부분은 어쩐지.... 뭐랄까.... 훼이크의 느낌?
    1년 살며 좋았던 기억이 없는 것도 아닌데, 아우 오스트레일리아 또 가고 싶다 이런 마음은 안들어요.
  • 취한배 2015/12/20 21:44 #

    오. 역시. 여행쟁이 포 님이 겪으신 나라. 원주민의 신화를 좇는 여행기이긴 한데 이상하게 계속 불편한 마음이. 그리고 쿨한 척하는 방랑자 기질 뭐 이런 거, 이기주의와 분간이 잘 안 된다 싶은, 비비 꼬인 요즘이기도 하고 말이지요. 저와 시기가 잘 맞지 않은 책. 더 읽어볼까, 하다가 결국 그만뒀어요. 과감하지요?ㅋㅋㅋ 술 마시니 좋습니다, 포 님. 건배!
  • 2015/12/21 10:31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취한배 2015/12/21 14:50 #

    아항아항. 그런 끈이, 인연이 있으면 궁금해지는 게 당연하죠. **님께는 오스트레일리아가 감정적으로 이미 닿아 있는 곳이구먼요. 저라면 이 책도, 또 다른 오스트레일리아 소개책도 막 찾아보고 알아보고 그럴 것 같아요. 헤헤, 곧 가실 것 같네요? 여행기 기대해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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